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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이 Jun 12. 2024

[일일지음] 옛 추억,  먹구름 감정

먹구름은 지나가지 않아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 먹구름 감정


문득  옛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때는 1999년 여름이다. 서울로 처음 전학 와서 염창동이라는 동네에서 살았었는데 그때 만났던 선생님의 기억이 여름 더위만큼 꿉꿉하고 손에 땀이 났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박혀 있다.


그 해에는 전학도 많이 다녔다. 그 달의 마지막 주에 전학을 가서 학교 급식비 처리가 애매했는지 그 선생은 엄마에게 이번 달 급식비는 납부를 안 하셔도 될 거 같다고 말을 해주셨다한다. 이 말을 듣고 누군가는 친절한 느낌의 선생님이다라고 생각할 거다. 단 한 명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우리 엄마만 빼고 말이다. 20년이 지나고  나서 엄마가 그 선생을 추억하길 인상이 좋지 않은 분이었다고 한다. 무언가 다른 목적이 있는 거 같은데 형편상 그러지 못했다고.. 이때는 고생하신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과 함께 적절한 보상들이 오고 갔던 시기이니 합리적 의심이라 생각한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전학 첫째 날이었다. 점심시간에 밥을 맛있게 먹고 있는 나를 그 선생이 손짓으로 불렀다


 "너는 이번 달 급식비를 납부하지 않았으니 아이들 밥 다 먹고 남는 밥을 먹어야 된다"


남아 있는 밥이 충격이었는지 엄마한테 말도 안 하고 급식비가 납부될 때까지 며칠 동안 밥을 굶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있다. 그 선생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앉아 있는 나를 알아챘다. 나와 시선을 마주 하면서 밥을 먹고 있는 선생님의 무표정한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그 교실의 공간은 지금까지 나에게 답답한 공기가 흐르고 있다. 기억력이 그리 좋은 편도 아닌데 학창 시절 안 좋은 기억과 그때의 좋지 못한 감정은 생생하게 남아있다.


선생님의 말 한미디도 기억에 남는데


학폭은 어떨까..?


문득 스쳐 지나간 옛 기억들이 참 씁쓸하다.


시간이 20년 지나고 엄마에게 웃으며 그때 그 선생에 대해 말하니 엄마의 씁쓸한 웃음 뒤에 속상함이 보여 마음이 불편했다.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안 좋았던 감정은 그대로 남아있다. 남아 있는 감정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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