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잡설 #1
12월 3일 저녁 10시 27분경, 여느 때와 같이 인터넷의 뉴스나 책 등을 보며 잘 준비를 하던 시간에,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등장하여 엄한 소리를 했다.
[…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대민을 지켜낼 것.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 블라블라.
드디어, 방송에 술을 먹고 나와서 헛소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곧이어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는 판단에 이르자 단전부터 머리끝까지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국외에서 일하고 있는 주식에 관심 많은 남동생에게 얼른 소식을 전해주어야 하나 고민도 하면서.
의회에서 계엄해제 요구안이 의결될 때까지 약 2시간여 동안 내 입에서는 평생 할 욕의 80%는 튀어나온 것 같다. 여의도로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속속 모여드는 사람들을 마음으로 응원하며, 혹시나 인터넷 차단등을 하지 않을까 각종 포털을 왔다 갔다 하며 체크했다.
잠을 못 잔 채로 일상을 보내고, 집에 와서는 뉴스를 보는 시간이 반복되었다. 탄핵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7일 집회에도 나갔다.
국회 주변을 돌며 투표 독려(?)를 하는 동안, 투표하지 않은 당의 사람들이 도망칠까 봐 출입구마다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동안, 인원이 많지 않던 헌정회 출구 쪽에 대기하다 종종 많은 경찰인력이 움직이는 것을 보는 동안, 계속 생각했다. 2차 계엄이 선포되면 어찌 될까.
학교와 대치하던 대학교 총학 때의 일도 생각났다. 1학년 신입생이라 선배들의 모습을 보기만 했던 시절이다. 별 한일도 없이, 선배들만 지켜보았었다. 지원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상태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파악이 안 되던 시기였다.
세월이 지나며, 촛불도 들고 응원봉 비슷한 것도 들었지만 난 여전히 조그마한, 땅 한 평도 안 되는 자리의 지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조그마한 지원이 모인 자리의 힘은 알고 있기에, 지켜봐 주기만 해도 힘이 되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모든 상황이 마무리에 들어갈 때까지 나름의 행동을 하려 한다. 아주 미미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