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는 이유
설명이 끝나자마자 금방 말한 내용을 다시 묻는다. 한 명? 아니 댓 명 넘게!
그렇다면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들었을까? 전혀 아니다. 활동으로 진행해야 할 학습에 진척이 없는 이유이다. 몇몇 아이는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하는 척만 하는 자신만의 눈치게임을 애처롭게 하고 있다.
아이들은 매우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판단한다. 뚫린 귀로 뭐라 들리긴 하니 설명을 들었다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거나 손을 꼼지락 거리던지 그도 아니면 낙서를 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아이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 행동 특성이다. 손을 움직이거나 바라보지 않으면 듣지 않는 것이라 잔소리는 하고 있으나 이런 행동습관이 바뀌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이미 8년간 굳어진 습관이 쉬이 변할리 없다.
공부를 못하는 두 번째 습관이 고집이다. 누가 뭐라 설명을 하거나 변화를 요구한다 할지라도 절대 자신의 패턴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배움에 역행하는 고집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습에 유의미하기란 불가능하다.
지금 눈앞에 있는 9살 꼬맹이들만 이런 것은 아니다. 어느 학년을 막론하고 흔히 보아온 광경이다.
몇 해 이전부터는 아예 대놓고 엎드려 잠을 청하니 실업계고에서나 볼법한 장면을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연출한다. 전담 수업으로 교실을 이동할 때 수업을 빠지는 녀석들도 있으니 앞날이 암담하긴 하다.
20년 전 교실붕괴로 뉴스가 시끌시끌했다. 이젠 어디에서도 교실붕괴를 다루지 않는다. 왜? 이미 교실은 산산조각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공부 못하는 습관을 알면서도 어떻게 제지할 수단이 없다. 힘자랑을 하고픈 학부모들은 받아쓰기도 아동학대라 난리 치니 바뀔 턱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