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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기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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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Dec 13. 2023

44. 새로운 어린이집 적응하기

올해의 마지막 과업인 ‘아기를 새 어린이집에 적응시키기’를 드디어 해냈다. 올해는 참 변화가 많았다. 1월에는 옆단지 민간 어린이집에 10개월 중반 아기를 중간입소 시켰고 7월에는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입주기간과 원래 살던 아파트 계약기간이 맞지 않아 어린이집이 자차로 10분 거리 정도로 멀어졌다. 11월에는 새 아파트로 입주를 하고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이 개원하는 12월 전까지 집에서 아기와 지냈고 12월에는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기를 입소시켰다. 이번 글에는 그 변화에 대해 돌아보려고 한다.


1. 돌 전 아기의 어린이집 입소

3월 복직 예정이었던 나는 3월 새 학기에 적응 기간을 거치며 어린이집을 여유 있게 보낼 수 없었다. 그래서 복직 2개월 전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냈다. 더 마음에 드는 어린이집이 있었지만 중간입소에 새 학기를 앞두고 이곳저곳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출퇴근을 위해선 가까운 어린이집이어야 했다. 그래서 집에서 가장 가깝고 자리가 있는 우리 집에서 1분 거리인 옆단지 민간어린이집에 입소했다.


처음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기는 어린 월령 대라 나와 쉽게 떨어지기는 했지만 낮잠을 자는 것을 어려워했다. 게디가 한겨울에 걸릴 수 있는 감기란 감기는 모조리 걸려왔다. 낮잠을 자는 데는 한 달 반이 걸렸고 매주 새로운 열이 오르지 않게 된 것은 5월이 다 되어서였다. 날이 따뜻해지고 아플 만큼 아프니 그제야 어린이집을 무사히 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복직한 직장에서의 부당한 인사처리와 잦은 출장으로 아픈 아이를 독박육아해야 하는 상황에서 버티기 힘들었던 나는 결국 다시 휴직계를 냈다. 1월부터 아기와 그 고생을 했는데 조금 허무해졌다.


2. 첫 번째 이사, 어린이집 자차 등하원

7월에는 이사를 갔다. 입주 예정인 아파트와 살고 있던 집의 계약기간이 맞지 않았고 전세로 살던 아파트에서는 월세 전환을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임시로 살 다른 아파트를 알아보았다. 내가 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다니던 어린이집 가까운 곳에 이사를 가서 1년을 마칠 계획이었지만 무급휴직으로 다시 휴직을 하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다. 단기 월세를 받아주는 매물은 적었고 그나마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자차로 10분 거리인 곳이 가장 가까웠다. 그래서 7월부터 4개월간 자차로 어린이집 등하원을 했다.


아기는 어린이집을 좋아하고 자차로 잘 다녔지만 나는 등원 20분, 하원 20분을 왕복으로 매일 움직이는 게 조금 불편했다. 특히 낮잠이불이나 기저귀같이 부피 큰 물건을 가지고 짧은 거리도 안아달라 요구하는 아기를 데리고 운전해 다니는 건 불편한 일이었다. 가까운 거리면 유아차로 싣고 다니거나 아기먼저 데려다주고 다시 집에 들를 수 있었는데 거리가 멀어지니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3. 두 번째 이사, 가정보육

새 아파트에 입주를 하며 새롭게 개원하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나니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뜨게 되었다. 보통 입주가능기간이 시작하고 나면 어린이집도 그때부터 리모델링이 가능해지게 돼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아기는 민간 어린이집도 잘 다녀서 가까운 다른 어린이집에 보낼까 생각해 봤지만 종교재단, 낡은 시설, 조금이지만 약간 더 먼 거리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한 달만 기다리면 국공립, 좋은 시설, 단지 내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어서 한 달은 내가 데리고 있기로 했다.


생각보다 한 달간 어린이집을 안 보내도 아기와 잘 지냈다. 우리 아기는 낯선 공간에 대해 호기심 많고 즐거워하는 성격이라 새 집에 적응을 잘했고 20개월은 육아 황금기였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았다. 어린이집을 안 다니니 추운 11월에 매일같이 밖에 나가도 전염병도 안 옮아왔다. 아예 지역을 옮겨 이사 온 거라 아기랑 같이 새롭게 가볼 만한 데도 많았고 시골이라 눈치 안 보고 넓은 공간에 아기를 풀어놓는 자유로움도 좋았다.


