막내 변호사가 지켜본 마지막 출근일
내가 다니는 법무법인을 설립한 변호사님 중 한 분이 오늘 은퇴를 알리는 <감사 인사> 메일을 보내오셨다. 법무법인 전문직/일반직 직원 전체를 수신인으로 하는 메일이었다.
변호사님께서는 사법연수원 수료식을 마치시기도 전에 변호사 업무를 시작하여, 첫 직장에서 10년을 근무하고 해당 법인에서 분리되어 나온 현재의 우리 법인을 설립할 때 구성원 변호사로 함께 하셨다. 그래서 우리 법인의 영문명에 변호사님 성함이 포함되어 있다.
내가 법인에 재직하는 중에 변호사님의 일을 수행해 본 적은 없다. 그렇지만 탕비실에서 커피를 기다리거나 할 때 변호사님을 마주치면 항상 밝은 표정으로 말을 걸어주셨었는데, 항상 그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감사하게 느껴졌었다.
오늘 변호사님의 메일에서 "그 동안 변호사로서 별다른 과오 없이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가족들과 아울러 우리 법인의 가족들이 저와 함께 하면서 많은 도움을 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라는 표현을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님의 업무경험이 가족과 법인 임직원 덕분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리는 것도 멋지셨거니와, 변호사님 스스로 "변호사로서 별다른 과오 없이 성공적으로 활동"하였다고 말씀하시면서 은퇴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이 회사를 창립하고, 그 이래 수십 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기여해오신 것도 더불어서 말이다.
나는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살아가면서 그간 해온 일들, 스쳐간 인연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나는 자타공인 과오 없이, 부끄럼 없이 변호사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까. 앞으로 종종 변호사님의 메일을 떠올린다면 내 스스로 방향을 재정비할 때 귀감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님께서 은퇴 전 마지막 퇴근길에 꽃바구니를 가지고 돌아가신다면 시원섭섭한 발걸음이 경쾌해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꽃바구니를 사서 변호사님께 드렸다. 약소한 선물과 카드이긴 하지만 법인에서 가장 어리고 연차가 낮은 막내 변호사인 내가, 법인을 만들고 일구어 성장시키신 변호사님께 가지는 존경심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