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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원 Jiwon Kim Oct 31. 2024

사내변호사 이모저모: 회사생활 편

회사의 사내변호사로 일하면서, 업무 외적으로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경험들을 정리해본다. 일상 속에서 찾아오는 작은 기쁨과 감사의 순간들이 회사 생활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막상 정리해보니 특별히 '사내변호사로서의' 일상이라 할만한 것은 없고,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며 느끼는 피로에 대처하는 방법, 동료 직원들과 함께 나누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처럼 '회사원의 일상' 정도라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1. 지압 슬리퍼

어느 날 문득 계시처럼 찾아왔다. “지압 슬리퍼 사고 싶다!”라는 생각이.

지압 슬리퍼를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는데, 친구가 작년부터 쓰는 제품이 있다며 추천을 해줬다. 걸그룹 멤버가 신는 지압 슬리퍼라고 했다. 적나라하게 '나 지압 슬리퍼야'라고 자기주장을 하는 디자인이었지만, 지압 효과도 좋아 보이고 친구가 강력 추천하길래 고민 없이 추천받은 제품을 사기로 했다.

배송을 받고 집에서 신어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다음날 종이 가방에 담아 출근했다. 출근 전 다른 팀에 들러 지압 슬리퍼를 선보였더니, 글쎄, 나와 친한 직원분이 "지원님, 이거 신고 다니면 이제 다들 지원님을 '지압 슬리퍼 신고 다니는 사람'으로 기억할걸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씀하시는 거였다. 집에서 혼자 신어보면서는 슬리퍼가 바짓단에 잘 가려지는 것 같아, 슬리퍼를 신고 회사 이곳저곳을 활보하려 했는데. 그 야심 찬 계획은 접어두고, 결국 지압 슬리퍼는 법무팀 내에서만 신고 있다.

물론 아무 말 없이 지압 슬리퍼를 신기에는 혼자 괜스레 민망해서, 팀원분들께 "저 지압 슬리퍼 샀어요!"라며 모두의 관심을 받은 후 자연스럽게 슬리퍼를 신고 있다. 나보다 열 살쯤 많은 옆자리 남자 직원분께서 "지압 슬리퍼는 4, 50대 아저씨들이 신는 거라 생각해 왔는데. 지원님 건강에 관심이 많으시네요."라고 말하며 웃으셨는데, 하나 같이 맞는 말이라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이왕에 '발 건강에 관심 많은 MZ'라는 컨셉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리하여 내 책상 아래에는 총 네 켤레의 신발이 놓이게 되었다. 하나는 신고 온 운동화, 하나는 회사에서 격식 차릴 일이 있을 때 신는 로퍼, 하나는 원래 회사용 슬리퍼, 그리고 지압 슬리퍼. 내 책상 밑을 본 직원분께서 신발이 많아 지네냐는 농담을 하시기도 했다. 여전히 법무팀 밖에서는 지압 슬리퍼를 신을 엄두가 나지 않아 막상 신고 돌아다니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가끔 발이 저릴 때 법무팀 안에서만이라도 어슬렁거리면 효과는 몰라도(?) 마음은 괜스레 든든해지는 느낌이다. 이 정도면 잘 산 셈이다!

여담으로, 지압 슬리퍼를 사서 회사에 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가을부터 호주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나도 호주에 지압 슬리퍼 챙겨왔어!"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챙겨야 할 짐이 많을 텐데, 얼마나 좋으면 그랬을까 싶었다. 괜히 나 혼자 이런 거 신나, 했는데 주변에서도 신는 사람들이 있긴 있구나. 앞으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친구 생일이 오면 지압 슬리퍼를 한번 선물로 줘봐야겠다, 흐흐.




2. 안마의자

지압 슬리퍼와 비슷한 결로, 회사 휴게실에 안마의자가 있어 지금까지 서너 번 정도 알차게 이용해보았다. 처음 입사해 OT를 받을 때, 휴게실 위치를 안내받고 점심시간에 바로 휴게실에 들러 안마의자를 써봤었다. 그때는 안마의자가 회사의 중요한 복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휴게실이 조금 멀어서 자주 들르지 못해 아쉽다. 조만간 점심시간에 후딱 밥을 먹고 휴게실을 들렀다 와야지. 아~ 몸 이곳저곳을 풀어주면 너무 시원하고 좋은 게 확실히 나이가 들긴 들었나 싶다.




