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심은 아주 오래된 인간 행동의 강렬한 감정적 기제다. 우리는 복수심으로 인한 분노와 폭력을 본능적으로 이해한다.
중동 국가 레바논은 재작년인 2018년, 무려 9년 만에 총선을 치렀고 작년인 2019년 2월에 와서야 9개월 만에 내각을 구성했다. 종파의 권력 분배가 국가조직의 핵심이라 레바논의 정치체제는 늘 들끓는다.
무엇보다 레바논 내전 당시 형성됐던 무장저항단체 헤즈볼라가 중요한데, 이스라엘과의 항쟁에서 꾸준히 살아남아 위상이 드높아져 작년 내각 구성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을 선임할 정도로 레바논 정치의 핵심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정부 예산 중 가장 큰 금액을 보건복지부에 배정한다. 한편 미국은 헤즈볼라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있다.
물론 헤즈볼라의 정치력이 국가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안정적일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짧았다. 내각 구성 후 1년 5개월만에 베이루트의 국제항구에서는 6년간 보관되어있던 질산암모늄 2,750t이 폭발했고 수도에 살던 30만 명이 집을 잃었다.
헤즈볼라는 무장을 해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슬람 과격단체 대부분의 목표는 자신들만의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이러한 조직의 기저에는 복수심으로 인한 강한 분노의 감정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헤즈볼라는 복수심의 발현과 이에 대한 충동적인 행동의 제어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정당으로 성장했다.
복수심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한다. 복수심으로 인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부패와 책임 의식 부재에 대한 레바논 사람들의 복수심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인지, 어떤 운명은 너무나 가혹해서 설명할 수 없는 분노와 울분을 가져오며, 이 규모는 점점 더 크고 멍청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