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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왑 Jan 27. 2020

쉽게 알아보는 우한 폐렴

우한 폐렴 사례 논문 정리(업뎃)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생겨난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이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각국의 보건 당국이 대응 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리적으로 중국에 가깝고 중국과의 교류도 활발하기 때문에 특히 위험에 더 취약할 수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2020년 1월 27일 기준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 여성 1명, 한국인 남성 3명이 국내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중 3번째 확진자는 바이러스를 보한 상태에서 강남, 일산 등을 돌아다녔던 것으로 확인되어 초기 대응 성공 여부에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가: 1월 28일 기준, 4번째 확진자는 역학 조사 결과 밀접접촉자가 95명이나 있다고 하네요)


미국 CDC 발표, 2020년 1월 27일 기준. 28일에 독일이 추가됐습니다.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생기는 감염병은 발표된 임상 사례가 없어 정확히 알려진 것이 많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로 인해 바이러스가 아직 퍼지지 않은 지역의 의료진이나 정부, 시민의 선제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데, 이러한 경우를 우려해 의학계는 최대한 신속하게 신종 바이러스에 걸린 환자 사례를 규합해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2019년 12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첫 발생한 41명의 환자들의 임상 사례가 논문으로 정리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학 학술지인 "The Lancet"에 2020년 1월 24일에 발표되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유일한 임상 사례 논문(2020년 1월 27일 기준)이면서 가장 실증적인 것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 The Lancet에 발표된 논문

Clinical features of patients infected with 2019 novel coronavirus in Wuhan, China
https://www.thelancet.com/journals/lancet/article/PIIS0140-6736(20)30183-5/fulltext




1. 2019-nCoV의 정체

    코로나바이러스란 외막형 RNA 바이러스(enveloped RNA virus)의 일종으로, 사람이나 기타 포유동물, 조류들에게 전파되어 호흡기계, 장관계, 간장계, 신경계적인 질병을 일으킵니다.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알려진 것은 총 6종류가 있었습니다.


이 중 4가지는 사람들이 흔히 걸리는 감기의 일환으로 보통 면역 수준으로 충분히 자연 치유될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Human coronavirus 229E

Human coronavirus OC43

Human coronavirus NL63

Human coronavirus HKU1


다른 두 종류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으로 인수 감염(zoonotic) 즉, 동물이 갖고 있는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전파된 것입니다. 인류가 기존에 노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은 이들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SARS-CoV)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MERS-CoV)


이 두 바이러스는 모두 박쥐에서 기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스의 경우, 박쥐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중국 광둥 성 로컬 시장의 사향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돼 2002년과 2003년에 확산되었습니다. 메르스단봉낙타를 거쳐서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2012년 중동 지역에서 유행했습니다.


나무위키-박쥐
나무위키-사향고양이
위키백과-단봉낙타


그리고 2019년 12월에 다시 한번 이러한 인수 감염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 지역에서 등장했습니다. 의료진은 이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나오는 바이러스 계열의 일종이지만 사스나 메르스와는 다른 종류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2019-nCoV라는 새로운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로 명명했습니다.


정리해보면, 중국 우한 지역에서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에서 기원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된 것으로, 사스나 메르스와는 달리 중간 전파자 역할을 한 동물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 것입니다. (물론 박쥐에서 직접적으로 전파되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연구에 의하면 해당 바이러스가 뱀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것이라는 견해가 발표되었습니다. 상호 간에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야생동물을 조심하라는 말은 여러 방면으로 분명한 사실인 것 같네요.

New coronavirus may have 'jumped' to humans from snakes, study finds



2. 유행 근원지

    중국 후베이 성 우한시 중에서도, 화난 수산시장(Huanan seafood market)이 유행에 직접적인 통로를 제공한 근원지로 논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화난 수산시장에서는 각종 야생동물을 판매했다고 하며 위생 상태도 불량이었다고 합니다(2020년 1월 1일 자로 중국 보건 당국이 폐쇄 조치한 상태입니다).


Getty Images-Huanan Seafood Market Closure


논문에 따르면, 41명의 환자들 중 27명이 화난 수산시장을 직접적으로 접한 이력이 있다고 합니다(66%). 한편 41명의 환자들 중 증상이 심각해져 중환자실로 이전된 환자는 13명인데, 그중에는 9명이 수산시장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그 비율이 더 높아집니다(69%). 즉 화난 수산시장에서 팔았던 특정한 야생 동물들이 직접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를 유발했고, 이에 노출된 사람이 이후에는 사람대 사람 감염으로 해당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역학 경로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논문에는 첫 번째 fatal case에 해당하는 사람이 해당 수산시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이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 새로운 정보 업데이트합니다(1월 28일)

대표적인 과학 학술지 "Science"에서 새로운 주장이 발표되었습니다.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이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위 논문에 나온 41명의 환자 중 13명이 수산시장과는 관련이 없고, 심지어 12월 1일에 증상이 처음으로 나온 첫 환자 역시 수산시장에 노출된 이력이 없다고 합니다. 잠복기가 있단 점을 감안하면 11월에 처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11월부터 중국 우한시에서 바이러스가 등장해 있었던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바이러스가 도시에 이미 존재하다가 수산시장으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므로, 바이러스의 첫출발이 화난 수산시장이 아닐 가능성에 주목해봐야 합니다.

