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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a kim Mar 17. 2022

주연이와 윤아의 목요일 한풀이, 프롤로그

2022-02-10 목 7:40 AM

주연이와 윤아의 목요일 한풀이, 프롤로그

2022-02-10 목 7:40 AM


주연: 어떤 일에 대해 실질적인 결정을 할 때 그 결정 요인 하나하나가 때로는 돈이고, 때로는 내가 좀 더 세상에 이바지하고 싶은 게 있고 등등 여러 가지가 있잖아. 그럴 때, 예전에는 비하인드씬에서는 다들 알 정도로 인성이 좋지 못하고 비양심적인 리더들의 업계 성장을 보면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거든. 내부 사정을 아는 나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비난하지만 그 내부 사정을 모르고 서비스만 본 입장에서는 막 그 리더들을 칭송하잖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만 담아 다듬어진 인터뷰만 보고 판단을 하게 되니까. 전엔 그걸 가끔은 까발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고 했는데, 지금은 그들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이 있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그냥 나대로 가치관 지켜가며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은 걸까 이 사이에서 딜레마를 작게 느꼈어. 


윤아: 맞아. 나도 공감해.


주연: 그러다가 문득 또 시선을 돌리면, 전에 네가 만났다던 대표님 이야기 있잖아.


윤아: 어어,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성공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주연: 응. 그분.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기는 한 거잖아. 좀 눈에 잘 안 띄어서 그렇지. 그러니까 자신의 일상에서 구리게 행동한 것을 감추기 위해 SNS에 매번 자신의 생각이 곧 정답인 마냥 보이는 포장 글을 쓰거나 하지 않아도, 선한 인성과 열정 그리고 실력을 함께 겸비할 수 있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고 큰 스케일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지. 그래서 나는 내 모든 결정이 청렴할 수 없고 가끔은 삐끗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내가 그런 결정을 한 것에 대해 감수를 하고. 그래도 나는 퓨어하고 싶어 할 거야.


윤아:  사람인지라 항상 그럴 순 없어도, 매사에 나 스스로에 대해 부끄럽지 않은 결정을 내리고 싶다는 신념인 거지?


주연: 맞아. 모든 일이 그렇게만 가능하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고 내 현실을 내 팽개칠 순 없잖아. 그러니 인성과 양심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결정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을 경우에도 내가 나 자신을 비난하거나, 네가 지금 고민하는 것처럼 죄책감을 갖거나 하진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그때의 결정은 그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충분히 따져본 후에 나를 위한 결정을 하는 것이 베스트일 때도 있다는 거지. 


윤아: 내가 들었던 말이 있는데. 내 가치관이 선비 스타일인 것 같대 크크크. 내가 청풍 양수 그렇게 진짜 반듯한 삶을 살고 싶어 하고, 그 이유가 겉으로 평가받는 게 중요한 외적 동기가 아니라 스스로가 그렇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내적 동기가 강한 사람이라는 거지. 그런 건 알겠는데 그 선비도 배는 고프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이 생겼을 때는 또 다르게 생각해보는 유연함도 가지면 좋지 않겠냐는 거야. 내가 ‘이 신념을 어기면 할복자살을 하겠습니다’라는 정도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독립운동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 일반적인 범주의 사람이니까. 


주연: 조금만 본인에게 그 엄격함을 내려놓아도 된다. 


윤아: 그렇지.


주연: 아, 최근에 내가 이 책을 읽었거든. 너 혹시 읽었니? [뉴타입의 시대]


윤아: 아니, 아직 안 읽었어.


주연: [뉴타입의 시대]도 그렇고, 요즘 바이블처럼 들고 다니는 [무뚝뚝해도 괜찮습니다] 이 책도 그렇고


윤아: 바이블처럼? 궁금하네ㅋㅋㅋ


주연: 응. 이 두 책에서 하는 이야기 중에 내가 개인적으로 공감이 갔던 내용이 있어. 요즘 MZ세대는 의미가 되게 중요하대. 그 이유는 의미 외에 다른 것들은 너무 쉽게 가질 수 있어서 그렇대. 돈도 그렇고, 기술의 선택도 다양하고, 원하는 게 있을 때 검색해보면 앱에서 거의 다 해주니까. 결국에는 의미가 차별화를 두는 포인트인 거고. 그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도덕성도 언급이 되는데. 올바름을 의사 결정의 기준으로 세우게 되면 올바름 자체가 내 기준이 아니라 올바름 그 자체가 기준이 된다는 거야.


