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몇 안 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1. 구구절절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너무 수다쟁이라서 말하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필요 이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이야기 하지만, 공적인 일로 대화를 하는 경우, 개인사에 대해, 배경에 대해 구구가 절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예 1) 신용카드 회사에 전화해서 최대 사용 금액 기준을 높여야 하는 경우
예 2) 서류를 발급받거나, 공공기관에 무엇인가를 신청하거나, 승인받거나, 인증서를 요구할 경우
다음은 약간 다른 상황이지만, 이랬던 적도 있다.
예 3) 미국에서 사무실에 첫 출근을 한 날, “부서원들끼리 생일을 챙겨주니까 네 생일도 말해줄래?”라는 말에 “00년 0월 0일이요!”라고 하니 마치 들으면 안 되는 걸 들은 냥, 기겁을 하며 “오! 노노노노! 몇 년생인지는 말 안 해도 돼!!”(나이, 인종, 출신 등에 의해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에 의한 사항이기도 하다.)
예 4) 직장동료 : “이번 주 수요일 점심 같이 할래? ”
나 : “이번 주는 좀 힘들 것 같아.”
직장동료 : “OK”
한국에서는 용건 없이 단둘이 식사를 할 만큼 가까운 동료 사이라면 “왜, 그날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었을게 분명하지만 여기는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2. 정말 더치페이가 생활화되어 있다.
“다음 주 수요일 멕시칸 식당 가서 밥 먹을래?” - 더치페이
“스벅에서 차나 한잔 하자” - 더치페이
“우리 부서 00 씨 퇴직기념으로 희망자들만 00 식당에서 점심 먹는다네? 너도 갈 거지?” - 더치페이
3. 집 창문의 블라인드 혹은 커튼을 열어두지 않는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환기도 안 시키는지, 그냥 하루 종일 에어컨디셔너 겸 히터를 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도통 창문을 열어놓지도, 블라인드를 올려두지도 않는다. (참고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위험한 동네도 아닌데 그렇다.)
가끔은 집안에 누가 살고는 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 추측하건대, 개인의 사생활을 노출한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반면 우리 집은 매일 하루 종일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 밥하고 고기 구워 먹고 간식 먹고 밖을 내다보며 햇볕도 만끽하고 계절의 변화도 즐겨본다. 이웃들이 ‘저 집은 하루 종일 요리하고 먹는 일만 하나 봐’라고 생각할 것 같다.
4. 식사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요리를 사랑하는 마사 스튜어드 같은 분들은 예술적으로 한끼 한끼 차려내시겠지만, 그런 분은 본 적이 없다. 샐러드 하나, 샌드위치 하나, 도넛과 음료 등이 통상적인 식사.(그렇다.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 외식도 자주 하고, 외부 식당에서 Take-out을 정말 많이 한다. 우리 집과 가까이 지내시는 혼자 사시며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시는 아저씨 그리고 또 다른 이미 퇴직 후 별다른 직장이 없는 아주머니께서는 하루 한 끼는 무조건 외식을 하신다.
반면 나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장보고, 재료 손질하고, 요리하고, 거나하게 먹고, 치우고, 다음 끼니는 뭘 해먹을지 고민하는데 하루에 평균 6시간 이상을 할애하는 것 같다. 정말로.
미국의 식생활이 현대인에게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밥과 반찬과 국과 후식까지 준비하고 있는 나...
먹을 것에 대한 ‘의미부여, 느끼는 쾌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미국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은 많이 다른 것 같다.
5. 하루를 빨리 시작하고 빨리 마감한다.
우리 사무실의 경우 자율 출퇴근제 적용으로 모든 사람들의 출퇴근 시간이 상이하긴 하지만, 거의 7시까지 출근 – 4시 퇴근이 일반적이다. (06:30에서 15:30까지 일하는 사람도 있다.) 점심식사는 11시부터, 오후 4시 칼퇴근, 저녁식사는 늦어도 5시에 시작, 8시에는 집안의 모든 불 소등(이웃집들을 보면 정말 그렇다!), 9시쯤, 늦어도 10시쯤에는 잠자리에 들기.
너무 건강한 생활 방식인 것 같다. 밤에 깨어있고 활동하는 것, 늦은 시간까지 블루라이트를 보고(TV, 폰, 패드) 야식을 먹는 것이 우리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지 다 알고 있지만, 거의 모든 사람의 생활 패턴이 그러하니 나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임을 잘 안다.
꿈같은 이야기이지만 미국처럼 다들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일찍 마감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자고로 사람은 해가 뜨면 활등을 하고, 해가 지면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고루한 생각을 하는 나는 그렇다.
토요일에 열리는 플리마켓이나 야드 세일도 08시부터 1시까지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이라면 토요일 행사라면 일찍 시작해도 10시나 11시, 마감은 이르면 3시나 5시 정도일 텐데. 나 스스로도 그렇고 한국 사람들은 ‘토요일은 푹 쉬고 아침을 느지막이 시작하는 날’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데, 여기는 토요일도 할 일은 오전에 일찍 마무리하고 오후에 개인 시간을 만끽하는 분위기가 더 큰 것 같다.
무조건 미국의 방식이 옳다거나 좋은 것 같다는 생각보다, 와서 실제 미국 사람들을 관찰하며 “한국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위에 내용들이 떠올라 정리해 보았다. 다양한 생활방식을 보고 겪어봄으로써 내 생활도, 생각도 환기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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