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주 탄생
오전 근무 중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루하가 어린이집 등원중에 구멍이 뚫린 낙엽을 보고 했던 말이 너무 재밌다고.
낙엽이 아프다니.. 생각지도 못한 표현이었다. 아내랑 자주 얘기하는 게 루하는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표현들이 참 서정적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순수함에서 나온 표현들이겠지만 때론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내가 농담으로 윤동주가 아닌 서동주라고 부른다. 나중에 커서 별 헤는 밤을 찾아다닐지 누가 아나.
막상 오늘도 샤워 전에 엉덩이에서 냄새난다고 하더만 샤워 후에 느닷없이 “엉덩이에서 예쁜 냄새가 나!” 라고 해서 아내가 웃다가 쓰러졌다.
더 어릴 때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며 “엄마 저거 봐. 나뭇잎이 춤을 춰~” 라고 말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들과 트럭들을 보며 저 차는 웃고 있네, 저 차는 화가 났네, 슬프네 어쩌구 하며 그 표정들을 따라 하는 거 보며 이 아이는 이쪽으로 발달한 건가 하는 생각들을 했었다.
매번 놀랐던 그 어록들을 다 기록해 놨어야 했는데, 참 후회스럽다. 지금이라도 기록해 놓는 차원에서 이렇게 글을 쓴다.
풍부한 정서를 가진 이 아이의 섬세함을 어떻게 잘 유지시켜 줄 수 있을까. 부모로서 고민이 되는 포인트다.
루하야, 각박한 세상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낭만을 찾아내는 루하가 되도록 아빠가 최선을 다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