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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May 04. 2020

저가 항공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게 이용하는 법



차마 제목을 '저가 항공 편안하게 이용하는 법'이라고 짓지 못했다.

힘들고 귀찮은 비행을 그나마 '덜' 불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실 그동안 승무원으로서 비행을 하며 안타까웠던 적이 좀 있었다.

미리 이렇게 이렇게 준비했으면 승객 본인이 훨씬 편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이미 비행기가 뜨고 난 후에는 어쩔 수가 없다.

우리도 해결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항공사는 미리 말해주지 않는다.

-기내에는 담요가 없습니다. 비행 내내 벌벌 떨 수도 있으니 두꺼운 옷은 화물칸에 붙이지 마세요.

-해외 겸용 신용카드나 로컬 화폐가 없으면 기내에서 아무것도 사 먹을 수 없습니다.

-미리미리 출발하세요. 우리 게이트는 출국장에서 가장 먼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생각나는 대로.


담요가 없고 기내식을 사 먹어야 한다는 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니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부연 설명을 조금 덧붙이자면 기내는 대부분 낮은 온도로 유지되기 때문에 계절에 상관없이 2시간 이상의 비행이라면 도톰한 후드티나 담요 같은 것을 무조건 준비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사실 기내식을 사 먹는 것은 가격 대비 퀄리티가 떨어지니 추천하지 않는다.

아.

휴가 때 기분으로 기내에서 이것저것 먹는 것 자체를 즐긴다면 말리진 않는다(나도 간식거리는 자주 사 먹는다).

대부분의 공항에서는 검색대를 지나고 면세 구역에 들어오면 자판기나 작은 편의점이 있다.

거기서 이것저것 구입하여 기내에 들고 타는 것을 추천한다.

면세 구역에 있는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서 기내에 들고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아주 드물게 탑승게이트 바로 앞에 검색대가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면세 구역에서 구입한 음료라도 반입할 수 없다.


컵라면을 가져와서 기내에선 뜨거운 물만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건 항공사마다 다를 수도 있지만 물도 사 먹어야 하는 우리 항공사라도 컵라면에 뜨거운 물 정도는 받아준다.




기내식을 사 먹을 계획이 있다면 달러나 신용카드, 혹은 로컬 화폐를 꼭 준비하자.

(회사마다 다를 수 있지만)

체크카드(debit)가 아닌 신용카드(credit)이어야 하며 해외 겸용 카드여야 한다.

해외 겸용 카드여도 우리 회사 같은 경우는 VISA나 MASTER CARD만 받는다(심지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안 받는다).

안전하게 VISA나 MASTER CARD로 준비하자.

신용카드가 없으면 US 달러나 로컬 화폐가 있어야 한다.

로컬 화폐란 해당 항공사 국적 화폐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데 한국을 취항하는 항공사여도 원(KRW)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현금은 잔돈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2불짜리 콜라를 사면서 100불짜리 지폐를 내면 거스름돈 문제로 아예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거스름돈을 같은 달러가 아닌 현지 화폐로 받아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가끔 현지 화폐가 필요하다면서 일부러 이렇게 바꾸는 사람도 있는데 기내 환전 수수료는 그 어디와 비교하더라도 굉장히 비싼 편이다.

물론 승무원들은 거슬러줄 잔돈을 어느 정도 들고 타지만 모두에게 98불을 거슬러 줄 만큼 충분하진 않다.




온라인 체크인이 되는 항공사인지 아닌지 확인하자.

된다면 꼭 미리 해서 일행과 떨어져 않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지?


하지만 저가 항공사 중에는 온라인 체크인이 안 되는 항공사도 더러 있다.

일행이 두 명 정도라면 큰 문제없겠지만 4-5명이 되는 경우는 당일날 최대한 빨리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일행도 여러 명이고, 비행도 만석인데, 체크인 카운터에도 늦게 도착한다면?

붙어 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 된다.

친구들끼리 라면 몇 시간 떨어져 않는 거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경우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주변 승객들에게 좌석을 바꿔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기내식을 사 먹을 계획이 있는 경우는 앞자리를 선택하자.

