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질문
종종 번아웃이 오면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과연 난 뭘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무수히 반복했던 질문에 물론 답이 없음을 안다.
이런 질문을 내게 던지는 것 자체가 무엇인가 힘듦이 있다는 반증일 뿐이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이유가 다르다. 한 개인이라 할지라도 순간순간 혹은 처한 환경에 따라 삶을 이어가는 이유는 급변하기 마련이다.
어느 하나를 지향점으로 두고 달려가는 이는 사실상 거의 없지 않나 싶다.
가족을 위해 살아간다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족구성원이 변할 테고 어느 순간 홀로 남게 되면 삶의 이유는 바뀌기 마련이다. 어떤 성과나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인생 목표라면 그것에 도달하거나 아예 쟁취가 불가능할 때 궤도 수정은 불가피하다. 스스로에 대한 위함을 고정값처럼 여긴다 해서 달라짐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변덕스런 나를 위한다는 것 자체가 빈번한 목표 수정이니 말이다.
만일 인생 목표가 불변이라 생각한다면 상당히 위험한 순간에 직면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되지 싶다.
인생살이가 그리 호락호락하게 내 맘처럼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지는 아니하기 때문이다.
가을 탓인지 빈번하게 깃드는 번아웃 때문인지 내가 뭐 하고 사나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려 한다.
주업은 매번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고 끄적거리는 글은 답보상태를 맴돈다. 그나마 아내와 아들 먹이는 음식이라도 손에서 내려놓지 않으니 다행이지 싶다.
코끝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 와야 제정신을 차리려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