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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밥만 하다 갈 거야?

나도 맛있는 거 사 먹고 싶어

by 최 콩

우리 가족은 작년 7월부터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 중이다. 가족이 생활하기에 한국과 미국이 각기 장단점이 있으나 미국생활의 대표적인 단점 중의 하나는 외식물가가 한국에 비해 높고 만족도는 낮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외식을 하면 세 가지에 놀라게 된다는데 첫째가 가격이고 둘째가 맛이고 셋째가 팁이라고 한다.


만족스럽지 않은 미국 첫 외식의 기억


우리 가족 미국 첫 외식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지난여름 버지니아 올드타운인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했다. 시간 남짓 주변관광을 하다가 가족들이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기에 맘카페에서 추천받은 이탈리아 음식점으로 갔다.

남편과 아이들이 각기 먹고 싶은 스파게티 세 종류와 나는 조각피자 한쪽을 시키고 음료는 두 잔만 주문하여 눠마시기로 했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음식의 맛은 한국 동네 스파게티 집에 비해 했고 양도 적었으며 가격은 한국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80달러 가까이 되었다.


그런데 거기에 점심 식사 팁으로 20퍼센트를 추가하니 총 96달러, 환율로 따지면 14만 원 가까이를 점심 한 끼에 , 소화도 잘 안되고 고기도 없는 밀가루 따위(?)에 쓰다니, 리가 만일 어렸다면 어른들께 등짝을 맞을 일이었다.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첫 외식을 한 뒤 두 번째 세 번째 외식 또한 불만족스러웠고 가격을 생각하면 미국에서의 외식은 나에겐 사치요, 더 나아가 가정경제를 좀 먹게 하는 죄악럼 느껴졌다.


집 밥! 미국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절약방법


이러한 연유로 한국에서 온 엄마들은 미국에서 음식솜씨가 하루가 다르게 는다. 맘카페에서는 쉽고 편리한 레시피를 공유하고 한국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미국 마켓을 소개하면 '좋아요'를 많이 받게 되고 그 주의 인기회원이 될 수 있다.


나 또한 내가 유일하게 미국에서 생활비를 아끼는 방법은 외식을 줄이 집빕을 하는 일이었다. 매일 아침 두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는 것과 어떻게 하면 가족들의 입맛에 맞으면서 나에게 비교적 힘들지 않은 경제적인 삼시 세끼를 제공하는 것이 나의 미국 생활의 주된 임무 된 것이다.


미국에 온 지 두 달 정도 되자 아이들 도시락 메뉴인 김밥, 샌드위치, 핫도그, 삼각김밥, 볶음밥 등은 바쁜 아침시간에 후다닥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남편이 재택 하는 날은 그날 아이들 도시락을 싸준 재료를 활용하여 밥을 만들어 주고 사무실에 나갈 때에는 아이들과 같은 도시락을 싸주었다.

아이들 샌드위치 도시락을 싼 날에는
남편도 샌드위치 점심을 제공

그 덕(?)에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외식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한동안 우리 가족에게 외식이란 집 앞 마트에서 행사하는 5 달러 밀(특가행사로 요일별 품목을 정한 알뜰상품) 정도만 허용되고 나는 마치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성실하게 집밥을 만들어 냈다.


미국에서 밥만 하다 갈 거야?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다.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참치마요 삼각김밥 도시락을 만들고 같이 먹을 포도와 오렌지도 준비하고 만두도 찌고 구워서 함께 넣어준다. 아이들 도시락 싸기가 끝이 나면 남편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6시에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일어난 남편이 오늘의 도시락 메뉴를 슬쩍 보니 나에게 묻는다.


" 도시락 싸기 힘들지 않아?, 이제 내가 재택 하는 날은 우리 점심 때 외식할까?."

" 에이 뭐 하러.. 똑같이 하나 더 싸면 되는데 뭐.."

" 미국에서 밥만 하다 갈 거야?"


남편의 이 말에는 마치 일처럼 밥만 하는 나의 노고를 알아주는 마음과 함께 '나도 미국에서 맛있는 음식 사 먹고 싶어'의 의미도 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래.. 6개월 동안 너무 집밥만 하긴 했다.. '

우리는 바로 그 주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인들에게 검증된 비싸지 않은 외식을 하기로 한다.


아는 만큼 맛있는 미국이구나


우리는 한국인들이 귀국하여 그리워한다는 미국 음식점 1) 치폴레 2) 칙필라 3) 파네라를 순차적으로 방문하였다.


1) 치폴레(chipotle)는 멕시코 음식 브리또와 브리또 재료를 샐러드 볼에 담아 판매하는 미국 내 프랜차이즈이다.

치폴레(chipotle) 부리또 볼

고기 종류(닭, 소, 지고기)를 취향껏 선택할 수 있고, 살사 소스도 맵기 별로 고를 수 있다. 특히나 좋았던 점은 밥대신 내가 좋아하는 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콩도 검은콩과 핀토빈(pinto bean)으로 불리는 콩 두 종류가 있다.


2) 칙필라 (chick fill a) 버거는 신선한 A등급 치킨 필레로 버거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앱을 이용하여 주문을 하면 도착할 때쯤 음식이 만들어져 갓 나온 따끈한 버거를 먹을 수 있고 '소스 천국 미국' 답게 다양한 소스를 추가로 선택하여 먹는 재미가 있다.

칙필라(chick fill a) 디럭스 버거

남는 소스는 아이들 도시락을 쌀 때 활용하기에도 만점이다. 또한 버거 번(bun) 대신 양상추를 선택하다면 빵대신 양상추에 치킨필레를 위아래로 감싸 주는데 좀 더 건강하고 특별한 버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3) 파네라 브래드(panera bread)는 멤버십 제도로 유명하다. 한 달에 일정금액을 내고 가입을 하면 2시간마다 무료로 제공되는 아메리카노 등 음료를 먹을 수 있고, 뉴할인 등 혜택이 있다. 샌드위치뿐 아니라 수프로 유명한데, 미국 내 일반 마트에서도 구입하여 매장에 가지 않더라도 쉽게 수프를 즐길 수가 있다.

파네라(panera bread)의 수프와 샌드위치가 함께 나오는 pick two 메뉴

우리가 간 세 곳의 음식점은 공통점이 있다

앱을 이용하여 주문을 하여 '음식주문하기'에 나처럼 영어 울렁증이 있는 사람에게주문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고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점은 별도의 팁 없이 식사를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물론 생일이나 특별한 날엔 팁을 내는 좀 더 근사한 레스토랑을 가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외식을 하고 싶을 때에는 미국의 팁문화는 여간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으로 주문하여 내가 직접 받아서 매장에서 먹거나 집으로 가져오면 되니 대면 서비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맛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검증된 것처럼 '우리도 한국인이구나 '라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안전하고 맛있는 맛이었다. 아는 만큼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미국이다.


게다가 아닌 척했지만 삼시 세끼 지친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남이 해준 밥 아닌가?


물론 여행지에서 아무런 정보 없이 우연히 들어간 음식점에 만족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여행의 즐거움이 되겠지만, 불만족이 높은 외식 환경에서 위험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선배들의 경험을 빌려보는 것 또한 '슬기로운 미국 외식 생활'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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