유통기한이 있는 신선식품의 경우는 한 비행당 적은 양만 실린다.

팔리지 않았을 경우의 재고 부담을 안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보통 1열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기내 뒤쪽에 않은 경우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항공사도 각 목적지마다 선호도를 파악하고 분석해서 신선식품을 싣지만 재고가 모자라거나 남아돌아 버리는 경우가 흔히 생긴다.

직원 입장으로 음식이 모자랄 때는 더 못 팔아서 아쉽고 남을 때는 못 팔고 버리게 되어 아깝다.

보통 핫밀(Hot meal)같은 경우는 사전 예약을 받는다.

사전 예약하면 재고가 모자라 못먹을 걱정도 없고 보통 판매 카트가 나가기전에 미리 나눠주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도 없다.



좌석을 온라인으로 미리 지정할 수 있는 항공사라면,

비상구 바로 앞 좌석은 되도록이면 선택하지 말자.


좌석이 뒤로 젖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건 안전상의 문제로 비상구 쪽 통로를 확보하기 위함이라, 애초부터 그렇게 설계된 것이다.

만석일 경우 아무리 컴플레인해도 승무원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제발 스스로 선택하지 마시길...

내 좌석은 뒤로 젖혀지지 않는데 앞좌석의 승객이 뒤로 젖히는 경우..

체구가 작은 편인 나도 숨이 턱턱 막힌다.

체격 좋은 성인 남성의 경우라면 말 다했지 뭐.


참고로 맨 뒷좌석도 선택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역시 좌석이 뒤로 젖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화장실이 바로 뒤에 있기 때문에 비행 내내 시끄러운 flush(변기 물 내리는) 소리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




오버 헤드 락커(오버 헤드 컴파트먼트, 오버 헤드 빈, 머리 위 선반? 등 다양하게 불림)에 실은 큰 짐이 있다면 탑승을 서두르자.


이건 만석일 경우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B737이나 A320 같은 대부분의 저가 항공사에서 운항하는 비행기의 기내는 생각보다 짐을 실을 여유 공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큰 짐은 안전상의 문제로 좌석에 밑에 둘 수 없기 때문에 오버 헤드 락커에 놓을 짐이 있는 승객이라면 조금 서두르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승객일 때는 여러 가지 이유로 늦장 부리다 마지막에 탑승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만석인 거 같을 때는 여유 부리지 않는다.

특히 기타 케이스같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짐을 가지고 타는 경우 더더욱 미리 타는 것이 좋다.

느지막이 탑승했을 때, 더 이상 오버 헤드 락커에 자리가 없을 경우는 부득이하게 짐을 화물칸으로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항공사 같은 경우도 특정 목적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뭐 화물칸으로 짐을 내리는 최악의 경우는 면했다고 치더라도 내 좌석 근처에 짐을 두지 못하는 건 비행 내내 이런저런 소소한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착륙 후 비행기에서 내릴 때도 사람들이 나가는 방향과 플로우가 맞지 않으면 다른 승객들이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자리는 10열이고 가방은 28열 오버 헤드 락커에 있는데 비행기 앞문만 열렸다고 생각해보자.

승객들은 앞으로 밀려 나오는데 그 좁은 복도를 비집고 28열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 더,

터미널 번호를 꼭 확인하자.


인천공항도 최근에는 2 터미널이 생겼지?

보통 각 도시의 대형 공항에는 여러 개의 터미널이 존재한다.

두바이 같은 경우는 3개의 터미널이 존재하는데 1 터미널은 외국항공사, 2 터미널은 우리 항공사, 3 터미널은 에미레이트 항공사가 이용한다.

각각의 터미널은(연결 편이 아닌 경우) 내부에서 이동할 수 없고 택시나, 버스로 이동해야 하므로 내가 타는 비행기가 어느 터미널에서 출발하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은 필수이다.


저가 항공사는 메인 터미널에서 출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같은 저가 항공사 사이에서도 A항공사는 1에서 B항공사는 2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많고.

