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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같았던 10살 꼬맹이.

지내고 보니 마음 기댈 이가 아이였다니.

by Aheajigi

강할 때는 버틴다. 늘 강할 수는 없다. 어느 순간 약해지는 시기에는 살랑이는 산들바람에도 꼬꾸라진다.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굴곡 없는 평탄함만 펼쳐지는 삶이라면 기댈 것을 걱정해야 할 까닭은 없다. 우린 누구나 각자에게 주어진 삶이란 시간에서 다음 스텝을 예상하지 못한다. 예측이 불가하니 좋거나 나쁜 이벤트 대비란 있을 수 없다. 막연히 마음으로 준비는 할 테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면 발을 담근 우린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 요동이 잠시 일지 아니면 장기간으로 이어질지 조차도 알 길이 없다.


한번 휘청인 삶의 흐름은 자칫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파고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변곡점일 수도 있다.

기댈 누군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그리 쉬이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가까운 가족 혹은 친구라 할지라도 기댐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뢰나 든든함의 문제는 아니다. 이건 내가 털어놓지 못함이 가장 원인임을 모르지는 않는다.


궁금해하거나 묻지 않았으면 싶은 일들이 많다. 해결해 주겠노라 나서는 것은 더더욱 사절이다. 그냥 괜찮다 내지는 그럴 수 있다 토닥이는 마음만 필요한데 그걸 건네는 이는 정말 귀하다. 모지라던지 과함은 다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마음 기댈 이는 그래서 흔치 않다.

비타민 같았던 꼬맹이가 휘청이며 부러질 뻔했던 나를 버티게 했다. 다가온 것은 이 아이였지만, 지나고 보니 난 녀석에게 마음을 의지했나 보다.

기침하는 나를 보며 마치 자신이 아픈 듯이 미간을 찡그리던 아이. 괜찮은지 귓속말로 물어보았던 녀석. 물을 떠다 주겠다며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던 꼬맹이.

참 신기하다. 저런 러블리한 행동은 가르친다고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10살 때 만났던 이 녀석 내년이면 6학년이다. 나도 내년을 끝으로 타지로 옮겨가야 한다. 요즘은 아주 가끔 오가는 길에 스치듯이 만나지만 그런 우연도 머지않았다. 어떤 선물을 주어야 할지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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