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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l 08. 2024

리코타치즈, 포카치아 빵...모두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레시피


가족들의 일주일 식단을 금요일 저녁부터 심사숙고한다.  각자의 선호도에 맞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수라간의 상궁은 이몸이기 때문에 주문은 받아도 큰 고려대상은 아니다.

 최대한 신경쓰는 부분은 딸아이가 아토피라서 최대한 좋은 재료들로 만들어 먹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일주일 중 가장 바쁠 때는 주중이 아니라 주말이다.  

퇴근 후에 요리하는 것은 임파써블 IMPOSSIBLE! 불가능이다.


식재료 창고를 보니 아빠가 농사지어 보내주신 오이, 양파, 감자가 있다.

무얼 만들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감자&양파 조림>을 만들기로 했다. 내식대로 하자면 <싱겁고 덜 달게>이지만 이렇게 하면 아무도 먹지 않는다. 그래서 설탕은 비정제 사탕수수 원당과 저염간장, 그리고 올리브 오일 이렇게 세 가지 양념을 베이스로 한 첫 번째 요리에 돌입한다.

감자는 깨끗이 씻어 껍질째 쑹덩쑹덩, 양파도 깍둑깍둑 썰어서 볶았다. 중간에 간을 보니 짠 거 같아서 물을 부었다가 간장 감자 양파 국이 될 뻔했다.

다시 물을 조리는 사이 아침에 간단하게 먹을 빵을 만들어야 한다.

눈물 흘리며 깐 하트 양파

가장 만들기 쉬운 빵은 포카치아이다. 미리 강력밀가루와 통밀, 이스트를 섞어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만큼만 대충 반죽을 해서 금요일 저녁에 냉장 보관했다. 그러면 적당히 저온 발효되어 그다음 날 아침에 찬기를 빼주고 구워주면 사 먹지 않아도 빵은 뚝딱 만들 수 있다. 집에 넘쳐나는 <양파 구출 대작전>의 일환으로 <양파포카치아>로 노선을 살짝 변경한다. 그냥 생양파를 반죽에 넣어도 좋지만 발사믹 식초에 양파를 볶아서 반죽에 넣어 구우면 그냥 먹어도 맛있고, 슬라이스 햄 끼워주면 파리바게트 모닝빵이 안 부러운 포카치아가 완성된다. 바쁜 아침엔 포카치아에 우유 한잔이 최고다.

폭신폭신 양파 포카치아

그리고 발사믹 식초에 볶은 양파 조림을 좀 덜어내어 내가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를 올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또 별미다.

 리코타 치즈는 원래 우유와 생크림 두 가지를 섞어 냄비에 넣고 가열하다가 끓어오르기 직전 식초를 적당량 넣어 덩어리지게 만든 다음 면 보자기에 걸러 수분을 짜주면 만들 수 있는데 나는 생크림이 없으므로 우유와 요거트를 만들고 나온 유청과 값싼 식초만 가지고 만들었다. 

요즘 유행인 그릭요거트 만드는 것 만큼이나 쉽다.    

  

리코타 치즈 만들어 면보에서 걸러주고 양파조림에 2스쿱 올려먹음

냉장고 야채칸을 보니 시들어가는 오이가 보인다. 오이는 이렇게 저렇게 요리해도 맛있지만 나는 그냥 생으로 먹을 때가 제일 맛있고, 다른 방법은 입에 넣기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위에 모짜렐라 치즈 한 덩이 쿰척 올려주고 발사믹 식초 세네 바퀴 휘휘 돌려 뿌린 뒤 우아하게 포크와 나이프로 썰어 얹어 먹으면 내 집이 브런치 식당이 된다. 이래서 밖에 나가 외식을 못 한다.

     

오이는 그냥 오이오이 먹어줘야 제맛!


이번엔 냉동실 정리를 하다 보니 저번에 반죽은 해두고 너무 힘들어 넣어둔 블루베리 머핀 반죽이 보인다. 땅땅하게 얼어있어서 다시 해동시켜 머핀을 만들기까지 내 인내심이 기다려 주질 않는다.

그래서 그냥 몽땅 철판에 철푸덕 엎는다. 비스코티를 만들기로 방금 결정했다.

 비스코티는 두 번 굽는다는 뜻으로 통째로 한번 굽고 나서 한 김 식힌 후 잘라서 다시 구워 바삭바삭한 식감이 도드라지는 쿠키이다. 말이 쉽지 한번 굽고 나서 자르려니 다 부서지고 난리가 났다. 비스코티 두 번 다시 굽지 않으리 결심한다. 그래도 맛은 좋으니 다행이다.

라떼에 폭 담가 먹으면 유명카페에서 굳이 돈 주고 가서 먹지 않아도 된다.     

완성된 블루베리 비스코티/ 초벌구이 한번 한  비스코티 반죽

고무장갑을 벗은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땀이 차서 잘 벗겨지지도 않았다.

새벽에 러닝머신을 타고 와서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창작 요리가 정오를 넘어가도 끝나지 않는다.

그나마 빵 반죽도 미리 다 해놨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음 우리 가족 모두 점심은 스킵해야 했다.

(요리블로그 하는 사람들, 요리 유튜버들- 사진 찍으랴 영상 만들라, 요리하랴 정말 대단하다)

감자양파볶음을 밥이랑 줄 수도 있지만, 예전에 만들어둔 통밀포카치아와 곁들여 주니 고개를 박고 식구들이 먹어준다.

이때가 가장 큰 기쁨이다.      

감자양파조림과 통밀 포카치아

<먹는 게 곧 나 자신이라는 말>을 강력하게 믿는다.

우리 가족들의 뱃속에  좋은것만 넣어주고 싶다.


그리고 맛이 없고 제멋대로인 내 요리를 맛있다고, 어떤 때는 컵라면보다 맛있다고 칭찬해 주는 식구들에게 감사하다.

때로는 싱거워서, 동서양의 조화롭지 못한 요리, 정체불명의 요리로 가족들이 당황하고 때론 식사를 거부한 적도 많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오늘은 또 뭐야? 궁금해한다. 심지어 내 요리에 입맛이 길들여졌다! 그래도 건강식이잖아.


요리하는 건 즐겁다. 내 손으로 다른 사람이 시도하지 않는 재료의 조합을 만들어  창작물을 접시에 내어 놓는 기쁨이 몸은 고되도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토요일, 일요일 아침부터 오후 3시까지는 부엌에 붙어있어야 일주일 치 음식이 완성되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고 든든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딸에게는 이렇게 조언을 해주고 소파에 드러눕는다.

“연우야, 너는 돈 많이 벌어서 꼭 사 먹어.”

매거진의 이전글 같은 길은 단 한 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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