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음이 Jun 22. 2024

대중교통 유랑극단 우연한 기회

문학공연 기획

무언가 의지는 있고 공연을 해보고 싶은데 방법은 모르겠고 더럽게 인생 안 풀린다 생각했던 그 어느 날이었다. 그럴 때 있지 않나? 인생이 꼬여가고 있는 게 내 눈에 보이는데 그 꼬인 걸 풀 방법을 도저히 모를 때... 그 시기 때 무언가 도전하면? 내 경험상 다 안된다. 그냥 흘러가게 내려놔야 된다는 걸 시간이 훨씬 지나고 깨달았다. (토닥토닥) 이 시기 때는 배우로써 공연도 안 들어온다. 이미 대외적으로 어린 나이에 공연단체 대표로 알려져 있어서 "너는 니꺼 하느라 바쁘지?"라는 인식이 타인에게 있었으며 아무리 안 바쁘다고 말을 해도 주변 인맥으로는 써주는 곳 하나 없었다. 그럼 오디션을 봐야 되는데 그 정도 노력을 할 만큼 배우를 하고 싶다는 의지는 없었다. 배우로서의 삶은 점점 멀어졌으며 먹고사는 게 1순위 우선이었다. 그래도 이왕 먹고사는 거 내가 업으로 하고 있는 예술로 먹고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하게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원서를 쓰지 않더라도 예술 지원 공고 올라오는 건 잘 챙겨 봤다. 지원서를 쓰고 싶어서라기보다는 그냥 궁금했다. 예술 단체들이 돈을 받아서 공연을 제작하는데 자기 작품 돈 안 들이고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게 부럽기도 했다. 이때까지는 지원서를 작정하고 쓰지는 않았었다. 지원서라는 걸 쓸 줄도 몰랐고 예산 항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도 몰랐으며 기획의도 작성하는 것도 너무 막연했었다. MBTI 극단적인 N과 P 성향이라서 앉아서 무언가를 써야 된다는 압박감이 상상만으로도 답답했었다. 근데.. 예술 지원 구조에 대해 계속 호기심은 있었다. 예술로 어떻게 하면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매일 수천 번 하니 먹고사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했다. 예술과 연계된 교육도 놓지 않고 열심히 했다. 그때는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극화로 확장하는 게 재미있었다. 타분야 강사진과 융복합 예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강사를 하면서 먹고사는 걱정이 없어져서 좋았지만 돈이 목적이 되니 금방 지치더라.


우연히 서울특별시에 공고가 하나가 올라온다. 청년 예술인 만 34세 이하였나 더 어렸나.. 이 나이 대상으로 월별로 활동비를 당해 연도에 주며 제작비를 지원해 준다는 공고였다. 프로젝트 모임도 가능하다. 당시에는 청년대상으로 월별로 돈을 주는 것도 신기했는데 그 금액이 무려 단체당 최대 총 오천만 원이었다. 대충 봤을 때 이 프로젝트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근데 단 한 줄의 문구로 지원서 쓰는 걸 포기했다.



예술인 증명서가 있는 예술인은 청년대상이라도 이 사업에 지원할 수 없다


증명서가 있어야 지원 가능한 사업이 아닌.. 있으면 지원이 불가능한 사업? 이건 무슨 말인가?? 그럼 청년예술인은 다 지원이 안되는 건가? 아마추어 예술인을 지원해 주겠다는 건가? 이 문구 한 줄로 많은 청년예술인들이 서울시에 항의가 들어 갔다고 한다. 많은 청년예술인의 항의로 공고된 내용은 수정됐다. 예술인 증명서가 있어도 지원 가능하다로... 사업이 왜 이렇게 말이 바뀌냐 할 수 있지만 처음 나온 사업이고 시행단계라서 그렇다고 한다.


공고문 수정된 문구를 늦게 확인했다. 지원서 마감 이틀 전이었을거다. 지원서 양이 상당히 많았다. 언제나처럼 고민을 한다. 써볼까.. 말까.. 써봐?.. 말어?..(혼잣말) 나는 공연을 함께 할 멤버도 없고 대본도 없고 어떤 공연을 할까? 고민하는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였다.


친구 한 명을 꼬신다. K 군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을 설명하고 멤버를 모아보라고 지시한다. K 군은 행동대장이다. 무언가 사람을 모으거나 추진하는 거는 잘한다. 나는 K 군이 행동대장 노릇을 할 때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지원서를 쓰는 건 생각보다 더 더 더 더 힘들었다. 안 쓰던 지원서를 왜 쓴다고 해서.. 혼자만 알고 있으면 포기했을거다. 근데 나는 이미 행동대장을 한 명을 꼬셨고 그 행동대장은 다단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또래 친구들 2명을 꼬셨다. 이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모아 놓고 보니 다 배우다. 이 사업의 특성상 정산부터 모든 걸 다 예술인이 해야 돼서 무언가 꼼꼼한 사람 한 명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주변 지인 중 제일 꼼꼼하다고 생각하는 L 양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하고 멤버로 확정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멤버는 다 모였다. 개인별 이력서도 써야 하고 무슨 학위 증명서인가도 내야 되고 하... 이거는 각자 준비하는 거니 개인별로 내야 될 거 공지했고... 이제 지원서를 써야 된다. 뭐부터 쓰지? 고민만 몇 시간 했다. 근데 불현듯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창작글.. 독백. 모놀로그극. 콘서트. 독백콘서트.. 연극콘서트..다양성..



생각한걸 한글파일에 나열해봤다. 그리고 뭐라도 적기 시작했다.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 대중교통 유랑극단 첫 단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