3. 생일

회사에서의 첫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출근해서 친하게 지내는 팀으로 놀러가 "저 오늘 생일이에요!"라고 했더니 팀원들과 나누어 먹으라며 케이크와 함께 이렇게 예쁘게 생일 축하 이미지를 만들어 건네주셨다. 팀원들과 케이크를 나누어 먹으며 생일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팀원분들도 메신저로 축하를 해주시고 선물도 챙겨주셨다.




4. 크로스핏 동아리

입사 초반 자기소개 때 취미가 크로스핏이라 했더니, 팀원분들이 회사에 크로스핏 동아리가 있다고 알려주셨다. 활동이 주말에 있고 집과 회사의 거리가 먼 탓에 미루다가, 한 번 마음을 먹고 참여했다. 코치로 일하신 경험도 있는 직원분이 동아리를 만들고 이끌어주시는 덕분에 동아리가 잘 굴러가고 있는 것 같았다. 덕분에 회사에서 접점이 거의 없던 부서 직원분들도 여럿 뵐 수 있어서 반가웠다.




5. 오락실 게임

회사에 오락실 게임기가 있어 가끔 동료들과 게임을 한다. 평소 게임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데도, 같이 하니 꽤나 재미있었다.




6. Thank you 메모

회사에서 평소 고마움을 느낀 사람에게 Thank you 메모를 써서 벽면에 부착하는 행사를 했다. 옆자리 직원분분께서 "회사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팀원들을 잘 챙긴다"는 내용으로 내게 Thank you 노트를 써주셨는데 감사했다. 입사 첫날 커피를 마시며 회사에 대해 알려주시고, 경력이나 연차가 적다고 해도 맡은 일을 잘 해내기만 하면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개의치 말라고 말씀해주신 분인데, 덕분에 회사 입사 후에 일에 도전적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내가 오히려 그분께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다.




7. 팀원분들과의 크로스핏 원데이 클래스

법무팀장님을 제외한 우리 팀의 팀원들 중에 여자는 4명인데, 지난여름 넷이 함께 회사 근처에서 크로스핏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했다.

오랜만에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니 함께 수업에 가준 다른 세 분께 너무나 큰 감사가 밀려온다. 내가 입사해서 취미를 묻는 질문마다 크로스핏이라고 대답하니(막상 최근 몇 개월을 쉬고 있지만) 크로스핏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봐주시고, 심지어는 같이 수업을 들어보자고 꺼낸 말에 흔쾌히 호응해주시기까지 했다. 세 분 중 두 분은 운동을 거의 안 하고 있는 분인데도 말이다!

회사 근처에 방문할 만한 여러 크로스핏 박스들을 찾아보고, 전화예약을 하면서 "한 타임에 네 명이 한꺼번에 방문할 건데, 세 명은 크로스핏 경험이 없고, 두 명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은데 괜찮겠냐"는 질문을 드렸다. 혼자 가는 게 아니다보니 다른 분들이 너무 부담을 느끼시지는 않을까, 수업을 하다가 혹시 사소하게라도 부상을 입으시지 않을까 하고 일주일 전부터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런데 막상 수업에 가보니 수업을 하시는 코치님 외에 카운터를 지키고 계신 코치님도 함께 자세를 봐주시고, 또 각자의 수준에 맞게 무게를 들 수 있도록 밀착 코칭을 해주셔서 걱정이 해소됐다. 덕분에 다들 즐겁게 운동을 마무리하고 나서, 무려 그 중 한 분의 댁에 가서 저녁을 먹고 잠을 자고 왔다!




입사한 지 반 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특히 7번의 크로스핏 원데이 클래스를 포함해 위의 추억들을 되돌아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느낌이다. 벌써 많은 추억이 쌓인 덕분이겠지. 사내변호사로서의 회사 생활, 꽤나 즐겁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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