다만 내가 몰랐던 점은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부모급여를 받으려면 복지로나 주민센터에 전환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사 오기 전 어린이집이나 관할 주민센터에 물어봤을 땐 내가 신청할 건 아무것도 없다더니 모르고 있다가 35만 원이 공중분해될 뻔했다. 다행히 이사 간 곳의 주민센터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셨고 무사히 부모급여를 받게 됐다. 혹시 어린이집 퇴소하고 바로 다음 달에 다른 어린이집 입소를 하지 않는 경우라면 꼭 퇴소 다음 달 15일 전까지 부모급여 전환 신청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은 소급 적용이 안 되는 게 원칙이라 생돈이 날아갈 수 있다.



4. 국공립 어린이집 입소

새롭게 개원한 단지 내 국공립 어린이집은 개원하는 전달 20일부터 아이사랑에 입소대기를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몰랐던 사실인데 첫날은 개원식 한다고 입소를 할 수가 없었다. 개원식 날이 마침 금요일이었으니 월요일에 적응기간 가지는 것이 더 낫긴 했다.


민간어린이집과 다르게 국공립어린이집은 확실히 환경이 많이 달랐다. 새로 지어진 곳이라 더 그렇게 느꼈겠지만 보육실도 훨씬 넓고 화장실도 더 많고 전반적인 공간의 질이 좋아져서 만족스러웠다. 전에 다니던 곳은 원장이 직접 조리를 했는데 여기는 조리사님이 따로 계시는 것도 좋았고 입주 초기라 그런지 아직 재원 하는 아기들이 적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개인정보 요구 부분도 전에 다니던 곳은 부모 직업란이 있다던지 하는 점이 불편했는데 새로 다니던 곳에서는 필수 정보 외에 요구하지 않았다. 지역을 옮기고 나니 이 지역은 특활비도 개인당 지원을 해준 점도 만족했다.


추가적으로 비용이 든 부분이 있기는 했다. 입소 준비물이 원마다 다르다 보니 새로 사야 하는 개인물품 같은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작은 개인 수건을 따로 준비해야 해서 아기 이름자수가 있는 수건을 구매하고 입학금에 포함된 가방을 구입하는 일도 생각지 못한 지출이었다.


사실 아주 보내고 싶었던 국공립이어도 보내기 전까지는 고민이 많았다. 이전 어린이집에서 잘 보내기도 했고 잘 다니던 곳을 어른의 사정으로 환경이 뒤바뀌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가장 걱정된 부분은 담임선생님이었다. 우리 아기는 첫 어린이집에서 적응기간 2주 차에 담임선생님이 잠수 퇴사를 해버렸고 덕분에 3주 차에 다른 담임선생님으로 바뀌면서 적응을 다시 시작했다. 바뀐 분이 다행히 많이 애써주셨고 퇴소하는 날까지 아기가 즐겁게 지낼 수 있게 해주셨지만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지난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싶었다.


아기의 적응은 걱정했던 것보다 쉽게 이루어졌다. 원래 두 돌 전 아기가 적응하기 어렵단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우리 아기는 적응을 너무 잘했다. 입소 첫째 날에는 가자마자 수많은 장난감과 놀이기구 사이에서 땀나도록 뛰어다니다 왔다. 입소 둘째 날에 점심밥까지 잘 챙겨 먹고 하원했고 셋째 날에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3시 넘어 하원했다. 아마 새로운 공간이 흥미로운 게 많아서 즐겁기도 하고 담임선생님께서 우리 아기를 잘 봐주신 덕이겠지.


그런데 요즘 생긴 작은 고민이 있다면 어린이집 오후 간식이 우리 아기에게 넉넉하지 않은 듯하다. 전에 있던 어린이집에서는 맞벌이 가정이 많아서인지 오후 간식을 든든하게 먹여서 저녁시간까지 먹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런데 여기는 하원하자마자 아기가 간식을 찾기 시작해서 간식을 간단히 먹여도 평소보다 이른 시각에 배고파한다. 요즘 아기가 왜 식사시간만 되면 과한 짜증을 내는지 의문이었다가 평소보다 한 시간 이르게 저녁을 주었더니 문제가 해결돼서 당황스러웠다. 원래 먹성이 좋은 편이 아니고 마른 편이라 이런 문제일 줄은 몰랐다. 휴직 중인 지금은 괜찮지만 복직하면 지금보다 하원시간이 늦어질 텐데 간식 양에 대한 문제는 문의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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