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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시민 Sep 10. 2023

너의 죽음을 상상하지 않을 것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


네가 우리집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다. 내 침대 위에서 자고 있는 너를 바라보다 느리게, 하지만 깊이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조용히 속으로 읊조렸다.



'큰일났다.'



너와 단 7일을 붙어있고 느낀 감정은 크나큰 낭패감이었다. 나 이제 너 없인 제대로 살 수 없겠다 하는 낭패감. 살아있지 않은 것에도 쉽게 정을 붙이는 내게 따스운 숨을 폭폭 내쉬며 편안히 잠든 너의 모습은 3초면 충분히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삶은 정말이지 달랐다. 지난하게 이어지던 삶의 연속성이 뚝 끊기고 새로운 챕터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대학생 때 음식점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었다. 출근을 했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기시감이 느껴질 정도로 가라앉았고 무언가 묵직한 것이 공기를 누르고 있는 기분이었다. 사모님과 사장님의 얼굴이 어두웠다. 눈치를 보다가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시작하는데 사모님께서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그늘진 표정으로 혹시 내일 일이 있어 못 나올 것 같으니 평소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나와 오픈을 준비해줄 수 있겠냐 물으셨다. 사모님의 갈라진 목소리가 버석버석해 이유를 여쭈기가 좀 그래서 그럼요, 흔쾌히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모님은 사장님의 부축을 받으시며 그대로 퇴근하셨다. 주방 이모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강아지 장례식은 어떻게 하는거래요? 처음 들어, 그런 건."



키우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일도 못할 만큼 마음이 휘청이셨구나. 그러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도 아닌 강아지의 장례를 치른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고 부축을 받으셔야 할 만큼 큰 충격을 받으신 모습도 내 짧은 인생에선 목격하지 못한 것이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이해 역시 어려운 어린 나이였기도 하고 골몰해 생각하지 않을 만큼 내겐 중요치 않은 일이었다.



지금 나는 누군가 너 강아지 키워? 하면 응, 반려견이랑 살아. 라고 대답한다. 강아지를 키운다, 보다 반려견과 함께 산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완견이라는 말도 좀 싫다. 가족이 아닌 느낌. 반려견은 나의 가족이다. 그것도 인간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하고 애틋한 가족. 그 따뜻한 온도와 중독적인 꼬순내를 어떻게 대체할 것인가. 그날로 돌아가 다시 사모님 앞에 앉게 된다면 사모님의 손을 잡고 같이 오열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 더는 너의 죽음을 상상하지 않기로 했다. 잠든 네 털을 쓸어넘기며 혼자 눈물 짓는 주책 맞은 일을 멈추기로 했다. 너와 오늘을 살아내야지. 아무렇게나 자란 털. 까만 눈. 작고 촉촉한 코. 감은 두 눈. 멍한 표정. 졸린 얼굴. 가여운 꼬리. 네가 오래 우리 곁에 있었으면.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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