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333 지뗌을 답사하며
무려 2년 전 건설행정법을 공부할 때 쓴 글이다. 실무적 관점이 많이 묻어나온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주제로 보자면 나름 재미 있을 수 있는 글. 브런치에는 각주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 경미하게 편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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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개요
1. 건축물의 개요
지뗌은 지하 4층, 지상 10층의 철근콘크리트구조 집합건축물로서 주용도는 판매시설, 업무시설(오피스텔)이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영등포동2가 333 1,297.5m2 대지상 건축되어 있으며, 연면적은 9,441.69m2 규모이다. 용적률산정용 연면적은 5826.51m2, 용적률은 449.06%, 건폐율은 58.99%이다. 지하에는 주차장, 기계실, 판매시설 등이 혼재하여 있으며 지상 1층부터 5층까지는 주로 판매시설이, 6층부터 10층까지는 주로 업무시설(오피스텔)이 위치하여 있다.
지뗌이 위치한 영등포동2가 333 대지는 등고평탄한 대체로 세장형인 토지로, 노선상업지역으로서 대지가 간선도로(영등포로) 방향으로 접한 1/3 남짓은 일반상업지역, 나머지 부분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이 혼재되어 있다. 방화지구에도 해당되나 현재 폐지입안열람공고 상태이며, 이외에는 가로구역 및 대공방어협조구역에 따른 고도제한이 있는 곳이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과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으로부터 각 도보로 약 500m 거리에 위치하여 있고 남측으로는 노폭 약 30m의 도로와 접하여 있는 등 접근성은 양호한 편이다.
2. 건축물의 역사
지뗌은 건축주 ㈜대흥해피존 및 ㈜대흥해피죤, 설계 및 공사감리자 ㈜A&G건축사무소, 시공자 대성산업(주)가 2002. 4. 9. 허가를 받고 2002. 5. 4. 착공하여 2004. 4. 12. 사용승인을 마쳤다. 2016. 10. 11. 공개공지 안내판이 없다는 이유로 위반건축물 표기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뗌은 90년대 말부터 각광받았던 ‘패션몰’의 인기에 힙입어 2000년대 초부터 과잉공급되었던 ‘테마상가’ 분양열풍 시기에 다수의 수분양자를 상대로 분양되었던 소위 ‘오픈상가’ 중 하나이다. 지뗌은 전형적인 패션몰 중 하나로 ‘명품 아울렛’을 표방하며 분양에 나선 바 있다.
‘패션몰’, ‘테마상가’, ‘오픈상가’ 등의 단어는 지뗌과 같은 구분상가의 분양열기가 식은 근래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패션몰’은 동대문의 두타, 밀리오레 등 소형 의류소매점포들이 입점한 쇼핑몰을, ‘테마상가’는 ‘패션몰’을 포함하여 ‘명품 아울렛’, ‘가구몰’ 등 특정 분류의 상품들을 판매하는 점포를 무리지어 입점시킬 것을 목적으로 분양하는 상가를 의미한다. ‘오픈상가’는 이러한 상가들의 물리적 형태를 묘사하는 단어로, 독립한 건물이 아니더라도 「집합건축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한 경계표지를 통해 이용상 구분하여 소유권의 목적으로 삼아 분양하여 경계벽 등 견고한 물리적 구분이 없는 ‘오픈된’ 형태의 상가를 일컫는다.
