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무엇을 물려주고 싶길래.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하나.
환경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전시관을 막 빠져나온 가족이 보여준 행태에 너무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느티나무 그리고 길게 늘어선 나무줄기를 거침없이 쥐어 잡아 그네 마냥 타는 가족. 좋다고 사진 찍는 엄마나 어떤 줄기가 더 튼튼한지 아들에게 알려주는 아빠나. 기가 막힐 노릇이다.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은 걸까.
아이만 즐거우면 된다는 마음일까. '환경 지키라는 전시 보고와서..ㅋㅋㅋ'라고 말하며 그런 행태를 보이는 걸 보면 완전 무지한 건 아니지 싶다.
차라리 아예 무지하기라도 했으면..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고스란히 아이에게 자리 잡는 건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만큼 당연한 이치다.
그 아이에게 오늘은 어떤 날로 기억이 될까? 환경을 지켜야 된다는 다짐이 새겨진 날일까? 아니면, 느티나무 줄기 타고 신나게 그네를 탄 특별한 경험을 한 날?
부모에게는 어떤 날로 기억될지 따윈 관심 없다. 그저 제발 그렇게 키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굳이 어린이정원에 예약까지 해가며 아이를 데리고 와서 그런 경험을 시켜줄 바에야 다른 곳에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행위는 잘못 됐고, 나무 더 나아가 자연을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오늘 그 아이에게 자리 잡긴 힘들었으리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를 키우고, 고민하고 행동했으면 한다.
아니, 최소한 민폐는 끼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