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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과 May 16. 2019

누구나 들어봤지만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이것

빙판길, 신발 위에 양말을 신으면?

‘눈이 오는 날 신발 위에 양말을 신으면 덜 미끄러진다.’를 증명한 과학자들


 Lianne Parkin, Sheila Williams, and Patricia Priest, University of Otago, New Zealand

뉴질랜드 더니든의 오타고 대학교의 리앤 파킨, 쉴라 윌리엄스, 패트리카 프리스트




빙판길 정말 싫다


많은 대학들이 하필 산에 세워진 탓에, 겨울만 되면 강의실까지 가는 길은 난리가 납니다. 다행히 겨울방학이 있습니다만, 그러나 1년 학점 농사를 끝낸 신입생들은 C가 잔뜩 뿌려진 성적표를 안고 눈 내린 방학 아침부터 비탈을 올라야만 합니다. 계절학기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뉴질랜드의 오타고 대학교는 악명 높은 비탈길 동네 더니든에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도로’로 기네스에 오른 볼드윈 거리(Baldwin street)도 이 동네에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겨울만 되면 동네 전체가 난리가 나는지, 빙판길은 더니든의 중요한 사회문제로 거론될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신발 위에 양말을 신으면 덜 미끄러진다’라는 말이 더니든에서는 지방의회에서 나왔다네요.



들어는 봤지만 해본 적 없고, 해보지도 않을 것 같은 방법


더니든으로 출근하던 세 과학자 리앤 파킨, 쉴라 윌리엄스, 그리고 패트리카 프리스트는 미끄러지다 화난 나머지, 논문을 하나 발표합니다. 신발 위에 양말을 신는 것이 실제로 쓸모가 있는지 따져보기로 한 거죠.


<실험 방법>
1. 지나가던 18~70세의 사람들 30명을 무작위로 고릅니다.
2. 다양한 색상의 양말을 평평한 신발 위에 씌우고, 빙판길을 따라 내려가게 합니다.
3. 미끄러지는 정도를 1~5점으로 매겨보라고 부탁합니다.


논문에 실려있는 사진

덧붙여, 관찰자들이 보기에 미끄러운 정도, 내려오는 사람들의 자신감,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도 적어둡니다.





과학자들은 기네스에서 가장 가파른 길로 등록된 볼드윈 거리에서 실험을 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기울기가 19˚나 되는 빙판길에서 걸어달라고 하는 건 사람이 할 짓도 아니고, 법적 분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포기했습니다. 대신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고생하던 대학교 근처 적당한 비탈길 두 군데에서 사람들을 낚아챘습니다.


Baldwin street의 어마어마한 경사


참가자를 구하는 게 수월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연구진은 총 50명의 사람에게 실험해달라고 했습니다만, 17명은 참가를 거부했습니다. 참가 안 하는 이유는 “수업에 늦어서”가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세명은 반대방향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젊은 여성 한 명은 참가에 동의한 후, 지시를 이해한 듯해 보였고, 그대로 위쪽으로 걸어 올라가 사라졌습니다.


과학자들은 어렵사리 구한 피 실험자 14명의 신발 위에 양말을 신겼습니다. 그리고 길에 있던 수도꼭지에서 표지판까지 걸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또 다른 16명에게는 신발을 신고 그냥 걸어달라고 부탁했죠.



뜻밖의 노력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일부러 미끄러지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건 ㄴㄴ해요

또한 연구진은 사람들이 ‘양말을 신어서 덜 미끄러지겠구나’라고 미리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먼저 연구진은 평범한 신발만을 신었습니다. 연구진이 신발 위에 양말을 신고 있었을 경우, 피 실험자들이 양말을 신은 경우가 더 좋다는 것을 미리 예상해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거였죠. 그리고 뭘 정확히 테스트하려는 건지 알 수 없게 일부러 세 가지 색의 양말을 (...)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가자의 신발 사진을 찍어서 참가자들이 ‘신발이 중요하구나’라고 예상하도록 했다네요. 얼마나 먹혔을지 궁금합니다.


아, 이미 신발 위에 양말을 신고 있는 사람은 제외했다고 하니, 꽤 치밀합니다.



기술점수 상승, 예술점수 상승


<실험 결과>


기술 점수 - 얼마나 덜 미끄러졌나

5점 만점에, 양말을 신은 사람들의 점수는 신지 않은 사람들보다 1.3점이나 높았습니다.

자가채점 점수와 관찰자 채점 점수는 비슷했습니다.


예술 점수

관찰자들이 봤을 때, 양말을 신은 그룹의 자신감은 71%, 양말을 신지 않은 그룹은 자신감이 18%로 53%나 차이가 났습니다.


기타

양말을 신지 않은 사람 한 명은 넘어졌습니다.

양말을 신은 사람들은 잠시 동안 수치스러워했습니다.


결론 : 통계적으로 봤을 때, 신발 위에 양말을 신으면 명백하게 덜 미끄러집니다.


따라서 이 연구는 올 겨울에는 양말로 저렴하게 효과적으로 엉덩이를 사수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해하기 쉬운 연구도 드문데, 반갑군요.






참고자료


Parkin, Lianne, Sheila M. Williams, and Patricia Priest. "Preventing winter falls: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of a novel intervention." Clinical Correspondence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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