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쓰기
때는 바야흐로 2014년, 노력하면 서울에 아파트 하나 정도는 구매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희박하게나마 잔재해 있던 시기였다.
13년도 말에 결혼하여 남편의 직장과 가까운 마포구 어디쯤의 아파트에 반전세로 입주하였다. 25평 복도식 낡은 아파트였지만, 짙은 원목마루에 마음이 뺏긴 채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반년 정도 살았나, 어느 날 남편이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아파트를 하나 매매하면 어떨까 물어왔다. 전세와 매매 가격이 (고작) 4천만밖에 차이 나지 않던 시절이었다. 단번에 나는 거절했다. 허공에 뜬 가상의 공간을 몇억을 주고 사는 게 말이 되느냐, 아파트가 무너지면 모두 사라질 것 아니냐 - 방문하고 이틀 뒤 무너져 내린 911 쌍둥이빌딩의 충격은 그렇게 내내 나를 따라다녔다.
한 평이라도 좋으니 마당이 필요했다. 서울이 아닌 어디 전원에 땅을 사서 우리만의 집을 짓자는 역시나 가상의 꿈을 다시금 다잡았다. 남편의 이직으로 6년 뒤 마포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이후 부동산가격은 급상승하여 우리가 살았던 집 가격은 세배 넘게 올랐다. 서울 집값은 꿈의 숫자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여전히 아파트를 구매하고픈 욕망은 희박하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확고함에 집주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매달 전세대출금 이자를 내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 저축해야 한다는 강박도, 분양이나 경매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집을 구할 수 있는 방도에도 관심이 없다. 이토록 무지한 현대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도 그러한 마음이길 바란다. 수입이 없어 대출금을 내지 못할 상황이 된다면 고정된 공간을 떠나 캠핑카에 살며 노마드를 만끽하며 살아도 된다고, 철없는 나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는 곳이 어디든, 그곳이 바로 집이 된다며.
오늘따라 날씨가 추운 날이면 캠핑카는 조금 무리일까 살짝 현실감이 살아나기도 한다. 여전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