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월터가 아니니까요
요즈음은 장기 프로젝트 참여로 인해 한 대기업에 상주하여 근무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고, 상위 경영진의 뚜렷한 목적의식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제시한 프로젝트인지라 나름대로 큰 스케일인 건 사실이다.
내 이력서에 한 줄 도움이 될까, 경영진의 목표가 있으니 업무 수행에 어려움은 없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투입되었지만 현실은 전혀 딴 판으로 흘러만 간다.
상위 경영진의 생각만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업무를 실질적으로 도맡아 할 관리자 직급은 해당 업무에 무관심하기 짝이 없고 기계적으로 본인에게 부여된 업무만을 반복하고 있는 것을.
현업과의 협조가 중요한 일인데 관리자가 이 모양이니, 현업은 더욱 말썽이다. 관리자의 압력이 없으니 현업이 외부 인력에게 협조를 하겠는가.
사내 방송에선 기업 오너가 나와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외치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월급쟁이의 모습, 오늘만 버티자는 사람들 뿐.
주간 회의에서 목청 높이 소리치는 임원을 보며 귓속말해주고 싶었다.
이대론 당신의 상상이 현실이 되지 않습니다. 직원들 근로의욕이나 올려주시죠.
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 관리자가 전문직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짬을 꽤나 먹은 분이었는데, 인더스트리로 가면서 월급쟁이의 마인드가 되어버리신 것인지. 참 아쉬웠다. 나의 미래가 될까 두렵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