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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움 Sep 24. 2018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계에선 내로라하는 코엔 형제의 영화. 작품성으론 유명하지만 영화 초보자들에겐 조금 어려운 것 같다.


  극은 돈가방을 따라 극대화된 서스펜스를 연신 유지한다. 배경음악 하나 없이, 큰 소음도 없이 영화는 조용하지만 긴장감은 여느 스릴러 영화보다 더 맹렬하다. 아카데미 수상작의 저력이 느껴진다.


 '보안관'이 주인공같지만 극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늘 애둘러 등장하기만 한다. 무슨 의미일까.. 영화의 시작은 보안관의 나레이션, 영화의 끝은 보안관의 꿈에 대한 회상. 보안관의 무능을 꼬집는 영화인가? 범인은 시종일관 주인공 보안관과 마주치지 않고 활개친다. '노인' 구식의 문화에 대한 청산을 요구하는 것인지. 이건 전문 비평을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 유투버 '백수골방'님의 영상을 참고해보았다. 베트남 전쟁의 패배는 세계질서의 경찰을 자처하던 '미국'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었다. 동일하게, '보안관'은 서부 개척 시대의 질서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상징한다. 보안관들의 꼿꼿한 지조와 현 세대에 대한 한탄은 과거의 영광을 음미하는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혼란에 대한 불안함을 의미한다. 역시 작품은 발간되는 당시에 사회적 배경과 만날 때, 비로소 본래의 의미를 만나기도 한다.


  영화엔 절대악이 등장한다. 등장인물 중 살인하는 인물은 오직 '안톤 쉬거' 하나 뿐이다. 타협하지 않는 삶의 철학을 고수한다. '이럴 필요는 없잖아요.' 개인의 '가치 체계' 상의 문제일까. 인생의 불행은 언제나 쉬거 처럼 불도저같이 찾아오는 듯 하다. 그저 인물이 아니라, 사람의 운명에 대한 은유였을까. 논리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것 같았다. 
  어릴 적, 책 해리포터를 읽었을 때 '스네이프'로 떠올린 상상의 이미지와 '쉬거' 역의 하비에르 바르뎀의 연기가 매우 유사하다. 음침한 분위기가 연기의 사실감을 더했다.


  사냥을 나서던 주인공은 우연히 돈가방을 발견하게 된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돈과 마약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범인이 전부 죽인 줄만 알았다. '살인'이라는 행위에 집착하여 그런 줄 알고. 







   시거의 동전은 한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사람들은 죽음으로 감당하기에 동전 던지기는 너무 사소한 선택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 사소한 선택이란 없다. 살면서 내린 선택들은 돌고 돌아 언젠가 눈덩이처럼 커져 돌아온다. 그 눈덩이를 마주하는 날이 우리 삶의 청산일이다.http://wiredhusky.tistory.co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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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죽음보다 비통한 것은 패배감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무용함을 깨닫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완전히 무가치한 것으로 전락한 세계. 과감히 죽음과 대항하려하지만 죽음조차 관심을 갖지 않는 존재로 전락한 세계. 그 세계야말로 'No country for old men'이다.http://wiredhusky.tistory.com/663







그러나 아버지가 불을 피워 놓고 기다렸기에 죽음의 세계는 더이상 어둡고 추운 곳이 아니다. 이 세계가 아무리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라도 결국엔 끝이 있다. 끝 이후엔 다행히 그 어떤 소동도 없다. 이 잔인한 세계에선 죽음만이 유일한 안식인 것이다.
http://wiredhusky.tistory.com/663







  코맥 매카시의 원작 책에서는 사회 비판의 의도를 전면적으로 드러낸 듯 하다. 원작을 읽으면 영화를 보는 데에도 의도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듯 하다. 
  여러 비평을 돌아본 뒤에 내가 드는 생각은, 생에의 의지가 오히려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간다는 것이다. 돈과 마약, 욕정에 대한 무차별적인 욕구. '지혜로운' 노인은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운명은 노인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현대 국가는 그런 천민자본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에 '노인을 위한 나라', 즉 세상은 없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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