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매달리면 안 된다.
지나간 기억을 추억이라 칭할 수 있는 이유는 이따금 꺼내기 때문이다. 만일 과거 기억에 함몰되어 산다면 현세를 과거에 빗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불편한 기억을 지워야 앞을 바라보고 살 수 있다. 행복한 기억조차도 지워야 현재를 만족하며 살아가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니 내가 자꾸 오래된 기억을 부여잡지 않나 싶다.
어떤 이유에서든 지나간 일들을 지우지 못하면 현재의 삶에 과거가 오버랩되어 버린다. 온전히 그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마음껏 누리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과거가 현재를 지배하는 꼴은 갑갑하다.
지나간 악몽 같은 시간이 흐릿해져야 마음이 편안하듯 화려했던 시절을 잊어야 현실을 자각하기 마련이다. 술 한잔 거하게 기울인 노인들이 목소리 높여 잘 나갔던 한때를 그리워하는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 까닭이 비단 큰 소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각하지 않으면 나 또한 그리되지 싶다.
라떼나 꼰대란 용어가 나를 향할 수도 있지 싶다.
스쳐 지나간 사람을 기억하지 않듯 흘러간 지난날을 곱씹지 않으려 한다. 그건 홀로 어쩌다 꺼내는 낡은 보물 같아야 한다. 매번 들춰서 다룰수록 남들에게 내 기억은 추함만 커질 뿐이다.
사람이 변하면 세상은 바뀐다. 낡은 기억은 오래되어 녹이 슨 도구만큼이나 쓸모가 없다. 비워야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듯 추억들은 이제 저 멀리 밀어두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