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나는 다른 존재다. 늘 내가 잊지 않고 되뇌려는 말이다. 우리 둘은 거의 3년간 한 몸처럼 붙어있었다. 내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온전히 하루를 떨어져 있어 본 날조차 없다. 우리는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서로의 모든 것을 밀착하여 느끼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잊지 않으려 한다. 너와 나는 다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아기를 키우며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아기를 통해 내 어린 시절과 마주하게 될 때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첫 일 년이 가장 어려웠다. 어떻게 저렇게 작고 연약하고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에게 내 부모는 그렇게 못됐을까. 아기는 나만 바라보고 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물론 몸이 부서질 듯 힘들고 우울하고 죽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어떻게 나보다 약하고 반항할 수도 없는 생명에게 그런 위협을 가할 생각을 하지? 그런 사실들이 믿기지 않았다.
또는 아기에게 알 수 없는 무한한 죄책감을 느낄 때가 있다. 더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내가 어릴 때 제공받지 못한 것들을 너에게는 누리게 해주고 싶은 보상심리 같은 거였다. 내가 어릴 때 무척 원했지만 채워지지 못한 무언가 들을 성인이 되어서 어느 날 폭발적으로 허겁지겁 채워나갔듯이 아기에게도 내가 어린 날 가지지 못했던 것들을 떠올리고 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듯이 아기는 나와 다른 존재다. 그걸 필요로 해서 기쁠 수도 있고 당연한 일일 수도 있고 원치 않는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원했던 일들이 아기에게도 같지 않단 걸 마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