윤아: 좀 더 설명해줄 수 있어?


주연: 올바름도 어쨌든 ‘내가’ 생각하는 사회적인 규범인 거잖아. 사회에서 암묵적인 합의를 한 기준이자 잣대라고 할지라도 실제 내 인생에 녹였을 때는 나와 같은 어떤 이의 생각이 반영된 버전이라는 거지. 결국엔 우리가 올바름이라고 운운하는 것도 누군가의 생각에 의해 휘둘리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였어. 그 이야기를 읽고 나니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겠더라고. 


책에서 말한 표현을 그대로 한 번 읽어볼게. ‘올바름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자신감. 올바름을 강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왜 다른 사람에 올바름을 강요할까? 그들의 인생은 즐거움이 없기 때문에, 인생이 즐겁지 않기 때문에 올바름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한다. 즐겁지는 않더라도 올바른 자세로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 올바름을 강조하면 열등감을 채울 수 있다. 만약 자신이 이 올바름을 강조해서 행복해진다면 특별히 문제는 없다. 다만 누군가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혹은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행동을 하는데에 있어서 행복하지 않다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바름에 얽매이는 사람은 다른 즐거움을 포기했다. 즐거움을 포기했기 때문에 올바름을 추구하고 싶을 뿐이다.’


윤아: 오… 나 좀 뼈 맞았어…


주연: 어쨌든 이 저자는 올바름이랑 자신감을 맞바꿨다고 하더라고. 난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더라. 네가 뭘 선택해도 다 괜찮긴 하다는 게 결국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인데.. 근데 네가 지금 마음이 좀 힘들긴 하겠다.


윤아: 어렵다.


주연: 잘 산다는 게 참 이렇게 힘들어. 그치?


주연, 윤아: (웃음)


윤아: 그래도 우린 잘 살아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 이렇게 눈 비비고 일어난 소중한 아침 시간에 모닝 리추얼도 하고 있는 거고. 


주연: 건설적이자 생산적인 것 같으면서 막상 실상은 한풀이이자 대숲 같은.


윤아: 뭐 어때. 나쁜 건 하나도 없고 좋네! 그래서 전에 서울숲에서 점심 먹으면서 우리가 하기로 했던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시작 질문들을 좀 추려와 보기로 했잖아. 그때 말한 것처럼 오글거리는 것도 있고, 어려운 질문이 아닌데 정작 생각해본 적이 없던 질문도 있고, 진짜 생각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주연: 좋아 좋아 말해줘 말해줘.


윤아: 첫 질문은 그냥 개념적인 질문이야.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근본적으로. 죽기 전에 되돌아봤을 때 나는 이렇게 산 사람이었다, 또는 지금 살면서 내 인생의 최종 골(goal)은 이것으로 두고 살아가 보고 싶어 하는 개념들. 


주연: 오케이.


윤아: 그리고 이어지는 두 번째 질문은 “지금 당장의 현실을 살아나가고 있는 30대 중반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내 직장동료에게 어떤 동료가 되고 싶은지여도 좋고, 이직을 하게 되면 그 회사의 인사담당자에게 답하고 싶은 이야기여도 좋고. 


주연: 친구나 가족도 좋겠다.


윤아: 맞아. 내 현실에 함께 살고 있는 내 주변 사람이 내게 ‘너는 요즘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데?’라고 물었을 때 답하고 싶은 대답. 


주연: 가족을 같은 내용으로 세 번째 질문으로 분리해도 좋겠다.


윤아: 좋아. 너는 어떤 질문을 가져왔니.


주연: 내 질문은 내가 만약 파이어족이 된다면…


윤아: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야. 입꼬리 올라감.


