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줄 처음에는 몰랐지.
*Previously (이전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사람들(2-1))
내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문제를 좁혀갔던 과정을 간단히 나눠보자면 아래와 같다.
1. 관심있는 분야를 열거해보고 선택해보기
2. 그 분야의 키워드를 열거해보고 선택해보기
3. 그 키워드를 경험했던 과정을 열거해보기
4. 열거한 과정을 단계로 나눠보기
5. 각 단계 별로 어려움을 느꼈던 포인트를 정리해보기
6. 내가 정말 해결해보고 싶었던 '어려움'은 어떤 영역인지 정해보기
내가 대학시절 진행했던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이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좁혀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당시 파트너십을 맺은 사설 유기견 보호소 여러곳과 함께 유기견들의 라이프 스타일, 성향 별로 소개하여 입양자들과 매칭하는 '유기견 입양 사이트'를 운영했었다.
내가 학창시절 사이드로 프로젝트를 해보자! 생각을 했던 건 대학생 때였다.
당시에는 돈을 벌어보자는 생각보다는 뭐라도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해서 실행해보고, 작든 크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더 내가 하고싶은 걸 해야지! 라는 생각이 모든 내 선택의 기준이었다. 그렇기에 약 2년이라는 기간동안 이리저리 헤메면서도 프로젝트를 지속할 수 있게 됐던 것 같다.
사실 그 때에는 눈 앞에 닥친 것들을 생각하고 해내기 바쁘다보니 처음부터 딱, 딱 위의 흐름에 맞춰서 실행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걸어온 길과 그리고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들의 길이 방향만 다를 뿐 단계는 비슷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사이드로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이 단계가 그들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걸 정리해 본 흐름이 이것이다.
: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펼쳐보고 하나하나 내가 왜 이걸 하고 싶은지를 따져보자. 그렇게 이유를 밝혀가다보면 내가 진정으로 파고들어가보고 싶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맨 처음 고민했었던 게 바로 '프로젝트의 주제 분야'이다.
콘텐츠(영화 등)
동물
패션
교육
등..
좋아하는 건 이렇게 많은데.. 이 중에 뭘 선택해야 할까?
누군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었기에 상당히 고심했었다. 난 언제나 관심분야가 많았기에 한가지를 고르는게 어려웠는데, 그 중에서 가장 고민했던 두 가지 분야가 있었다. 바로 '콘텐츠 산업(독립영화, 문화공간 내 콘텐츠 등)'과 '유기동물'관련 키워드였다.
첫번째. 콘텐츠 산업의 경우에는 내 전공이 문화경영학과였기 때문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 고민했었다. 지금의 나로서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이유에서였지만 당시에 대학 3학년이었던 때를 고려해보면 취업에 부담감을 많이 느꼈던 때라 그랬던 것 같다.
두번째. 유기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로는 과거 내 경험에서 나온 죄책감 때문이다. 아주 어렸을 적에 부모님을 졸라 강아지를 '사서' 키우다가 환경이 안돼서 파양을 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냥 이제 키우지 못한다는 생각때문에 슬프기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강아지를 사는 행위, 그리고 사전에 나의 환경이나 끝까지 책임질 각오를 하지 않고 키우기 시작했다는 점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져 그 때부터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두 가지 방향에서 힘들게 고민을 하다가 지금까지는 주변에서 좋다는 것, 주변에서 해보라는 것에 따랐다면 이번에는 정말 내 선택으로 내가 만들어가보고싶다는 의지로 '유기동물' 주제를 선택했다.
: 이 분야와 관련된 세부 키워드, 이해관계자들을 늘여보고 그 중에서 내가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영역으로 좁혀보자.
단순히 '유기동물'이라는 주제를 정한다고 끝이 아니다.
그래서 유기동물이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어떤 것을 할 건데? 뭘 할건데? 라는 기준들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니 일단은 연관된 것들을 한번 떠올려봤다.
하지만 내가 이 전까지 유기견 보호소를 가본 적도 없었고 실제로 길가를 떠돌아다니는 개들 외에 유기견을 본 적이 없다보니 그냥 유기견 문제에 도움이 되고싶다는 생각 뿐, 아무것도 아는게 없었다. 조금 더 내가 이미 알고있는 것들이 많았다면 사전지식을 통해(ex. 유기견 보호소는 이런 어려움이 있다, 입양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고민이 있다 등)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덜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기견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에 대해 깊이 아는게 많지 않았고, 그래서 그 당시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일단 실제 각 영역에 있는 사람들을 다 만나보자! 였다.
그래서 이 때부터 약 3년간 여기저기 유기견 봉사를 다니며, 위에 적힌 각 영역의 사람들을 모두 만나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이들과 부딛히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유기견 보호소' 봉사를 다니며 아래와 같은 이유로 내가 [유기견 입양 증대]를 위해서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공간인 '유기견 보호소'의 어려움을 해결해보고 싶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유기견 보호소]
1. 유기견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봉사, 입양 과정을 통해)
2. 유기견 입양이 주로 이루어지는 공간
3. 구조한 유기견에게 최소한이더라도 안정감을 줄 수 있는 공간
(보호소소장님들은 인력이 매우(x10000)부족한 와중에
위 역할을 다 해내기 위해 많은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 탁상공론보다, 실제 그 영역과 가장 밀접한 사람을 만나보거나 그 현장을 경험해보자.
나는 2번, 3번의 단계를 함께 진행했는데 위에서 말한 여러 키워드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만나보니, 유기견 입양에 대해 각자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들을 많이 알게되었다.
따로 분류하지 않고 일단 생각나는대로 몇가지만 나열을 해보자면 아래와 같은 어려움들이 있었다.
- 유기견 보호소는 국가 직영 보호소 / 사설 보호소로 나뉜다.
- 사설 보호소는 개인이 봉사를 하다가 보호소를 차리게 된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들이 생기며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 입양 홍보 등이 잘 되어 입양을 가야 보호소에 빈 자리가 나고 그 곳에 새롭게 구조된 유기견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는데, 사설 보호소의 입양 성사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 유기견 카페(오프라인)는 주로 사설 유기견 보호소와 협력하여 운영이 된다.
- 유기견 입양 신청자를 최종 승인할 때 보호소 소장님의 주관적인 판단이 우선시되어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 유기견 입양을 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주로 정보를 접하는데, 관련 정보들이 너무 입양을 판단하기에 부족하다.
등등 직접 사람들을 만나 여러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유기견 입양 증대]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구조적으로 여러 관계가 얽혀있었기에 쉽지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유기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은 이 유기견이 나의 생활 패턴과 맞는 성향을 가진 아이인지, 그리고 내가 정말 끝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가족을 맞이해야 하다보니 선뜻 입양의사를 밝히기 어려워한다. 반대로 보호소에서는 정말 좋은 사람인지, 평생 유기견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불신이 있고 또 모든 정보를 주기에 여러 사람들을 상대하고 강아지를 관리해야 하다보니 피로도가 MAX에 달해있었다.
그랬기에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이 자주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입양 성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실행하며 조금씩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가보기로 했다.
바로 유기견 보호소에서 자주 봉사를 하며 보호소 운영 체계를 다잡는데 도움을 주고, 보호소 소장님의 피로감을 줄이는 것. 그렇게 나는 약 1-2년간 보호소의 운영자로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유기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어떤 과정으로 입양을 고려하고 결정하는지, 그리고 그 단계별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를 알 수 있었다.
다음 글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