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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진 Aug 23. 2019

어찌 됐든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더라

책 '월든'으로 깨달은 것들

뭐든 불편한 점만을 보다 보면 좋은 점이 눈에 보이지 않기 마련이다. 홈스테이의 위생상태에 대한 작은 불만들이 마음속에 하나둘씩 쌓여갈 때마다 나는 불안해졌다. 그들은 그들의 삶 자체로 살아가고 있는데, 이방인인 나만 안절부절했던 셈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깨달은 점은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는 사실이다. 이 막연한 구름 같은 생각을 "사실"이라고 의심 없이 말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최근 읽게 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책 '월든'으로부터 얻은 통찰 덕분이다.



고전이 선사한 안도감


책 월든의 작가인 소로우는 1800년대에 살던 사상가이다. 그는 당시 속세의 삶에 넌더리를 느꼈고, 깊은 숲 속에 위치한 조그만 월든 호수 근처에 직접 집을 지어 약 2년 2개월간 살아간다. 책의 내용은 작가가 숲 속에서 지내는 동안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의 흥미로운 생활 묘사를 읽으며 동시에 간접적으로 19세기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놀라웠던 점은 보면 볼수록 그가 묘사한 대부분의 일들이 현재 그 명찰만 바뀌었을 뿐 지금 21세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증기기관차가 내뿜는 매연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걱정했고, 자신을 돌보는 일을 멀리한 채 하루 종일 일만 하는 농부를 비판하기도 했으며, 시답잖은 소문에 열광하는 대중들을 풍자하며, 진심으로 시민을 돌보지 않고 악에 가세하는 정부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는 21세기의 플라스틱 남용 문제, 야근이 일상인 회사원, SNS 핫이슈에 열광하는 대중들과 결코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 삶의 핵을 들여다보는 데에 방해물이다. 동시에 비슷한 핵심적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이기심, 무지, 질투, 욕심 등... 내가 파헤쳐본 것들은 이러하다. 왜인지 이러한 깨달음은 한 인간으로서 내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인간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었다고나 할까. 몇십 년 몇 백 년이 지나 아무리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세상이 온다고 해도 그곳에는 여전히 인간 존재가 있을 것이고, 현재 사회가 가진 비슷한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마치 100년, 200년, 1000년 전에도 해가 뜬 것처럼 말이다.



집 근처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지는 해를 바라본 날.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눈물을 찔끔 흘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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