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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이 Jun 08. 2024

대중교통 유랑극단 첫 단추

문학공연 기획



연극배우라면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시작할 때부터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그냥  힘들었다. 이 글을 적으면서 나의 배우 생활이 힘든 원인이었던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몇 명의 인물이 있으니 그중 한 명 C 여배우. 그해 나이 50대로 추정한다. 공연 연습할 때  눈살 찌푸리게 괴롭혔었다. 인성이라는 단어를 말아 드셨는지 지금 생각해도 그 인물은 참... 못됐었다. 일화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적어보겠다. 아무튼 활동성은 없는 배우였다. 대학로에서 먼지처럼 사라진 줄 알았던 어느 여배우는 티브이 드라마에서 교도소 수감자로 나와 교도소 내에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단역배우로써 간간이 방송에 나왔었다. 방송에서 자신과 똑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너무 찰떡인 캐스팅이라 생각했다. 단역배우로써는 오래가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 이후 그 배우를 티브이건 연극 무대 위에서건 볼 수는 없었다.  확신하건대 요즘 이슈인 인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배우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해야 한다. 그 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어야 되는데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질 않는다. 어릴 때는 감출 수는 있겠으나  그 본성의 흔적이 나이를 먹고 외형적인 모습 얼굴(인상, 표정)과 쓰는 말투에서 저 사람의 진짜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그 경우 사람 자체가 비호감으로 보일 때가 있으며 그 인물이 연기하는 캐릭터는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나 또한 세월의 흔적이 좋게 녹아내려지길 바랄 뿐이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추락했던 그 시기에 나의 이야기다. 연극배우로 대학로에 나온 지 몇 해 되지 않았었다. 참 이상했다. 좋아하는 공연을 하고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웃음기 활짝인 행복은 내가 암전처럼 보이지 않는 건지 그 시기에는 스쳐 지나가지도 않더라... 뭐 너만 힘드냐? 라고 할 수 있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힘든 건 힘든 거였으니 힘듦의 무게를 나누는 게 의미가 있지 않다.


그 시기에 나는 아무것도 완성된 게 없는 그저 그런 시기였다. 연기를 함께 하고 있는데 혼자 하고 있는 거 같고 공동체로 함께 만드는 작업보다 집에서 독백 책을 보며 혼자서 중얼거리는 시간이 상당히 많았다.


독백의 의미는 배우나 상대 없이 혼자서 중얼거릴 수 있는 대사이다. 사전적 의미를 좀 더 보태자면 인물의 심리상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다.


배우는 작품이 끝나고 다른 작품이 이어지지 않으면 혼자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생긴다. 무언가 배우기도 하고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그 시기  자존감이 바닥으로 추락해 있으니 무언가 도전하는 게 무섭게만 느껴졌다. 안톤 체홉의 희곡 갈매기 속 니나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쳤어요. 난"이라는 대사가 공감이 됐는데 그때 내 심정도 비슷했다. 근데.. 니나는 여러 곳을 돌며 순회라도 하고 연기도 많이 하고 인생의 여러 굴곡을 지나 지치기라도 했지... 나는 도대체 한 게 뭐가 있다고 지치는 건지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한 게 아무것도 없어서 말이다.


그 당시 내 스스로 쉽게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던 독백 대사들을 읽어 보며 그리고 기록했던 내 스스로 마음을 잡는 이야기들이 적어보며 혼자서 버티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었던 거 같다. 그 당시 다방면으로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관심은 지금 생각하면 정서적인 안정감이 필요 해서였다.  쉴 때는  뭘 많이 배우러 다녔다. 다양한 경험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있었고 그 순간에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스스로에게 많았으며 그 말은 내가 그 당시 간절하게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위로가 아니었을까 쉽다.


문학공연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내가 중심이었다.

그 속에는 다양한 키워드 이야기가 숨어있다. 학창 시절 멘토가 존재해서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으면 어땠을까? 배우 생활을 하면서 혼자 견뎌야 되는 순간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더라도 그 당시 암울했던 모습이 아닌 더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문학공연 독백 콘서트는 서울특별시에 후원을 받아 제작을 하게 됐지만 기획 아이디어가 갑자기 번뜩 생기지는 않는다. 연극 무대에 쉽게 오르기 힘든 경험담에서 왔으며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다 보니 독백으로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많이 했다. 오랜 기간 상상한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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