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ISU Jan 12. 2022

"나도 이제부터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

문과생 딸과의 동고동락

"엄마 한문시험은 다 찍었어. 성적은 기대하지마."


웃으면서 당당하게 말하는 중학생  딸아이를 보며 어이가 없었다.

국영수에 비하면 한문과목이 중요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어휘력의 기본이 되는 한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과목이다.

책이나 한글로된 지문을 읽다가 잘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한문을 많이 알고 있으면 뜻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문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얼마전 한참 이슈가 되었던 문해력을 키우는 중요한 공부이기도 한 한문과목에 대 흥미가 없는 딸아이가 안타까웠다.


그래서 오랜 설득끝에 딸아이와 하루에 한개씩 사자성어를 쓰기로 약속했다.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가득한 유튜브와 SNS처럼 동영상과 이미지에 익숙한 10대 여자아이에게 매일 반복되는 한문쓰기가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일인지 잘 알고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공부이기에 나 역시 포기할 수가 없었다.


가나다 순으로 정리된 사자성어 책을 딸에게 주었고 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사자성어 쓰기를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사자성어 그리기다. 한문도 그리고 그림도 그리는 딸을 보고있자니 웃음이 다.

그림인지 글씨인지 알 수 없는 한자를 몇 번씩 다시보면서 열심히 그리고 있는 모습과 뜻을 이해하기 위해 글이 아닌 그림으로 그리고 있는 딸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책에 있는 순서대로 공부를 시작할꺼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딸은 책의 중간에서 맘에 드는 사자성어를 하나 골랐고 딸의 첫 사자성어는 '감탄고토(甘呑苦吐)'였다.

사자성어를 다 그린 딸은 큰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나도 단 젤리는 삼키고 쓴 약은 뱉겠다."


헐~  '양약고구(良藥苦口)는 언제 쓰려나....








작가의 이전글 인터뷰를 마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