게다가 한 도시에서도 근거리에 두 개의 공항이 붙어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저가 항공사를 이용한다면 정확한 공항명과 터미널 번호를 숙지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

대다수의 이용객들이 내리는 메인 터미널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예약한 비행이 공동운항 편인지 꼭 확인하자.

영어로는 코드쉐어(codeshare)라고 불린다.

특히 경유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A-B까지는 풀서비스 항공사를 이용했는데 B-C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하게 됐다는 식의 컴플레인.

풀서비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했는데 왜 B-C 구간에서는 저가항공사를 이용해야 하냐는 것이다.


내가 예약할 때는 공동 운항 편이라고 되어 있지 않았다고 승객들은 컴플레인 하지만 그럴리는 없다.

항공사는 반드시 공동 운항 편 일 경우 그렇다고 명시한다.

승객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게 소극적으로 표시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여행사에서 티켓을 예약하는 경우에도 보통 공동 운항 편에 대해서는 언급을 해준다.

언급을 해주고 안 해주고를 떠나서 경유 편이라면 공동 운항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도 에미레이트 항공의 공동 운항 편 승객인 경우 기존 승객들과 다르게 추가 서비스가 나가지만, 프리미엄 서비스를 기대한 승객이라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가 봐도 의아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가 기내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더 씁쓸하다.




좌석에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USB 포트는 없다고 봐야 한다.

보조배터리를 꼭 챙기자.




저가 항공사는 연착이 잦다.

목적지 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렇다.

A 공항에서 출발해 B공항에 도착해 승객들을 내려주고 다음 승객들을 실어 A 공항으로 돌아오는 루트가 일반적인데, B공항에서 머무는 시간이 보통 한 시간 내외이다.

즉, 기존 승객들이 내리고->클리너들이 탑승해 기내 청소를 하고->승무원들이 안전과 관련된 점검을 하고->다음 승객들이 탑승하는 모든 과정이 1시간 내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많아서 승객들이 내리는 데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특별히 청소할 것이 많은 날이라면?

오고 가는 비행이 모두 만석인 경우, 80프로 이상이 연착이라고 본다.

승무원들과 지상 직원들은 30분 연착을 10분, 5분으로 줄이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닐 뿐이다.


정신없이 비행을 끝내고 베이스에 돌아오면 같은 비행기를 타고 다음 목적지를 가야 하는 팀이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고 있다.

그럼 또 다음팀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각각의 비행이 5분, 10분씩만 밀려도 그게 모여  30분, 1시간이 되는 것이다.


비행기 바퀴를 공항에 대고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줄이는 것이 항공사에게는 이득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가 항공사는 비행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잡을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불편함이 있지만 나도 4시간 이하의 비행에서는 당연, 저가 항공사를 선호한다.


추울 것을 대비해 미리 도톰한 아우터 하나 챙기고 면세구역에서 물 한 통 사는 것도 잊지 않는다.

1시간 언저리의 비행이라면 휴대폰에 저장된 노래 몇 곡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가지만 그 이상이라면 넷플릭스에서 미리 영화 몇 개를 다운로드한다.

이러면 기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두세 명이 함께 여행할 때는 카드를 가져가서 게임을 한다.

일할 때 보면 외국 승객들이 많이들 그렇게 하더라고.

준비물도 간단하고 공간이 협소해도 좌석 테이블 하나면 펼쳐 놓으면 가능하니 강추.


요즘 저가 항공사는 멤버십 제도도 잘 되어 있고, 온라인 체크인 시스템도 잘 되어있다.

잘만 이용한다면 여행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으니, 난 앞으로도 단거리 비행은 저가 항공사를 이용할 생각이다.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았던 예전에서는 비행기를 타는 것 자체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에야 뭐 그런가.


시외버스나 KTX를 탈 때처럼 교통수단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목적지가 좀 더 멀어지고 국경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것뿐이지 비슷하다.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나머지 부가 서비스는 원하는 만큼만 이용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 마음이 더욱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동안 저가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며 느꼈던 것들을 두서없이 적어보았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다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비행도 그립고, 여행도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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