지뗌의 분양시기는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축물분양법’) 제정 및 시행 이전인데, 비슷한 시기 분양을 하였다가 시행사의 자금난과 턱없이 비싼 분양가로 인하여 무더기로 경매시장에 나온 강남역 점프밀라노, 강변역 테크노마트, 명동 하이헤리엇 등과 유사하게 2005년에만 약 100여 건의 부동산이 경매개시되었을 정도로 보존등기 직후부터 정상적으로 운영된 바 없는 상가이다. 이러한 구분상가 및 오피스텔은 2006년부터 2011년에 이르기까지 일부는 매각에 실패하고, 일부는 매우 저가에 매각되어 새로운 주인을 찾았으나 건축물이 새로운 활력을 띠는 데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의 상가부분은 분양 당시 간이한 경계 칸막이와 경계표지가 부착되어 전용면적 1-2평에 불과한 점포를 구획지어 분양하였으나, 최근의 법원감정평가서 등을 살펴보면 건축물현황도상 구획과는 달리 현황상으로는 내부 인테리어로 인해 임의구획되어 경계벽 없이 사용되다가 장기간 전체 공실로 방치되어 출입이 통제된 상태이다. 현재는 각 구분상가의 경계표시를 확정하기조차 어렵다. 건축물이 정상적으로 이용되지 않아 단전, 단수가 이루어졌고 현재는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건축주인 ㈜대흥해피존은 사용승인 직후인 2004. 5. 8. 상호명을 ㈜영등포수입명품점지뗌으로 변경하였고 2004. 6. 25. 자신 앞으로 각 집합건물에 대한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였는데, 이중 상가 수십 호가 시행사측 관련자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되고 이후 시공사의 가압류, 사해행위취소를 원인으로 한 가처분, 수분양자들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 채권자의 경매개시가 뒤엉키는 등 법률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인접지역은 2005년 영등포뉴타운을 추진하며 영등포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었으나 영등포2가 일대는 2015년 재정비촉진지구에서 정비구역 해제되었다. 이로 인해 인근 필지들은 비교적 자유로운 건축이 가능하게 되었으나, 지뗌은 10년이 넘도록 사실상 폐건물처럼 방치되어 있어 인접지역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II. 법적 쟁점
1. 상가건물의 구분소유 조항이 낳은 애물단지 분양형 쇼핑몰
지뗌의 내부를 살펴보면 현황상 임의로 구획된 한 평 남짓의 공간이 구분점포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 예컨대 3층에만 상가 호실이 약 80여개나 들어서 있다. 이는 지뗌의 건축 당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에 신설된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에 관한 조문이 낳은 기형적인 구조인데, 독립한 건물이 아니더라도 이용상 구분된 건물부분이 판매 및 영업시설로서 합계 1천평방미터 이상이고 바닥의 경계표지와 점포별 건물번호표지가 있다면 구분등기가 가능케 한 것을 그 내용으로 한다.
지뗌의 과거 법원 현황조사서 등을 살펴보면 2010년까지만 해도 시행사와 임대차계약을 맺고 건물을 통으로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가 있었으나, 최근의 법원기록에 따르면 이렇게 임차인임을 주장하는 자마저도 없어진 상태이다. 게다가 시행사 측이 직접 소유하거나 지배하고 있었던 구분상가가 경매를 통해 각기 다른 매수인에게 소유권이 이전되는 등 전용면적 한 평 남짓의 구분상가의 주인 숫자가 많아지다보니 관리단에서 집합건물을 관리하거나 처분하기가 더욱 쉽지 않은 환경이 되어 왔다.
이처럼 이론적으로 한 층에도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의 구분상가 소유권자가 있을 수 있는 분양형 쇼핑몰은 개별 호실의 면적이 너무나 작다보니 역설적이게도 구분상가 호실들이 통합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상가로서 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각 소유권자가 구분상가를 취득하게 된 경위나 이유가 각기 다르고 이미 망한 상가를 위한 관리단집회의 결의와 사무의 집행조차 쉽지 않다는 점에서 검토할 만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애물단지 분양형 쇼핑몰은 일대에서 지뗌 하나만이 아닌데, 각 2002년, 2005년에 준공된 점프밀라노와 에쉐르아이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고 서울시 타 지역까지 고려한다면 신촌 밀리오레, 동대문 밀리오레, 굿모닝시티, 이대 예스에이피엠, 강남 점프밀라노 등 수천 호실이 공실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 보면 더욱 많고, 전국에 걸쳐서 보면 더더욱 많다.
2. 시행사 자금부족시 ‘깜깜이 분양’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전형
2001년 중구 을지로 6가 일대에 테마상가 ‘굿모닝시티’를 짓겠다며 약 3,700억 원의 분양대금을 끌어모아 시행사 대표가 횡령하였던 이른바 ‘동대문 굿모닝시티 사기분양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은 2003년 경으로, 지뗌의 사업추진 시기와 얼추 겹친다. 지뗌은 사기분양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는 없으나 건축물분양법이 제정 및 시행되기 전 분양을 마친 건물로 분양 방법이나 시기 등에 제한이 없고 분양자의 도산위험으로부터 수분양자가 보호받지 못하였던 과거의 소위 ‘깜깜이 분양’으로 인한 전형적인 문제점을 보여주는 건축물이다(「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은 굿모닝시티 사건을 계기로 2004. 10. 22. 제정되어 2005. 4. 23. 시행되었다).
건축물분양법은 준공 전 사전분양하는 건축물이 과장광고, 분양 대금의 유용 등으로 일으키는 문제를 방지하고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된 법으로, 일정 규모의 사전분양을 전제한 개발사업은 분양관리신탁 및 토지확보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만 진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지뗌의 경우 무엇보다도 두드러지는 것은 시행사의 자금난에 따른 수분양자들의 피해인데, 사용승인 및 보존등기까지는 마쳤으나 이후 관련 기록 검토를 통해 시행사의 분양자산 은닉과 시공사의 미수공사대금 추심으로 인하여 수분양자들이 분양대금을 날리게 된 사정을 살펴볼 수 있다.