주목할만한 주장인 것 같아 추가적으로 첨부합니다. 링크 연결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들어가서 읽어보세요!

Wuhan seafood market may not be source of novel virus spreading globally



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코호트 분석

    연령을 살펴보면 25~49세의 환자가 20명으로 제일 많았고(49%), 50~64세가 14명(34%)으로 그다음을 차지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해당 코호트에 18세 미만의 소아 청소년 환자는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9개월 영아가 확진을 받았다는 사실이 최근에 발표되었던 것을 볼 때, 그다지 중요한 점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연구자들 스스로도 마지막 한계 부분에 이를 exposure bias로 지적했습니다.


기저질환 여부에 대해서는 41명의 환자 중 13명 정도만이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을 갖고 있었습니다(32%). 한편 중환자실로 이송된 13명의 환자들 중에서는 5명(38%) 만이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자각 증상

대표적인 증상으로 나열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열(98%), 기침(76%), 근육통 혹은 피로(44%)


비교적 덜 흔한 증상으로는 이러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객담 생성(28%), 두통(8%), 객혈(5%), 설사(3%)


또한 절반 이상의 환자들(55%)이 호흡 곤란을 겪었고 그것이 심해지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기계적 인공호흡, 중환자실 입원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논문에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간의 증상 간 유사점과 차이점도 서술했습니다.

유사점: 열, 마른기침, 호흡곤란, 폐 양측에 뿌옇게 보이는 유리 음영(bilateral ground-glass opacities)

차이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들은 상기도 감염 증상(콧물, 재채기, 인후통 등)이 잘 나타나지 않아, 해당 바이러스가 주로 하기도 쪽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메르스나 사스 때 간헐적으로 나타났던 설사 증상과 같은 장관계 증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은 것 역시 특징적이라고 합니다.

다만 연구자들은 마지막에 연구의 한계를 서술하면서, 상기도 쪽 시료가 수집되지 못했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즉 해당 바이러스가 하기도 쪽에만 감염을 일으키는지는 조금 더 연구가 진행돼야 확실할 것 같네요.


그 외 이학적 검사 결과도 해당 논문에 첨부되어 있으니 더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은 The Lancet 논문 링크로 들어가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열을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또 하나의 대표적인 의학저널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폐렴의 증상이 악화됨에 따라 열이 감소되는 환자 사례도 있었기에, 열이 없거나 떨어졌다고 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보자와 접촉 여부 및 호흡기 감염 증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논문

A Novel Coronavirus from Patients with Pneumonia in China, 2019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001017?query=featured_home


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

    아직까지는 백신이 없고 치료제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해당 논문에서도 의료진들은 다음과 같은 조합을 쓰면서 해당 치료제의 유효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41명 환자 전원이 항생제 치료(antibiotic treatment)를 받았습니다.

41명 환자 중 38명의 환자가 항바이러스제(antiviral therapy)인 oseltamivir를 처방받았습니다.

41명 환자 중 9명의 환자가 스테로이드제(systematic corticosteroids)를 처방받았습니다.

(oseltamivir는 우리가 독감에 걸렸을 때 흔히 처방받는 약으로 품명 타미플루(Tamiflu)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해당 논문에서는 스테로이드제 처방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스나 메르스 때도 스테로이드제 처방을 활용했으나, 이러한 방식이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유의미하지 못했고 오히려 바이러스 제거를 지연시킨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사스, 메르스랑 유사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지 불분명한 상태였기에, 의료진들은 증상이 중하지 않은 환자들에게만 극히 제한적으로 스테로이드제를 활용했다고 서술했습니다.


항바이러스제 자체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데 크게 도움을 주진 못합니다. 다만 lopinavir와 ritonavir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결합해 사스와 메르스 환자들에게 처방했을 때 효과적이었다는 사례가 발표된 적이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에게도 이를 써보는 치료를 해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두 약물은 HIV 치료제로서 활용되는데, 아직까지는 그 어떠한 약물적 치료도 완벽하게 코로나바이러스를 타케팅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이라도 고안해내서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6. 최종 정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상태였기에 이러한 사례 하나하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대상자 수가 적고 일부 변수에 대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기에, 확실한 정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조금 잠잠해질 때 즈음에서야 나오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무튼 논문에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 메르스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그래서 신종이다.

박쥐에서 기원한 바이러스로 추정하며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의 야생동물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열이며, 그 외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다.

확실한 치료제가 없어서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스테로이드제 등과 같은 약물을 투입하지만, 환자 스스로의 면역력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하기만을 기대한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논문의 결론이 약간 허무하지만, 예방만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믿을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어요!!

사람 많은 데를 피하고, 손 씻고, 마스크 잘 끼고 다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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