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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싶은 대로 Aug 27. 2021

[ESG] 파타고니아 서핑을 한 뒤엔 맥주를

필환경 시대에 기업 성공과 환경보호를 실현하는 선한 영향력

지난해 봄,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할 때마다 직장인들 손에 묵직한 그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표지 이미지는 여유로웠고 책의 제목은 더욱 자유분방하였죠. 그 책의 이름은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었습니다. 그 책을 들고 있으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지적인 도시 직장인 같아 보였기 때문에 저도 한 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파타고니아 후리스를 입고 나와 품절 대란을 일으켰을 때에도 저는 파타고니아가 그저 아웃도어 패션 브랜드인 줄만 알았습니다. 서두가 길었죠?


파타고니아는 ESG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기업인데요. 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클라이밍 마니아였기 때문에 필요한 등산장비를 만들고 생계를 잇기 위해 창고에서 장비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이 사업은 시작되었습니다. 


1973년 창고에서 시작된 작은 이 스타트업은 이제 전 세계에 22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의류, 식품, 투자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라는 미션 아래 사업 방향을 정하고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되살리기 위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제조 과정에서 폐수, 이산화탄소 배출하고 물류과정을 통해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패션과 식품을 주요 비즈니스로 운영하는 회사가 환경보호라니요?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파타고니아의 환경에 대한 마음은 진심입니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요? 이들이 진행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로 좋은 품질의 의류를 생산하여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 좋은 원단을 사용하고, 수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버려진 플라스틱 페트병과 원단으로 리사이클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 세계 제조공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노동 환경과 공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관리합니다.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물의 사용량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고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표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좋은 품질의 옷을 생산하고 고객들이 그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트렌드를 리드합니다. '원 웨어(Worn wear) 캠페인'을 통해 옷을 오래 입음으로써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다고 알리는 한편 온드 미디어를 통해 '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Buy Less Demand More)' 같은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여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하고 기업들이 리사이클 제품과 공정무역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옷을 제조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알리는 일을 합니다.


네 번째 지구를 되살리는 일에 진심인 편인 파타고니아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재생 유기농업을 시작했는데요. 다년생 밀을 재배 하여 탄소를 흡수하고, 토양 유실을 막는 한편 생산된 밀로 맥주(롱 루트 에일)를 생산하여 판매합니다.

이 맥주는 미국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아웃도어 라이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파타고니아라서 그들이 만드는 식품 또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프로비전에 맞게 멸종 위기인 아메리카 들소를 자연방목으로 사육해 사막화를 막고 그 들소로 육포를 만드는 등 친환경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끝으로 파타고니아는 직원들에게 수시로 환경 교육을 실시하고 환경보호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것은 물론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책에서 언급된 것과 같이 유연한 근무 환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미국 내 구인구직 사이트로 유명한 글래스도어(Glassdoor)에서 5점 만점에 4.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기도 하였고, 재직 중인 직원 79%가 '일하기 좋은 회사로 꼽으며 자발적 이직률이 연간 3%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한 직원들은 자신이 선택한 비영리 환경단체에서 최대 2개월간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급여를 받는 유급 환경 인턴십을 신청할 수 있고, 자전거 타기나 카풀 등 친환경적인 출퇴근 방식을 인증하면 대체 교통비를 분기마다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플랙서블 타임제에 따라 자유롭게 일하고, 육아휴직 후 직장으로 복귀하는 여성들의 비율도 100% 라고 하는데요. 스키 여행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유연한 근로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업 이미지 세탁을 위해 환경을 위한 행동을 하지 않고서 친환경 활동을 하는 것처럼 ESG 워싱(ESG Washing) PR을 하는 회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행보를 이어나가는 파타고니아의 미래 가치를 과연 얼마로 추산할 수 있을까요?


파타고니아는 단순히 주주, 고객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업의 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이런 활동들을 하지 않습니다.

진정성, 환경을 보호해서 그들이 사랑하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더욱 오래 즐기고 다음 세대에게도 그 즐거움을 전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지속합니다.  


제가 기업의 ESG경영 사례를 스터디하면서 함께 공유하고 싶은 첫 번째 기업으로 파타고니아를 선정한 이유는 그들이 ESG경영의 대표 기업으로 손꼽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들의 제품이, 기업의 철학이, 마케팅의 방식이 트렌디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지구에 도움이 되는 마케팅, 더 나아가 사업을 운영한다고 해도  고객들에게 그들의 메시지와 진정성이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거나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노력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셀럽들이 그들의 옷을 즐겨 입고, 고객들은 파타고니아 제품을 구매할 뿐만 아니라 전국에 몇 개 안 되는 수선 가능한 매장을 찾습니다. 직장인들과 마케터들은 그들의 히스토리와 비즈니스 방식을 궁금해하며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책을 손에 들고 출퇴근을 하고 말이죠.


고객들이 그들의 제품을 넘어 가치관마저 사랑하고 행동하도록  이끄는 힘은 브랜드 스토리가 충분히 힙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며 필환경 시대에 기업 성공과 환경보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음 아티클에서도 파타고니아처럼 ESG에 진심인 패션 기업의 사례를 찾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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