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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Jan 10. 2022

고요의 사막

두바이에 온 지 1년 만에 처음으로 사막에 갔다.


사막은 넓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바다와도 비슷했지만, 계속 보고 있기에는 바다보다 재미있었고 바다에서는 찾기 어려운 완전한 고요함이 있었다.


바람이 날릴 때마다 모래 언덕의 모양과 무늬가 조금씩 소리도 내지 않고 바뀌었다. 두 발을 모래 속에 담근 채로 앉아서 그걸 하루 종일 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해가 지려고 하자 반대쪽에 달이 올라와서 해와 달이 동시에 떠있게 되었다. 그리고 하늘은 주황빛과 보랏빛으로 뒤덮었다.


황색의 땅, 수많은 모래 언덕, 그 위의 주황과 보라. 시야가 뚜렷한 느낌은 아니었다. 물을 많이 사용한 수채화 그림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보랏빛 하늘과 사막과 달은 확실히 비현실적인 느낌이었고, 아무 색감도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모래가 바람에 날려서 그랬을 수도 있고, 원래 그런 것이었을 수도 있다.


사막 속에서 든 생각은 웅장함, 고요함, 그리고 다 무의미하구나. 사막 밖에서 나를 불안하게 하던 그 모든 것들이 사막 속에 들어오니 한낱 작고 미미한 것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웅장함과 고요함 속에서 나는 그저 나일뿐이었고, 그 이외에는 다 별 의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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