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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세 Mar 20. 2024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1. “불안은 그림자 같아서 제 키가 커지면 더 커지고, 밤이면 더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마음속 반대편의 양가적 감정을 극복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인간은 누구나 필연적인 고독이나 어둠을 갖고 가야 하니 안식처가 필요한 것 같다.” 그 안식처로 말하면 일상적인 루틴이 될 수도 있고,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들일 수 있다.



2.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해 봤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면서 무슨 옷을 입을지 생각하고, 그 옷을 입고 나와 차에서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출근할 때. 출근해서 1시간은 무조건 독서. 멜론에 담아 놓은 나만의 플레이리스트(요즘은 실리카겔 No Pain)를 들으면서 운동할 때. 금요일밤 내지 토요일밤 세연이가 잘 때쯤 혼자 심야영화 볼 때. 요즘 인기 있다는 OTT 드라마 하루에 몰아보기. 인스타, 트위터, 유튜브, 핀터레스트 등등 내게 영감을 주는 것들은 무조건 카테고리별로 저장. 생각 나는 대로 나열했지만 이런 나의 루틴이자 리츄얼은 나를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3. 별다른 일 없이 똑같은 매일, 단정한 반복, 나쁜 일 없는 하루, 혼자만의 평화, 소소하고 잦은 기쁨, 내일을 기대하며 잠들고, 아침을 맞이하며 기대를 채운다. 그 기대들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한도 안에 있다. 내 손안에 쥐어진 감당할 수 있는 것들 만큼의 것들.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다. 엄청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가능한 만큼만 행복하면 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적당히 행복하다. 완벽한 행복이 아니라서 더 좋다.



4. 모두가 문을 열면서 산다. 모양과 무게도 여는 방식이나 속도도 제각기 다르다. 각자 이루고 싶고 잘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간절할수록 어렵고 막막하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낫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도 어떤 의미로든 남으리라 믿는다. 의미 없던 단어가 시간을 따라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언젠가 새로운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되는 것을 이미 겪지 않았던가.



5. 무너지는 건 한순간의 절벽이지만 올라오는 건 더디고 느린 계단이다. 어제 또 굴러 떨어졌지만 오늘 한 걸음 올라선다. 그 경험만으로 충분하다. 시인 엘렌 코트는 말했다.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며, 어떻게든 우리는 그것들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그러니까 물 위에 가만히 눕듯, 흘러가듯 살라고.



6. 몰랐는데… 9월 23일부터 12월 마지막 날까지 딱 100일이 남는다고 한다. 매년 100일 프로젝트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지금 떠오른 생각은 바로 직전에 읽은 ‘나를 움직인 문장들’의 작가 오하림 님같이 내가 모아두었거나 기록해 놓은 서평들을 제본하여 상업적으로 팔지는 못하고 지인들에게 매년 새해에 선물을 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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