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의 폭발적 성장
저녁에 내 육아우울증 이야기를 트위터에 와다다다 털어놓다가 문득 아기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아기는 급성장기에 양육자인 나를 말려 죽일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보이곤 하는데 난 그맘때쯤 되면 엄청난 육아우울증으로 자살사고에 휩싸여서 이 느낌을 놓칠 때가 많다.
우리 아기의 급성장기에 보이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1. 잠퇴행
새벽에 한 시간마다 깨서 울거나 혼자 논다. 당연히 나는 못 잔다… 낮잠도 안 잔다. 두 시간 자던 잠을 30분 컷 한다. 물론 잠투정은 덤이다
2. 먹테기
정말 신기한 게 못 먹는 거랑 거부하는 거랑 좀 다르다. 먹긴 하는데 초예민킹 아기가 된다. 집어던지고 짜증 내고 해 달란 게 많다
3. 이유를 알 수 없는 짜증
아마 이때의 우리 아기 비위를 맞출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본인이 짜증을 내면서도 아마 트집인 거 알고 있을걸…? 이거랬다가 저거랬다가 이거 아니고 저거 아니란다.
저 세 개가 동시다발적으로 독박육아러인 내게 닥쳐오면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
어쨌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하면서 아기는 크게 세 가지 성장 패턴을 보이고 있다.
1. 언어 성장
정확히 명칭을 알고 지칭해서 쓰는 단어 사용
- 엄마, 아빠, 맘마
이전에는 옹알이에 가까웠던 단어라면 요즘에는 정확한 지칭으로 쓰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을 단어로 표현
- 딸기 바나나 귤 까까
최근 일주일 전부터 폭발적으로 단어를 정확히 말하기 시작했다. 집 어디에 놓여있는지 위치를 알고 정확히 지칭하며 여러 가지 그림이나 사진, 장난감을 보고 말할 줄 안다.
동물표현
- 코(알라) 으르렁(호랑이)
인형이나 그림, 사진을 연결 지을 줄 알며 집합으로서의 특징을 이해하고 있다.
2. 몸짓언어 성장
표현언어로서의 몸짓언어
- 주세요, 더 주세요, 아니야, 배고파요, 잘 먹었습니다, 고마워요, 안녕, 이리 오세요, 방에 갈래요.
그동안 훈련했지만 모방에 불과했던 몸짓언어들을 자기가 필요할 때 쓸 수 있게 됐다.
일의 순서를 알리는 몸짓언어
- 손 씻어요, 세수해요, 양치해요, 응가했어요
특히 대변을 보고 나면 기저귀를 만지며 화장실을 가리키는 행동에서 깜짝 놀랐다. 자기가 대변을 봤다는 것도 알고 그런 다음의 행동을 표현할 줄 아는구나.
단어를 표현하는 몸짓언어
-파닥파닥(새), 머리(머리어깨무릎 노래),
반짝반짝(작은 별 노래)
율동이 들어간 노래나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줄 알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인간 세이펜이 되었다.
3. 소근육 사용의 발달
좀 더 섬세한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힘의 방향을 제대로 모르거나 누르기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돌려보고 조작하고 긁어보려고 한다.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귤이나 바나나 같은 과일의 껍질을 깔 줄 알게 되고 떡뻥 봉지를 열어보고 뚜껑을 여닫는 일이 능숙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