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노래 있어
박성식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풍운아로 불리는 김현식의 메가 히트곡 ‘비처럼 음악처럼’을 작사, 작곡한 장본인이다.
중학교 시절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의 테이프를 마이마이에 꽂고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나로선 박성식과 함께 하는 이번 음감회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시절 내가 했던 사랑들(?)의 모든 에피소드에 참여했던 배경음악 연주자 중 김현식, 이문세, 유재하가 쓸쓸하고 아련한 에피소드를 담당했다면 여기에 세련미 한 스푼을 더한 빛과 소금의 음악은 나를 그녀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있는 세련된 남자로 만들어주었다고나 할까? 여하튼 지난 시절 내 사랑의 곳곳에 빛과 소금이 있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훅이 모든 걸 좌우하는 1분 듣기에 익숙한 세대에겐 노래의 서사를 전주와 간주에 얹혀 표현하던, 기승전결이 있는 노래가 듣는 이의 감정과 서로 동기화되는 그때의 음악이 지루하거나 나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박성식은 자칫 처량하거나 가벼워질 수 있는 음악에 고전적인 음표를 묵직하게 쌓아 올리면서 한국 대중음악에 장엄의 무게와 창연의 쾌적함을 더했다. 또한 스팅하면 도미닉 밀러의 기타 리프가 떠오르듯 한국 대중가요에서도 첫 소절만 듣고도 바로 알 수 있는 상징적인 피아노 전주들이 있는데 <비처럼 음악처럼>이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등이 바로 박성식의 손가락 끝에서 연주된 곡들이다.
이번 음감회에서 그가 선택한 음악을 들으며 창작자로서의 고민은 물론, 음악에 담겨있는 에피소드까지 들을 수 있다니 벌써 설렌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은 많았지만 나 역시 그가 만들거나 그에게 영감을 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 달 전쯤 음감회의 인터뷰어 의뢰를 받자마자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박성식의 모든 곡을 재생목록에 담아 반복해서 듣고 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그에게 음감회에서 들려줄 곡들의 리스트도 받았다. 그 곡들은 음감회에서 듣기로 하고 리스트에는 빠져 있지만 재생 목록에 담아두고 들으면 좋을 박성식 리스트를 여기 몇 곡 올려 본다.
01. Beautiful (빛과 소금/박성식 작곡)
02. 비 오는 숲 (빛과 소금/박성식 작곡)
03. 그리움에 대하여 (이은미 노래/박성식 작곡)
04. 오늘까지만 (빛과 소금/박성식 작사 작곡)
05. 그 여름의 마지막 (빛과 소금/박성식 작사 작곡)
06. 진한 커피의 야상곡 (빛과 소금/박성식 작사 작곡)
07. 내겐 노래 있어 (빛과 소금/박성식 작사 작곡)
08. 사랑했던 이유만으로 (빛과 소금/박성식 작사 작곡)
09. 비처럼 음악처럼 (빛과 소금/박성식 작사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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