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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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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Sep 14. 2023

40. 발톱 피고임

발톱 상처가 났을 때 대처방법

활동적이고 자주 다치는 아기를 키우다 보니 피범벅이 되는 일이 벌써 세 번째다. 첫 번째는 혀, 두 번째는 상부설소대, 세 번째는 발톱이었다.


첫 번째 사고는 아기가 넘어지면서 혀를 깨물었다. 순식간에 입안이 피로 가득했고 줄줄줄 흐르는 피를 보는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소아과에서는 항생제를 처방해 줬고 시간이 약이란 소리를 했다. 아기들의 회복력이란 대단해서 상처가 남아도 밥은 잘 먹었고 일상생활도 문제없이 했다.


두 번째 사고도 아기가 넘어지면서 윗입술과 윗니를 연결하는 부분인 상부설소대가 찢어졌다. 이 때는 피가 나는데 위치를 알 수 없어서 소아과에 가서야 어느 부위인지 알게 됐다. 아이들이 자주 다치는 부위고 특별히 약처방은 필요 없다고 했다. 이 역시 밥 잘 먹고 일상생활에 큰 문제는 없었다.


세 번째 사고는 아기가 집에 있던 작은 스피커를 왼쪽 발톱에 떨어뜨리면서 스피커 모서리에 발톱이 찍혔다. 사고 당시 아기가 많이 아파하긴 했지만 금세 멈췄고 발톱에 멍이 들듯이 살짝 피가 비친 것 이외에는 이상이 없어 안일하게 넘겼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 피가 발톱 전체를 뒤덮고 발톱 주변 살들도 붉어졌다. 아플 거란 생각에 해열제(진통제)를 먹였다. 소아과에 가보니 아기가 통증을 많이 호소하지 않으면 피가 굳고 발톱이 빠지면서 한 달 동안 천천히 나을 거라고 했다. 괜찮을 거란 소리에 다시 집에 왔다. 다음날이 되니 발톱에서 피가 줄줄줄 나기 시작했다. 이불이 온통 피칠갑이 돼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형외과에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정형외과에 갔어야 했다. 내가 너무 안일했고 그래서 아기가 더 고생을 했으니 아기에게 너무 미안했다. 정형외과에서는 발톱에 구멍을 내고 피를 뺐다. 항생제와 진통제를 처방받았다. 그 뒤에도 매일 아침 정형외과에 방문해 소독을 하며 경과를 보고 있다. 발톱에 피를 뺀 후에도 계속 피가 나고 있어서 또 기겁했는데 그렇게 피가 나는 게 정상이란다. 부기가 가라앉고 피가 많이 빠진 지금 발톱을 보니 발톱이 덜렁덜렁해서 물어보니 발톱이 빠질 것 같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걸 빼내기보다는 밀려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걸 기다리는 게 낫다고 한다.


아기 상처를 관리하면서 드레싱밴드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다. 일반 밴드는 크기도 작고 피가 스미면 얇은 데다 고정도 약한 편인데 드레싱밴드는 넓은 부위를 두껍고 넉넉하게 감싸줘서 이번과 같은 상처에 쓰기 좋았다. 아기가 발을 자꾸 건드려서 의료용 테이프로 한번 더 고정해 주니 더 잘 고정돼서 편했다.


아기 발이 그 모양이니 상처에 물에 닿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데 부위가 발이다 보니 물 안 닿는 게 제일 어려웠다. 특히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어서 엉덩이를 물로 씻어주는 아기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뒤에 내가 쓰는 방법은 글래드랩, 비닐봉지, 머리끈을 이용한 물 차단 방법이다. 글래드랩은 접착식 랩인데 이걸 발에 잘 감싼다. 그리고 비닐봉지에 발을 넣은 뒤 물이 들어가지 않게 머리끈으로 막아주는 거다. 비닐봉지만 이용하면 물이 조금씩은 들어가서 발에 고여있는데 글래드랩으로 한번 더 감싸니 효과가 더 좋았다.


아기를 키우는 일에 이런 무수한 사고가 동반되니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는 작아 보이는 사고도 일단 병원에 가서 잘 확인해 봐야겠다. 부디 아기가 빨리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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