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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맘 Jul 16. 2024

전망 좋은 사무실


수업을 내리 5교시 마치고 복도를 지나 내 사무실에 들어왔다. 또다시 내리는 빗소리에 얼마나 내리나 창밖을 내다봤더니 나무가 빼곡했다.

학교 창밖은 밤나무숲이었다. 

그동안 일이 너무 바빠 이제야 창문 너머 뭐가 있는지 오늘 처음으로 자세히 본 것이다. 초록색 밤송이들이 대롱대롱,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사무실 책상 배치가 창문을 등지고 있어서 더 관심을 두지 않으면 밖을 좀처럼 내다볼 여력이 없었다. 어느 저래 밤송이들이 알을 품고 저만큼 자랐나 새삼 기특하다. 뒤가 온통 초록이라니! 책상 배치를 바꾸고 싶다.     


의자에 앉아서 한쪽 다리 꼬고 달달한 믹스커피를 종이컵에 마시며, 비 오는 창밖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싶은 그런 오후이다.


창밖 뷰는 집을 사거나 여행지에서 숙소를 고르는데 또는 이렇게 일하는 환경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바다, 산, 항구 또는 도심 속 고층 빌딩 등도 각기 나름의 멋진 뷰를 가지고 있다. 고층 빌딩의 창문 밖은 야경도 멋있겠고, 새벽에 착! 커튼을 걷었을 때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아서 시원하게 뻗은 도로 풍경도 가슴 뻥 뚫리게 좋다.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멋인 산과 바다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런 아름다운 뷰도 매일 보면 질리겠지?


담임일 때는 학생들과 반나절을 복작거리며 살았다. 창밖을 볼 겨를도 없이 쉬는 시간에도 우는 아이 달래고, 고자질하러 오는 학생 이야기 들어주고, 누가 다칠까 봐 학생들 뷰만 바라봤는데,

지금은 혼자 있으니…. 사실 좋다.

작년, 학생들 귀가 하고 나혼자 빈교실에서 바라본 창밖

어쩌다 발견한 내 사무실 뒤에 밤나무숲. 초록색 밤톨이들은 정말 처음 보는 것 같다.

이번 연도에는 담임이 아니고 전담교사라서 혼자 사무실을 독차지한다. 하지만 오늘같이 비가 주룩주룩 오고, 창밖 뷰도 색다르게 보이는 날은 조금 외로웠다.  친한 선생님들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하며 커피 마시고 잠시만이라도 여유롭고 싶다. 그런데 학교 메시지가 "띵동"


2시 30분부터 교육과정평가회가 있으니 회의실로 모이세요.

세차게 비가 와도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처럼 밤송이들이 매달려 있길 바란다.

가을이 와서 갈색으로 무르익을 때까지 두고두고 관심을 가지고 남은 6개월 감상할 수 있게.          

매거진의 이전글 비가 와서 좋은 점은 2가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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