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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진 Aug 22. 2019

모든 시작은 우연이다.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

캐나다 캠룹스(Kamloops, BC)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지 약 한 달이 다 되어간다. 나는 아직 한 달 전에 살고있다. 이미 지나버린 일에 대해 생각하는 거라고는 질색하는 현재 지향형 인간임에도 말이다. 8월 한국의 시끄러운 매미소리를 들으며 남은 방학을 꾸역꾸역 보내고 있자 하니 선선하고 조용했던 캐나다가 더욱 생각이 난다. 날씨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내 생애 최고의 자유로움과 행복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여기서 풀어보고자 한다. 목표는 하루에 한 편씩 글쓰기이고 글을 쓰는 동안 온전히 그때의 내가 되어보는 것이다. 아직도 그때의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당시 무슨 맘을 먹었는지 무얼 느꼈는지 어렴풋이 떠오른다. 뜨거웠던 자유로움와 집중력을 잊지 않고 싶다. 과거의 나를 회상하며 쓰는 글이라 어느 정도 기억 왜곡이 있을 수도, 아련함이 문득 얼굴을 내밀 수도 있다. 어쨌든 가장 가까운 미래에서 행복한 그 날들을 기록하는 데에 의의를 두도록 한다.



그 시작도 우연이었다.


올해 5월, 빠르게 찾아온 더운 공기에 땀을 뻘뻘 흘리며 학교를 다니던 때였다. 부채용도로 쓸 단단한 종이를 무심코 집어 들었는데 그 팸플릿에는 대학 다니는 2년 반 동안 듣도 보도 못한 여름방학 단기 어학연수 정보가 있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와 결연되어있는 캐나다 톰슨 리버스 대학(Tompson Rivers University)에 4주간 머무는 Language and Culture 프로그램이 있다는 정보를 그렇게, 우연히 접한 것이다. 새삼 그때 흘린 땀과 부채용 종이를 찾던 나의 무의식에게 고마워진다. 우리네 삶이 항상 그렇듯 모든 시작은 우연으로부터 떠오른다. 그렇게 나에게도 생각지도 못한 우연이라는 선물이 다가왔다.



접수를 했고, 면접을 봤고, 붙었다.


사실 붙는 데 까지는 그다지 큰 의심 따위 없었다. 나는 사실 오래전부터 캐나다에서 살며 일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런 생각을 할 당시까지 나는 한 번도 캐나다에 가본 적이 없었다. 한 때 열심히 서치했던 정보에 따르면 캐나다는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덜하고, 이민제도가 잘 되어있고, 내가 관심 있어하는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쓴다고 했고, 궁극적으로 그냥 내가 끌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막연히 그곳에서 살아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직접 경험한 바로 이 모든 환상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고, 단편적으로 그렇겠지-하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이 있는 나라였다. 어쨌든 나는 이렇게 캐나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만을 가진 채로 출국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등교길에 항상 지나치던 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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