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체계적 변조
기억하고픈 것만 기억하기 마련
살아온 과거를 가끔 떠올린다. 분명 엄청난 흠결이 있었을 터인데 그다지 많은 기억이 없다.
실수와 오류가 가득했던 휘청이는 삶을 살아왔음이 분명함에도 말이다.
내가 부족한 부분이 없던 것이 아니라 기억 저편 어딘가로 감추고 싶은 사실들을 밀어 넣은 것이다.
기억하고픈 것들만 채우고 있으니 변조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대단하지 않은 삶을 크고 화려하게 포장하려 한다. 소박하게 살아왔고 살아남으려 아등바등했다. 벅찬 현실은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더 시간이 흘러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어지면 체계적으로 변조된 기억이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줄여줄 묘약일지 모르겠다.
기억을 믿지 말아야겠다. 현실 속 산적한 문제들은 언제나 기억 범주 바깥에 있다. 기억 되새김질은 정제되는 것이 아니라 뒤엉키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