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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Gold Aug 10. 2020

모유수유하다 정신 나갈 뻔 한 이야기

(사출이 뭐길래)

여차저차 아들 하나, 딸 둘을 딱딱 16개월 차이로 낳았다. 위에 둘은 연년생이고 막내는 바로 위와 2년 터울이다.  40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임신하고 낳고 다시 임신하고 낳고를 반복한 것이다. 그래도 임신이 체질인 사람인지 나는 입덧도 거의 없었고, 체중이 심하게 늘지도 않았고, 특별한 질병이나 괴로움 없이 나름 행복하게 잘 이겨냈다.(혹은 내가 워낙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라 그때의 괴로움을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 일수도 있다.)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어. 우리 집에 둘째 아이란 없어.”라고 말하는 여성들을 보면, 보통

1. 난임 혹은 신체상의 문제로 임신을 너무 힘들게 했거나

2. 입덧이나 두드러기, 불면증, 두통 등으로 임신 기간이 너무 고통스러웠거나

3. 출산 당시의 고통이 너무 컸거나(사실, 말해 뭐해요)

4. 출산 후 회음부의 상처가 너무 깊어 고통을 겪었거나

5. 모유수유로 고생한 경우

의 문제들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산모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위 나열된 다섯 가지 이외에 물론 경제적인 이유, 배우자와의 육아 분담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서는 패스)    

그리고 5번 모유수유로 말할 것 같으면

   1) 분유를 먹이지 않고 완전 100%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데 모유가 잘 안 돌거나

(몸이 선천적으로 모유를 잘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발 “미역국을 안 먹어서 그렇다. 더 자주 물려라. 노력하면 다 된다.”라고 하지 마세요)

   2)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데 모유가 그때그때 잘 빠져나오지 않아

     ① 아가가 처음에 빠는 힘이 부족한 경우

     ② 아가가 먹는 양보다 모유가 너무 빨리, 많이 만들어지는 경우 등등

     돌덩이처럼 단단해지고 몸에 열이 오르고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아픈 경우 = 젖몸살

      등이 있겠다.

나는 4번 사항을 약간 겪긴 했으나 첫째 때 이후로는 괜찮았고, 기타 다른 사항들은 다행히 다 견딜 만했다. 역시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울리는 분야가 하나 있었으니... 5번 모유수유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은 바로 사출이 너무 심한 것!(다시 한번, 모든 산모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닙니다)

용어도 낯선 사출이란 과연 무엇인가.

* 사전적 의미의 사출 : 밖으로 내쏟다.    

사출 하다 [射出] - 다음 사전 -

① (사람이나 기계가 액체나 가스, 탄알 따위를) 쏘아서 내보내다.

② (사람이나 기계가 연기나 물을) 한 점에서 부채꼴로 뿜어내다.

즉, 너무 심하고 강하게 촤아악!! 하고 모유가 뿜어져 나오는 것을 뜻한다.

마치 고무호스 끝을 눌러서 물줄기를 강하게 만들면 맞았을 때 아플 정도가 되는 것처럼...     


첫째 아이이기도 했고 자연주의적인 육아를 지향하던 때라 모유수유에 대한 나의 욕심은 대단히 컸다. 나는 가슴에 통증도 없었고 아이도 힘차게 잘 먹고 하니 모든 게 완벽했지만, 매번 처음에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 그때부터 미친 듯이 날카롭게 쫙쫙 뻗어 나오던 모유 줄기는 우리(나와 우리 아들)를 당황하게 했다. 사출이 너무 심해 여린 신생아는 얼굴 전체가 모유로 뒤덮이고, 입으로 들어간 모유가 코로 나오고, 사래가 들리고, 기침을 하고,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그럴 때 아가들은 참수당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고 한다. 세상에.) 

‘이러다가 아이가 모유를 완전히 거부해 버리면 어쩌지?’하는 걱정과 “아니 너는 애 엄마라는 사람이 왜 애를 울리니!?”라며 아들을 데려가시는 시부모님의 무지하고 날카로운 말씀들 때문에 정말 너무 괴로워서 엉엉 울었다.    

'사출' 이라고 검색을 해 보아도 관련된 경험담, 설명 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모유수유할 때 사출이 너무 심해요 어쩌지요?”라는 질문들만 많았을 뿐.     


내가 둘째와 셋째를 낳고 모유수유를 해보니 왜 첫째 때 사출이 심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1. 첫 임신 때는 가슴도 무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우유도 꽉꽉 리필이 잘된다. 그러니 뿜어져 나올 수밖에.

2. 유축을 너무 열심히, 고강도로 한 것.

   유축기는 가슴의 앞부분만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모유를 빼 내기 때문에 모유가 빠져나오는 부분만 자극이 되어 길이 뚫려 너무 쉽게 나오게 만든다. 아기가 빠는 속도, 그리고 강도와는 다르게.    


그리하여 나의 해결책은

1. 일부러 유축을 의무적으로 하지 않고, 차라리 자주 아이에게 직수(직접 모유수유)를 했다.

   (둘째 때는 아주 가끔만 유축을 했고, 셋째 때는 유축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2. 모유수유 전 전 가재 수건을 가슴에 대고 손으로 최대한 많이 짜내고 아이에게 먹였다.

(처음에는 짜서 버리는 모유가 아깝기는 했지만, 처음 나오는 모유는 나중에 나오는 모유에 비하면 물과 같으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3. 인터넷 기사에서 발견했었던 “젖 물리는 아이 자세를 가능하면 수직 상태로 세우기(옆으로 뉘이지 않고 마치 아기가 서 있듯이 자세 잡아주기)”

4. 그리고 역시 시간이 답이었다.    

신생아를 양육하는 동안 너무 심한 모유 사출이 나의 가장 큰 스트레스(우울증 운운할 정도였습니다)였는데 어느덧 아가도 나도 그리고 나의 가슴도 서로에게 적응하고 익숙해져서 우리만의 패턴을 찾아가게 되었다.    


내가 세 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은 나도 모든 현상들을 경험했다고 해서 고 다 아는 것은 절대 아니다. 100명의 여성이 임신을 하면 100가지 다른 증상이 나타날 것이다. 출산과 육아도 마찬가지이고.    

사출이 심해서 모유수유가 괴로운 엄마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 글자 적어보았다. 적고 보니 두 가지 마음이 든다.


‘그런 시절도 있었지...’ 

그리고

‘인생이 모유수유지 뭐. 정신이 나갈 만큼 당황하다가 나만의 해결책을 찾고, 또 문제가 찾아오고 이겨내고를 반복하는 것.’    


#모유수유 #사출 #신생아케어 #엄마의스트레스 #해결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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