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의 뜻을 어학사전에 쳐보니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의 유형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이 정도면 나에게 완전하겠다 싶은 이상형의 조건이 나는 남들과는 좀 다른 편이었다. 키, 외모, 재력 같은 보편적인 요소보다 우선시 되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손이 예쁜 남자. 하나는 잘 우는 하찮은 남자. 첫번째 조건을 이야기했을 때는 고개를 갸웃해도 대부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두번째 조건을 이야기하면 의아한 표정으로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는 사람이 다수다.
손이 예쁜 건 그저 외양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인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이유가 없지만 잘 우는 남자를 좋아하는 건 설명하다 격양이 될 만큼 진심인 부분이다. 설명하기 전에 덧붙여야할 중요한 전제가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운다'는 흐어어엉 소리를 내며 오열하는 것이 아닌 또르륵 눈물이 몇 줄기 흐르는 (청순한)모습을 말한다.
일단 잘 운다는 것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높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슬픔과 고됨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여 끝내 눈물을 글썽거리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은 높은 확률로 성정이 곱고 착할 것이라 생각한다. 남자가 눈물 흘리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괜한 자존심 내세우기가 없는, 그런 구김 없는 면도 좋다.
무엇보다도 누군가 우는 모습이 나는 참을 수 없이 귀엽다. 이를테면 가슴 찡한 장면에 감동해서, 밉게 내뱉은 내 말이 서운해서, 벅찬 마음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주륵 울어버리는 남자가 얼마나 귀여운가. 그 모습을 질질 짠다고 표현하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우는 얼굴의 모양이나 훌쩍거리는 소리 따위가 참 귀엽다. 자꾸 괴롭히고 싶고 너 울어?! 하며 붉어진 눈시울을 꼭 확인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지금 남자친구가 딱 내 이상형이다. 손이 예쁜데 잘 운다. 바란 적 없는데 잘생기기까지 해서 더할 나위 없다. 언제 한번 날씨 좋은 날에 휘휘 손 잡고 걸었던 적이 있었는데 기분이 좋아 헤실헤실 웃으며 걷는 날 보더니 그런 모습을 보는 게 좋다며 울컥한 전적이 있다. 눈물까진 안 흘렸지만 아주 그렁그렁 고이는 걸 목격했다. 완벽한 나의 이상형 되시겠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잘 울어서 고민되는 게 한 가지가 있다. 2년 이내에 결혼식을 계획하고 있는데 백발백중 흐느낄 남자친구를 생각하면 결혼식이 잘 진행될지 모르겠다. 성혼선언문 낭독은커녕 내 입장과 동시에 눈물을 터뜨릴 남자친구가 눈에 선하다. 청심환으로 눈물을 막을 수 있을까. 안될 것 같은데...방법을 모르겠다. 모르겠으니 훗날의 고민은 일단 뒤로 미루고 지금은 남자친구 울리기에만 집중해야지. 요즘은 잘 안 울어줘서 서운하다. 이 글을 보여주면 아마 또 울 수도? 얼른 쓰고 보여주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