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름다움은 살아가는데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러니 아름다움이 문제들의 해법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아름다움은 다른 것이다. 굳이 말한다면 해법이 아니라 힘일 것이다. 아름다움은 해결할 수 없는 것을 직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을 준다. 버티게 한다.
2. 받아들인 다는 것은 우리가 덧없다는 것, 우리 또한 죽을 운명이라는 것, 우리가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연약 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것, 다른 생명체보다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 그것이 우리의 필연성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것을 최종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기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3. “신은 모든 것을 그냥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 인간이 노력해야 더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
4. <오디세이아>에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잔치와 따뜻한 목욕과 잠자리라고 한 것처럼 그의 아버지에게 신의 말씀은 위대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소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목마른 자에게 물 한 잔, 포도주 한 잔 대접하는 것. 지상의 짧은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는 것.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채는 것. 신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과 정을 나누는 대상이었다.
5. “책이란 무엇일까요. 제게 책이란 손에 꼭 쥐고 있는 작은 토템이에요. 기운이 없으면 좋아하는 책을 펼쳐서 그 페이지에 나오는 좋은 말의 기운으로 하루를 보낼 때가 있어요. 우연히 본 한 문장이 저의 그날의 운세인 거예요. “
6. 여행은 무엇일까? 주의 깊게 눈여겨보는 것이다. 눈여겨보고 놀라는 것이다. 놀라움은 행복과 관련 있다. 세상의 모습에 놀랄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을 잊을 줄 아는 것이다. 자신에게 붙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7. 부산에서 결혼식이 일요일 오후에 있어 청주에서 내려왔다가 올라가는 기차를 기다리면서 쓰는 서평이다. 일요일 늦은 오후라 그런지 역이 분주하다. 모두 즐겁고 행복한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8. “존 버거는 행운의 날은 일주일에 하루뿐이라고 했어요. 그렇다면 저는 지금으로선 일요일을 행운의 날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일요일에 저는 제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있어요. 일요일에 제 삶은 산산이 흩어지지 않고 제 안에 모여요. 일요일에 저는 상처를 붕대를 감듯 저를 아름다운 것으로 칭칭 감아요. 일요일에 저는 기억을 꿈과 연결시켜 보려고 해요. 일요일에 저는 삶의 열매를 따요. 일요일에 저는 제가 딴 열매들로 자꾸자꾸 퍼먹고 싶은 잼을 만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