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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을 2퍼센트 정도의 스포가 있을지도 몰라요.
조그만 의심, 아주 작은 불씨를 사람들 가슴속에 심기. 그것이 복수의 시작이다. 시작은 미미하나 그 끝은 지옥과도 같을 복수.
화앤담픽쳐스 제작, 안길호 연출, 김은숙 극본의 <더 글로리>. 여기저기서 추천하여 나도 모르게 버튼을 눌러 보기시작한 1화가 만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어느덧 마지막 8화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학교폭력에 관한 드라마라는 말에 스크린 상에 묘사될 잔인함이 두려워 선뜻 시작하지 못했으나 예상외로, 표현된 폭력은 드라마의 탄탄한 구성과 스릴에 가려져 걱정할 부분이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고등학생시절 벌어진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문동은은 고등학교 자퇴 후, 긴 시간 공을 들여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준비한다. 복수는 퀵으로 전달된다. 작은 칫솔이나 사진 한 장, 또는 여러장으로. 재미있는 설정이다. 피해자인 주인공이 앞으로 펼쳐질 지난할 복수를 멈추고 본인의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과, 끝까지 복수해서 가해자들의 삶을 박살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속에서 왕왕 시끄럽다. “그것들이, 그 새끼들이” 성실하게 망가지길 그리하여 아직도 세상에는 권선징악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은 욕망이, 그래도 용서하고 잊고 제 살길 찾아야 하지 않겠냐는 어른의 마음을 이긴다.
누군가 그러던데, 드라마 작가가 딸에게서 받은
질문으로 시나리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근데 엄마,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아님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거 같아?”
5살, 8살 아이들 둔 부모인 나로서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아니, 답을 하고 싶지 않다.
2022년 9월 7일 자 에듀프레스 기사의 일부를 가져와본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잠시 주춤했던 학교폭력이 다시 늘었다.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 가해했다는 응답이 34.5%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비율이 가장 높아 저연령화 추세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재난을 겪은 뒤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심리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청이 공동으로 실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6일 발표됐다. 장난ㆍ특별한 이유 없이 34.5%.
이번 조사는 교육당국이 지난 4월 8일부터 5월 11일까지 온라인과 모바일을 이용,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87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결과 피해응답률은 1.7%(5.4만 명)으로 지난 2021년 1차 조사대비 0.6% p 증가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 3.8%, 중학교 0.9%, 고등학교 0.3%로 나타났다. 모든 학교급에서 2021년 1차 조사 때 보다 늘었다. 피해유형별 응답 비중은 언어폭력(41.8%),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순으로 나타났다.
기사에서 확인가능하듯, 매년 무수한 숫자의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느는 추세다. 믿을 수가 없고, 믿기지가 않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하니 방관자로서 있을 수도 없다. 내 아이만은 아니길, 그러한 지옥에 엮이지 않기를 기도하며 모든 부모는 애써 현실을 왜곡하며 살고 있을 테다.
드라마가 어디로 가닿을지 모르지만, 학폭을 다루면서 현재 시점에 머무르지 않고 시간이 흘러흘러 먼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가해자가 성인이 되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학교에 갈 시점을 상상해 보며 당장의 행위를 돌아볼 수 있다면. 사실 그걸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해를 행할까. 그 어린아이들이 왜 폭력을 행하고 당하고 하는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할수만 있다면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싶어지는 하루다.
그나저나, 나도 “침묵 속에 욕망하는” 바둑을 배워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