지뗌의 시행사는 미지급된 공사대금에 대하여 50채가 넘는 상가를 시공사에 담보제공하고, 대담하게도 시행사 대표이사의 상업등기부상 주소지와 동일한 곳에 살고 있는 매수인에게 상가 수십 채를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하는 등 분양자산을 은닉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소유권보존등기 직후 시공사를 근저당권자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하고, 이후 가등기를 경료하였으나 이러한 담보가 미분양분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후 25명의 수분양자들이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한 가처분을 신청하고 시공사는 미수공사대금을 받기 위해 가압류를 진행하는 등 복마전이 되어,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건축물의 사전분양이 시행사의 자금난과 도덕적 해이로 인해 그대로 수분양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건축물분양법 시행 이후 이러한 건축물의 분양대금은 대개 분양관리신탁을 통하여 신탁사가 관리하고, 수분양자들은 시행사, 시공사, 우선수익권자, 신탁사 간의 사업약정에 따라 시행사의 도산위험으로부터 절연된 신탁재산에 대하여 수분양자로서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필요시 시행사 명의의 보존등기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분양받은 부동산에 대하여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지뗌의 경우 시공사가 보존등기 직후 수십 호의 상가를 담보제공 받았던 사정 등으로 미루어보건대 시공사가 수분양자보다 선순위로 채권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외상공사를 진행하여 공사를 마무리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하면, 건축물분양법 시행 이후라도 시행사가 건축 중에 자금경색에 빠질 경우 건물을 다 짓지 못하고 현장이 멈추거나 공매에 넘어가게 됨으로써 발생하는 수분양자의 피해까지 미연에 방지하지는 못한다 할 것이다.
피해를 본 것은 수분양자들뿐만이 아니다. 새마을금고, 보험사 등 여신금융기관이 잔금대출, 대환대출을 진행하였는데 건물 사용승인 이후 정상적으로 운영이 되었던 적이 없다보니 채권회수에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고, 시행사는 2009. 12. 22. 파산선고를 받았다. 담보로 제공된 상가는 애물단지로 아예 매각이 불가하거나 경매절차에서 10회가 넘는 유찰 끝에 10%의 매각가율로 낙찰되는 등 금융기관의 손실로 이어졌다. 개인은 물론 금융기관까지 엉뚱한 건축물로 인해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3. 도시재생 차원의 접근
앞서 언급하였듯 영등포동2가는 뉴타운 지역에서 종국적으로 정비구역 해제가 고시되었다. 지뗌은 영등포재래시장과 바로 접해있으면서도 사실상 그 내부는 유휴공간으로 방치되어 있어 토지의 합리적 이용이라는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개선이 절실한 건축물이다. 비교적 접근이 양호한 곳에 위치하여 있으나 제 기능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뗌과 같은 건축물이 방치되는 것은 주변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지역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지뗌과 같은 건축물이 외부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이용이 활성화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단순히 건축단위와 건축허용성의 통제라는 도시계획의 기본 개념을 기준삼아 현재의 교착상태를 풀어내기에는 수백 명 구분소유자 간의 이해관계 대립과 개발이익의 소진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넘어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뗌과 같이 도심 속 방치되어 흉물이 된 구분소유 상가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자원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도시재생 차원의 접근과 재정적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적극적인 도시계획적 노력과 실행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15년 가까이 방치되어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건축물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제도적 정비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III. 결론
2000년대 초 무분별한 공급과 분양이 이루어졌던 전국의 분양형 쇼핑몰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서울 시내의 귀한 땅을 차지하고도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무분별한 분양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건축물분양법이 제정되었고 분양형 쇼핑몰은 이제 테마상가 몰락을 증명하는 흉터로 곳곳에 남게되었을 뿐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우후죽순 등장한 정체불명의 분양형 호텔이 다시금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보자면 분양형 쇼핑몰은 사라졌다기보다는 유행에 따라 조금 다른 형태로 변모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만 같다.
이러한 부류의 건축물은 다시금 때로는 짓다 만 건물이 되고, 때로는 지어지고도 아무 짝에도 쓸 수 없는 건물이 되어 전국 방방곡곡의 요지를 차지하고도 흉물처럼 방치되어 미관을 해치고 토지의 합리적 이용을 저해하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다. 지뗌을 보고 느끼는 답답함을 우리는 머지 않아 다시 느끼게 될 것인데, 더 늦어지기 전에 불보듯 뻔한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예방적 차원의 제도정비에 대한 논의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