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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토크 #2.

뜨거운 감자, 윌 스미스 사태에 대한 우리들의 이야기

윤아와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 몇 개월.


서로 견디기 힘든 시기에 아침마다 기분 전환 대화를 하는 것부터 한번 해보자며

'미라클 모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대화를 하게 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이 모임을 지속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브런치에 우리의 대화를 남기는 것.

윤아는 새로운 직장에, 나는 새로운 취미를 가지며 우리들의 일상에 조금씩 해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지난 한 주간 뜨거운 이슈였던 '윌 스미스 사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간략하게 윌 스미스 사태에 대해 설명하자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온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 탈모증을 진단받고 삭발을 한 제이다 핀켓 스미스(윌 스미스 아내) 머리를 보고 ‘영화 지 아이 제인 2가 당신을 기다린다’며 데미무어가 삭발하고 나온 영화를 유머로 거론하였고,

화가 난 윌 스미스는 관객석에서 박차고 일어나 크리스 락에게 주먹을 날린 해프닝이다.


우리는 우선 근본적으로 누가 잘못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눴다. 윤아와 나는 둘 다 일단 크리스 락에게 한 표를 던졌다. (그리고 이 입장은 윌 스미스가 잘했다며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윤아: 굳이 뽑자면... 나는 사회자가 잘못했다에 한표 이긴 해
주연: 왜?
윤아: 둘 다 잘못했지. 그런데 윌 스미스가 저렇게 많은 책임을 져야 하나? 에 대해서는 결과물이 너무 큰 게 아닐까. 우리나라도 공인이 잘못하면 ‘다 내려놔라’ 이런 이야기 하는데, 회사에 미국팀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조금 맥락이 다르더라고.

윤아: 어떠한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바는 거의 세뇌되어 있을 정도로 강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주연: 나도 국제사회와 우리나라 사이에 온도차는 느꼈는데, 부모님에게 맞아본 경험? 사랑의 매? 이런 걸 아예 보지 못한 사회와 경험한 사회 사이의 차이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윤아: 너 말대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등짝 스매싱 같은 거 맞으면서 커와서 그런 부분에 있어 알게 모르게 조금 관대할 수도 있겠다.

윤아는 나에 비해 이 사태에 대해 더 많이 찾아본 것 같았다.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써서 올리기도 하였고.


나는 사회자가 정황을 알고 농담을 했는지가 궁금했다. 알고 한 농담과 그렇지 않은 농담 사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까.


주연: 사회자는 질환에 대해 알고 있었어?
윤아: 응 알고 한 농담이었어.

흠…

알고 했다니 더 괘씸하게 느껴졌는데, 그렇다고 모르고 한 것과 다르다고 할 수 있나? 순간 너무 철학적인 것 같아 이 말은 삼키고, 우리는 자연스레 윤아가 꺼낸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다.



폭력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윤아: 미국 사람들이 자기 의견을 막 페이스북이랑 트위터랑 써놓은 그 문장들을 봤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문장이 ‘폭력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약간 이런 톤이었거든.
 근데 나는 그 코미디언이 한 건 언어적 폭력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때리는 것만 안 된다라는 거는 약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코미디언에 대해 더 찾아보니까 이전에도 그런 뭔가 농담의 포인트가 그렇게 건강하지 않은 편이었더라고.

그렇다.

본인이 어떠한 의도로 했던지 상대방이 그 말로 인해 다쳤으면 그 역시 폭력 맞다. 우리 사회 속에서 수없이 나오는 이야기들, ‘나는 장난이었어. 에이 예민하게 왜 그래. 나는 그냥 ㅇㅇ같아서 한 말이었지.’

그 역시 이 상황에 해당되는 것 아닐까?


그 상황에서 나는 또 뜬금없이 심리학과 수업시간에 들었던 동양인과 서양인의 다른 사고방식 실험이 떠올랐다.

주연: 그.. 좀 뜬금없지만, 나는 ‘관계성’에 꽂혔던 것 같아. 나는 그 사건을 보면서 ‘폭력’이라는 규율보다 크리스 락이 어떻게 내부 상황을 다 알면서 지인 관계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나. 그런 개인대 개인의 관계 문제가 더 크게 와닿았거든.

주연: 예전에 이런 실험을 배웠는데 원숭이, 호랑이, 바나나 이렇게 세 가지 단어를 주고 관련 있는 것 끼리 묶어보라고 하는 실험이 있었어. 너는 뭐뭐 묶을 것 같아?
윤아: 나는 원숭이, 바나나 그리고 호랑이
주연: 그렇지? 그런데 이런 차이가 있었데. 서양인들은 원숭이, 호랑이 그리고 바나나. 동양인들은 원숭이, 바나나 그리고 호랑이. 동양은 연관성을, 서양은 분류 성을 중요시한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실험 중 하나였는데 새삼 이 사건을 보면서 저 실험이 생각나네.

   다시 봐도 뜬금없는 타이밍이었지만, 내 딴에 두 문화권이 왜 다른 반응일까에 대한 답을 내리는데 가장 근사치 근거였다.


무튼, 윌 스미스가 참았으면 신사였을까? 아내가 그런 농담을 들었는데 나는 그걸로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나는 요즘 나의 관심사는 명확하게 입장을 드러내는 것. 참는 것도 아니고 내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 인사불성으로 지르는 것도 아닌 적절한 선을 찾고 있는 중이다. 왜냐하면 상대의 감정도 생각해야 하지만, 내가 불편하다 화가 났다 등의 감정도 표출해야 묵힌 감정으로 화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윌 스미스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았을까?

우리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폭력’이라는 단어보다 윌 스미스의 대처가 잘못됐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에 합의를 했다.


윤아: 물론 급발진이긴 했지. 그 상황에 카메라가 몇 대였으며, 격식 있는 자리에 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예전에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 보는 거랑 비슷하지. 오히려 비난을 받아야 되는 포인트는 ‘모든 폭력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가 아니라 ‘그래도 그럴 자리는 아니었다 적절한 대처 방법은 아니었다’ 이런 포인트로는 충분히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해.

윤아: 그래서 그 자리에서 오히려 오히려 정색하면서 ‘정중하게 그만했으면 좋겠다’라고 압도할 수 있는 그 말의 표현이 있잖아. ‘이거는 심각한 사안이야. 너 주의해야 해’라고 워닝을 해줄 수 있는, 오히려 그런 무게감 있는 톤으로 한 마디 짧게 하는 거가 나는 코미디언이 아차 했었을 것 같아. 아니면 퇴장을 하거나?

주연: 나도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나는 뛰쳐나가긴 했을 것 같거든 솔직히. 근데 주먹으로 치진 않고 어깨를 두 손으로 팍 치거나 째려보거나 그 정도는 해야 분이 풀릴 것 같아.


마지막에 우리는 이 두 가지 중 무엇이 더 나을지에 대한 입장 차이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 말을 삼키는 것이 남기는 후회와 말을 뱉고 나서 남기는 후회,  중 어떤 후회가 차라리 더 나을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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