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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Dec 24. 2020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죄책감

나는 병원에 입원  있을 때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끔 죄책감을 느낄 때가 있다. 누군가 나와 비슷하게 아팠는데 극복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도 희망이 생긴다. 그래서  입원 초기에 침대에 누워서 종종 ‘재활 치료 성공’ ‘마비 극복등과 같은 키워드들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곤 했다. 그러나 자신의 입원, 마비 경험을 온라인에 공유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없었고, 그중에서도 ‘저는 마비 환자였는데 입원해서 재활 치료를 받다 보니까 다시 걸을  있게 되었어요류의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는 별로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연예인이 갑작스러운 마비로 인해 걸을  없는 상태였으나 꾸준한 치료와 노력으로 거의 사고 전의  상태로 돌아와   만에 방송 복귀를  하게 되었다는 기사와 사진을 보게 되었다.  연예인의 인터뷰 내용을 보니, 방송으로 얼른 복귀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리가 마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침대에 누워서 이불속에서 매일 다리를 움직여 보려는 노력을 엄청나게 하려고 했다는 , 하루 대부분을 침대에 누워만 있는 나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병을 대한  같아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괜히  연예인이 걷게  것은 그렇게 열심히 꾸준히 노력한 시간이 쌓였기 때문이고, 내가 아직 걷지 못하는 것은  시간이  쌓이지 못했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여서  움직이지도 않는 발가락을 꿈틀거려보기도 했다.

퇴원을 하고도 마찬가지였다. 퇴원을 하고 3으로 복학을 하고 나서는 물론, 대학이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몸에 보다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종종 ‘ 몸에 신경 써야 하는  아닌가?’ ‘ 몸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때가 있었다. 특히나 20, 21 , 아직 내가 수술 이전처럼 걸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계속해서 디데이를 정해놓고 ‘여름방학 끝나기 전에는 완벽하게 걸어야지’ ‘2학년 되기 전에는 완벽하게 걸어야지’라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에,  목표가 지켜지지 않은 것이 내가 나의 시간과 정성을  쏟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거의 10년이  지금, 앞으로 아마 지금의  상태에서 더는 좋아지지 않을 것이며 수술 이전처럼  걷지 못하게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금. 지금도 여전히 가끔 죄책감이 들곤 한다. 가끔 삶이 지루해지는 순간. 그런 순간이 되면 스스로 검열을 하게 된다. 나는 지금 지루해도 되는가? 내가 지루해도 되는 사람인가? 지루할 틈이 있으면  시간에  관리, 건강 관리라도 하고, 혹시나 모를 기적을 위해 재활 치료라도 받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온다.

물론 꾸준히 운동하고, 치료받아야 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나는 치료 말고도  삶이 있다.   삶을 계속해서 살아야 한다. 10   수술,  수술대에 머물러 있으면  된다. 기적은  인생에 필요하지 않다.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것들은 이미 충분하게 있고, 나는 지금 가진 것들 만으로도  인생을  행복하고 충만하게  자신이 있다. 기적을 기다리면서,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 죄책감 느끼면서 지나치게 노력하지 말고, 내가   있는 것들을 하면서, 내가 즐길  있는 시간들을 살아가는 것이 10   수술대 위에 정체되어있지 않고 계속해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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