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동네 치과에 다녀오는 길에 늘 지나치기만 했던 요가원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가까운데 한 번 가볼까? 지도 앱에서 연락처를 찾아 연락을 드렸더니 금세 답장이 왔다. 내친김에 1회권을 끊어 수업을 듣기로 했다.
직접 방문한 요가원은 하나부터 열까지 왠지 시트콤 같은 곳이었다. 시작부터가 그랬다. 선생님은 수업 직전 차가 막혀 미안하다며 천천히 오라는 연락을 해오셨다. 느지막이 출발해 요가원에 도착했더니, 건물 앞에 한 여자분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로 서 계셨다. 혹시 선생님께서 황송하게도 처음 방문하는 나를 마중 나오셨나? 쭈뼛거리며 눈치를 살피는데,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OO씨! 아 네, 여기는 아까 연락 주신 분이죠? 같이 들어가요! 오홍홍.」
아, 이분이 선생님이시구나! ‘여기’는 나인 듯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사십 대 중반 남짓해 보이는 여자분이 허겁지겁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은 가쁜 숨을 고르고, 철컥철컥 요가원 문을 열쇠로 열고, 우리에게 안으로 들어가라는 재바른 손짓을 하며 빙긋 웃어 보이셨다. 선생님의 첫인상은 요가원 원장이라기엔 어딘지 세속적이라(?) 느껴졌는데, 그만큼 마치 동네 사랑방에 새로운 고스톱 멤버가 들어온 것처럼 친절하게 반겨주셨다.
요가원으로 들어가자마자 선생님은 카운터로 가셨다. 다른 회원분도 옷을 갈아입으러 가셨다. 잠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달리 할 것도 없어 요가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모든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는 요가원은, 전체적으로 짙은 우드톤으로 되어 있어 통나무집 안에 들어온 것같이 아늑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요가 매트가 쌓여 있는 반대편 구석에 손가방을 내려놓으러 갔더니, 에어컨 옆 바닥에 먼지가 가득했고, 거미줄도 있었다. 그 위에 실거미도 한 마리 앉아 있는 게 아닌가. 질겁을 했지만 못 본 체하고 다른 곳에 가방을 놓은 뒤, 매트를 하나 챙겨 깔고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이곳은 정말로 통나무집이었던 것인가?
나까지 세 명의 수강생이 매트를 깔고 앉아 수업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선생님은 숨을 다 고르셨는지 조금은 더 차분하게 방으로 들어오셨다. 두 발을 가운데로 모으고 양쪽 엉덩이를 툴툴툴툴, 골반 정렬을 맞춰보세요- 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제가 오늘 아침에 글을 하나 봤는데, 우울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기 자신을 아껴주지 않고 싫어하게 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까지 말씀하시는데 갑자기 덜컹- 수강생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하다 말고 카운터로 나가셨다.
「1개월권 똑같이 결제하면 되죠?」
삐비빅- 쉬잉. 카드 결제가 완료되는 소리가 들렸고, 멋쩍어하는 남자 수강생 한 분이 허둥지둥 들어와 매트를 깔았다. 이내 선생님도 들어와 흠흠- 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말을 이어 나가셨다.
「어쨌든 요가를 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오홍홍.」
이야기는 다소 맥 빠지지만 개연성 있는 결론으로 짧게 마무리되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워낙 활기찬 나머지, 이곳 요가원을 다니는 사람은 우울증이 생기려다가도 쏙 들어가 버릴 것 같았다.
수업은 의외로 평범하게(?) 진행되었고 시작한 지 이십 분쯤 지나서는 또 한 명의 수강생이 철컹- 하고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생님은 밝은 목소리로 「어서 오세요」라고 맞이했고 수업 중반부터는 동작을 하지 않고 오로지 설명만 하셨다. 그래서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동작은 좌우를 눈치껏 살피며 따라갔다.
수업을 마무리할 즈음, 선생님은 싱잉볼(singing bowl, 명상 주발) 사이로 성큼 건너가 앉으셨다. 선생님께서 주발들을 건드려 선율을 만들어내며 고상한 목소리로 「몸에 긴장을 풉니다」라며 사바아사나(savasana, 송장 자세)의 시작을 알리시는데, 몸에 긴장을 너무 잘 풀었는지 깜빡 잠들뻔해 「의식을 깨워 몸으로 돌아옵니다」라는 말에 가장 늦게 가부좌로 돌아왔다.
나마스테- 하고 시계를 보니 원래 끝나기로 되어 있던 시간보다 30분이 지나 있었다. 1회권 수업료를 결제하고 나가는데 선생님이 살짝 웃으며 말씀하셨다.
「생각나면 언제든지, 종종 오세요! 오홍홍.」
철컹- 문을 열고 요가원을 나섰다. 오래된 요가원이지만 그 세월만큼 쌓인 프로페셔널함보다는 뭔가가 하나씩 빠진 엉성함이 느껴진다. 고객 경험 측면에서 생각한다면 분명 부족함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불쾌하게 느껴진 부분이 없었다는 거다. 그리고 선생님만큼이나 밝아진 목소리로 「안녕히 계세요!」하고 나오는데, 왠지 이곳에 또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그곳은 정말이지 엉성한 게 매력인 곳이었고 나도 그 매력을 느껴버리고야 말았다.
익숙한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요가로 몸을 풀고 가뿐한 몸으로 연휴를 시작하는 기분이 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