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링 Aug 26. 2020

1. 존 리: 주식은 팔지 않는 것

주식판에 떠도는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기관들과 외인들이 공매도로 장난을 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는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이런 판에서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을 떠나면 될 것 아닌가?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을 떠나는 법이 없다. 대신에 그 불공정한 게임을 역이용하는 묘수를 찾아 한 몫을 잡아보려고 남들보다 빠른 정보를 찾거나, 혹은 차트를 해석하는 비법을 익혀 주가를 조작하는 세력들의 술수를 읽어내어 그들의 뒤통수를 치려고 한다. 허생처럼 10년 간 내공만 쌓으려는 의지는 애초에 없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주식책에서 떠드는 몇 가지 기술을 익히고 나면(대개는 그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지만), 곧 자신이 피땀 흘려 쌓아 둔 현금을 밑천 삼아 주식판에 뛰어들어 운과 실력을 시험하려고 한다. 물론 운이 정말 좋은 아주 소수를 제외하면(금융투자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2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개인투자자는 전체 개인투자자의 5%라고 한다) 대부분은 수익을 올리는데 실패하고, 역시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게 된다.


이런 행태에 대해서 존 리는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개인투자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한다면 충분히 돈을 벌 수 있고 주식을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단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의 장기투자는 1년이나 2년이 아니다. 존 리에게 장기투자는 10년 20년 30년 정도의 시간을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런 투자로 성공한 사람이다.


존 리는 누구인가?


그는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다. 메리츠자산운용은 30여 개의 국내 자산운용사 중 운용하는 자산의 크기나 운영실적을 놓고 볼 때 그리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회사는 아니다. 주식은 운용실적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미래에셋이나 kb 같은 곳에서 높은 곳에 있던 사람도 아닌, 작은 회사의 대표가 하는 말을 왜 들어야 하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존 리의 인생에서 메리츠자산운용은 매우 최근의 역사다.


그는 80년대에 연세대 재학 도중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졸업 후 회계사 일을 잠시 하다 유태계 자본의 자산운용사에 입사하게 된다. 그때부터가 그의 성공시대가 시작이다. 91년 그는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던 코리아펀드를 담당하게 되고, 그 후 15년 간 코리아펀드는 누적수익률 1600%를 기록한다. 그 당시 그는 SK텔레콤은 3만 원에 사서 10년 후 440만 원에 팔았다고 한다. 이후 계속 월가에서 일하던 그는 2014년 한국자산운용사 중 바닥권을 맴돌던 메리츠자산운용사의 대표로 부임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몇 년 뒤 버스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주식을 해야 한다는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온갖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서 주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Youtube 시대가 시작되자 구독자가 몇 명 되지 않는 채널에까지 등장해서 주식을 사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재산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아쉬울 것이 하나 없는 그가 왜, 주식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는 통념이 가득한 사회에서, 수년째 세상을 향해 주식을 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는 걸까?


존 리의 주장

 

존 리에 따르자면 누구나 노후를 대비하여 자산을 만들어 둘 필요가 있고, 즉 부자가 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부자란 경제적으로 자립한 Financially Independent 사람을 뜻한다. 즉 노후에 일 할 필요 없이 만들어 둔 자산으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부자가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지만, 그에 따르자면 주식을 하면 누구나, 정말 누구나 쉽게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주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두 문장을 고르자면 '커피값 아껴서 매일 주식을 사라'와 '그리고 그 주식을 절대 팔지 말라'가 될 것 같다.