주연: 나도 ㅎㅎ 그 파이어족이라는 게 타이트한 예산 안에서 그냥 모아둔 돈이 좀 많은 정도가 아니라, 진짜 막 펑펑펑 써도 되는 정도일 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게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이야.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하고 싶어 하잖아.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약 내가 돈이랑 상관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이야기 나눠보고 우리 서로를, 스스로를 대변해주고 싶어. 


윤아: 충분히, 충분히, 그렇지.


주연: 그리고 우리 이 프로젝트해보자고 이야기하면서 강조했던 게 ‘가볍게 하자’였잖아. 어떻게 하는 게 가볍게 하는 걸까 생각해봤는데. 이야기 나눈 걸 정리해서 올리는 것도 좋은데, 그 대화 중간중간에 느낀 점을 가볍게 적는. 그리고 우리가 나중에 다시 읽어봤을 때, ‘아 나는 그때 이렇게 생각했구나. 이 친구는 이런 마음 상태였구나’라는 것도 알 수 있어 좋을 것 같아. 


윤아: 좀 더 날 것의 냄새가 나게.


주연: 그렇지. 이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과정에서 이 친구는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었구나. 나는 다른 생각도 들었는데. 인상 깊다. 하는 그 정도로 재밌는 부담 없는 기록으로. 


윤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나도 가볍게 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봤는데, 잡지에 나오는 인터뷰 담화를 담는 방식으로 재가공 거의 없이 그대로 따오는 형태로 적어보는 걸 시도해보려고 해. 물론 털어낼 건 털어내겠지만. 그리고 글을 마무리할 때 더 적고 싶은 느낀 점이나 인상 깊었던 모멘트가 있다면 그걸로 마무리하는 것도 좋고.


주연: 맞아. 써보다가 양식 바뀌는 건도 상관없고. 그러니까 그냥 사실 아무거나 일단 먼저 써보자. 너무 오래 걸린다 싶으면 또 바꾸고. 노잼이다 하면 또 바꾸고.


윤아: 그럼 오늘 나눈 대화로 내가 프롤로그를 따야겠다.


주연: 오, 마지막으로 나 또 하고 싶은 질문도 있어. 우리 둘이 지인도 각자 많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 아침 시간에 만나서 에너지를 쓰고 싶은 사람으로 선택한 거잖아. 왜 우리가 이걸 하고 싶었고, 왜 이 사람이랑 하고 싶었고 하는 것도 써보고 싶어.


윤아: 좋아. 적어둘게


주연: 브런치 매거진으로 같이 발행해서 쓰면 되지 않아? 그치?


윤아: 공동 발행인가. 나 처음 해봐.


주연: 이름을 뭘로 하지.. 매거진 이름.. 


윤아: 이름… 아 맞다.. 우리 가볍게 가기로 했어 주연아. 나도 순간 몰입 엄청 할 뻔. 우리가 대화하면서 제일 많이 말하는 단어나 문제가 있을까. 흠. 아니면 그냥 진짜로 가볍게 ‘주연이와 윤아의 목요일 아침 대화’ 이런 식으로 시작하다가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또 바꾸지 뭐.


주연: 오케이.. 네가 보내줬던 우리 줌 화면 캡처 사진. 윤아야 나는 이 사진 보면서 우리 둘이 진짜 서로를 다 보여줬구나 싶었어.


윤아: 애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어. 우리 진짜 애썼구나 ㅋㅋㅋ 아침에 눈 비비면서 일어나는데, 진짜 그 직전에 일어나놓고 미리 일어난 척, 잘 지냈어? 인사하는데 


주연: 민낯이지 민낯. 날 것. 


윤아: 우리가 이걸 왜 할까.


주연: 나침반 같은 건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계속 욕도 했다가 한풀이도 했다가 탄성도 했다가 체면도 차렸다가 콩깍지도 점점 벗기면서. 비몽사몽 해우소 토크.


윤아: 나침반. 버티기.


주연: 태그는 #한풀이 #30대 


윤아: 한풀이라는 말이 너무 웃기다. 근데 되게 와닿네.


주연: 아주 진정성 있는 컨셉이지. 자 만들었습니다. 그러면 오늘 대화는 누가 써볼래?


윤아: 프롤로그 제가 제안했으니 제가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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