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 3
트레드밀을 할 때면 나는 항상 영화 채널로 리모컨을 돌렸다. 나는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보면 집중하느라 힘든 걸 까먹게 되니까.
그런 까닭에 러닝 크루를 하는 동안 집중할 거리가 필요했다.
유튜브는 사실 그렇게 잘 사용하는 앱이 아니고 그렇다고 야외를 뛰면서 넷플릭스를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음악 듣기는 지루하니까 팟캐스트를 떠올렸다.
무엇을 들을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과거의 내가 시도한 수많은 시도들로 인해 나의 팟캐스트 구독 목록은 충분했으니까.
대부분이 영어 관련 채널인지라, 유일하게 한국어로 집중하며 들을만한 경제 채널에 들어가 최근 방송 중 관심 가는 제목을 클릭했다.
'퀀트 투자'를 주제로 한 일련의 시리즈 중 첫 번째 방송이었는데..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퀀트란 무엇인지, 소위 '가치 투자'와는 무엇이 다른지를 정말 쉬운 언어로 풀어서 설명해주는 능력은 멋있기까지 했다. 문제는 중반부 이후부터였다. 본격적으로 퀀트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며 본인의 '업체'에 대한 썰을 풀어나가기 시작하더라. 본인 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비용/月은 얼마이고, 자신들이 무얼 제공 - 본인 말 그대로 Raw data 값만 제공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듯이 - 할 수 있는지. 옆에 앉은 패널은 이 업체가 블룸버그 연간 사용료 수천만원에 비하면 얼마나 저렴한건지 언급하며 그를 거들고 있었다.
그러면서 본인의 업체가 남들과 차별화된 포인트, 액티브 펀드로 인덱스를 이길 수 있는 혜안으로 말하는 게 경영학과, 경제학과, 행정학과(아무리 생각해도 행정학과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퀀트는 물리학자나 수학자들이 월가에 진입하며 생긴 용어다.)가 Bottom-up 방식으로(본인들이 내부 의사결정에 Bottom-up을 사용했든 Top-down을 사용했든 퀀트랑 무슨 상관이람?) 고안한 'Correlation 방식'이다.
그냥 상관관계라고만 했어도 될 걸 굳이 영어를 써야 했을까,
정말 없어 보이는 지점에 이르러 목표지점에 다다랐고 에어팟도 주머니에 넣었다.
해당 방송 속 다수의 팟캐스트 고정 패널 중 한 명을 다른 매체를 통해 종종 접하고 소위 'fancy'한 방법으로 경제 저널리즘을 제공해주어 나름 신뢰가 있었는데, 아쉬웠다. 그의 목소리를 분간할 능력은 되지 않기에 그가 이번 방송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사실 잘 알지 못하고 기억도 나지 않는다.
팟캐스트 방송이 40분 남짓이던가. 그 정도를 모두 뛰지는 않았기에 방송을 끝까지 듣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전편이라는 시리즈 후속편은 더더욱 들을 의사가 없다.
내가 우연히 아쉬운 일일 패널이 찾아온 날의 방송을 들은 것 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경제 팟캐스트라면 약은 팔지 말아야지. 안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