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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아카데미쿠스 Feb 09. 2023

바빠 죽겠다. 대표가 어디까지 일해야 하나?

1인기업/소기업 사장님의 고민

대표가 사무실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고? 글쎄...


‘대표가 사무실에 오래 있으면 안 된다.’, 사업 시작하던 2010년대 초에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대표가 실무 업무에만 몰입돼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말고, 활발한 외부활동을 통해 사업 기회들을 찾아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이 말의 취지에  100% 공감한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기업의 현재 상태에 따라 대표의 외부활동이 중요한 순간도 있고, 내부관리가 필요한 순간도 있을 수 있다. 사업기회란 것도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면서 찾겠지만, 어떤 성향의 사람은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책을 읽고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오히려 대표의 업무가 바깥에서 사람 만나는 것뿐이라면 그것이 문제라고 본다. 대표는 안과 밖을 모두 챙겨야 하는 사람이니 업무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표도 신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분야가 제한적이다. 연구원 출신이었던 사람도 있고, 영업 출신이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해당 부서에서만 일을 잘해도 인정받을 수 있지만, 대표가 하는 일은 그와는 차원이 다르다. 어느 한 곳에서라도 치명적 실수가 있으면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래서 대표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연구원 출신이라고 영업이나 마케팅에 전혀 관여를 안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업무의 세부 실행까지를 다 챙기지는 못하더라도,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흐름은 알아야 한다. 어떤 조직에도 대표만큼 치열하게 고민해 줄 직원은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순간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대표의 몫이다.


대표는 접시 10개를 한 개도 떨어뜨리지 않고 돌려야 하는 사람이다.


TV 장기자랑 프로그램이나 서커스 공연 등에서 접시 돌리기 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접시 돌리기와 같다고 생각해 왔다. 당장 내 앞의 접시들 하나하나를 살펴야 하고, 동시에 직원들이 맡아서 돌리고 있는 접시들의 현재 상태까지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야 한다.


누구나 여러 개의 접시 돌리기를 한다. 신상품의 디자인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가격도 생각해야 하고, 오후에 있을 거래처와의 미팅 자료를 준비하면서 한편으론 다음 달 목표 달성률과 현금 흐름에 대해 생각한다. 동시에 여러 일들을 처리해야만 하는 것은 머리 아픈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들을 순간순간 몰입을 통해 해결해 가는 스킬을 길러야 한다.


기업의 대표는 접시 돌리기에 익숙해져야 하는 자리이다. 기업 규모에 따라 접시의 크기와 수가 다를 뿐이다.




대표가 관심도 없는 일을 직원이 스스로 성장시키는 경우는 없다.


여러 개의 접시 돌리기를 끊임없이 하는 것은 참 피곤한 일이지만, 대표가 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것은 숙명이라고 여겨야 한다. 팀원들이 돌리고 있는 접시들에 잠시 관심을 두지 않으면, 반드시 누군가 접시를 떨어뜨리는 사람이 나온다.


대표가 관심을 두지 않는 일을 열정 넘치는 직원이 스스로 다듬고 성장시켜 회사에 크게 기여하는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건 영화에나 나오는 얘기다. 오히려 모든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대표의 업무 범위는 무한대라고 할 수 있다.



대표의 전문성을 고려해서 사업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대표든 직원이든 누구에게나 멀티태스킹 능력이 필요한 시대인 건 분명해 보이는데, 불행히도 모든 사람이 멀티태스킹에 능하지는 않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역량의 차이이기도 하고, 성향의 차이이기도 하다. 마음가짐이 달라서 그렇기도 하다.


대표는 접시 돌리기의 팀장이기 때문에 팀원들의 역량과 성향을 고려하여 접시를 분배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한 개의 접시만큼은 절대 떨어뜨리지 않고, 누구보다 빨리 돌린다. 어떤 사람은 아무 접시도 빨리 돌리지 못하지만, 10개의 접시를 할당받아도 한 개도 떨어뜨리지 않고 그럭저럭 소화해 내는 사람도 있다.


10개의 접시를 모두 빨리 돌릴 수 있는 팀원 10명과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럼 팀원은 사업을 10년 해도 한 번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는 일단 대표의 역량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전체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대표가 다른 구성원들의 업무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기획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경우라면 우선 그 역할을 대신해 줄 파트너를 영입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그 사람이 정말 파트너의 역할을 지속해 줄 수 있다면.


바빠 죽겠다고 억울해하지 말자.

대표는 워라밸이란 말이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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