'커피값 아껴서 매일 주식을 사라'

중앙일보 인터뷰(https://news.joins.com/article/18118052)에서 이미 2015년 주장도 했지만, 그 후 2020년 지금까지도 출현하는 모든 방송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아니 커피 없이 어떻게 살란 말인가, 많은 사람들의 소확행인 스타벅스 커피도 못 먹게 하다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실제로 이 발언에 분노의 버튼이 눌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 말은 '투자는 월급의 일부분, 그러니까 그 1/10이라도 꾸준히 하면 된다.'는 말과 연관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존 리는 주식판의 많은 사람들의 통념과는 다르게(가령 주식을 시작하려면 일단 1억을 모으고 시작해야 한다는 식의 충고 같은) 만 원이라도, 10만 원이라도 주식을 꾸준하게 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존 리는 '주식투자를 왜 안 하십니까?'의 질문에 '투자 할 돈이 없다'라고 말을 하면서 커피를 사 마시고 여행을 가는 세태를 비판하는 것이다. 물론 존 리가 부모나 형제자매의 도움이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유학비를 감당했고, 금융을 대하는 태도도 검약하기로 유명한 유태인들에게 배웠기에, 소비를 대하는 태도가 현대적이도 한국적이지도 못한 건 사실이지만(사실 그는 집도 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존 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커피값 아껴라'는 말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존 리의 말은 지금이라도 매달, 매주, 매일 여유자금을 만들어 주식을 사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 우리의 인생 전부에서 소비를 제거하라는 뜻은 아니다.


'그리고 산 주식은 절대 팔지 말라'

이 말도 방금 산 주식이 10% 급등하면 바로 팔지 못해 안달을 내는 한국의 세태를 비판하는 말이다. 이 말에 어떤 사람들은 한국기업들은 미국 기업들과 다르기 때문에 장기 보유하면 안 된다며, 주가가 적당히 상승하면 파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도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존 리의 말에 따르자면 주식은 10~20%의 수익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존 리는 이미 한국 주식으로 수 백 배의 수익을 남겨 성공한 사람이다.


존 리는 10년, 20년 뒤에 10배 100 배갈 기업의 주식을 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투자자금으로 1억 도 1천만 원도 당장 필요 없다. 커피값 정도로 투자를 해도 괜찮은 것이다. 오늘 만원의 주가가 10년 뒤에 100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달에 10만 원의 주식을 산다면 10년 뒤에 1000만 원이 될 것이다.


어떻게 그런 좋은 주식을, 기업을 30년 전에 알아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 하지 않겠다. 그것은 존 리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 아니니까. 좋은 기업을 찾는 방법을 설명하는 채널이 Youtube에 널려있다. 존 리의 핵심은 간단히 말하자면 단기간에 주식을 사고 파는데 시간, 돈,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주식을 조금이라도 일찍 시작해서 오랜 기간 지속하라는 것이다. 좋은 주식을 골랐다면 시간이 수익률을 보장해줄 테니까. 그래서 적은 금액도 개인의 노후를 보장해 줄 정도로 충분히 큰돈이 될 테니까.


이는 전업투자자도 아니고 자산가도 아니어서 노동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적합한, 아니 가능한 거의 유일한 투자법이 아닐까?


물론 이는 존 리의 투자관을 매우 간단하게 압축한 것이다. 그래서 존 리의 투자관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 그가 출현한 Youtube를 여럿 살펴보기를 권한다. 이제는 좀 유명인사가 되어서 Youtube에서 검색해보면 존 리의 투자철학을 배울 수 있는 영상이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815 머니톡이라는 채널에서 진행한 존 리와의 인터뷰 영상이 특히 훌륭한 것 같아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Vvg63nt2-4&t=83s


존 리의 영상을 통해 소액이라도 꾸준하게 장기 투자하는 방법이 옳다는 생각이 내면에 자리 잡았다면, 이제 자연스럽게 다음 의문이 떠오를 것이다. 그럼 어떤 기업의 주식을 선택해야 하나? 다행하게도 Youtube에는 그 질문에 답해주는 채널도 수 없이 많다. 아니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다. 그래서 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길을 인도해 줄 친구가 필요하다. 한국 주식투자들에게는 삼프로가 있다. 다음에는 삼프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작가의 이전글 0. 나는 주식을 Youtube로 배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