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씨 Nov 29. 2024

서점에 갑니다  [스틸북스 : 사운즈 한남]

발길이 닿았던 서점 이야기 #1



초행길에 엄청나게 헤매었던 기억이 난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놔두고 어렵게 가는 길을 택했었다. 내 눈에는 가깝고 쉬운 길처럼 보였는데 그렇지 않았다. 길치 아닌 길치, 잠재적 길치, 쓸데없는 고집 등이 결합하여 만들어 낸 결과였으니 딱히 검색해 본 지도를 탓할 생각은 없다.


처음 한남동에 있던 스틸북스를 방문했던 것은 시장조사 때문이었다. 큐레이션을 전면에 내세운 핫 플레이스 서점으로, 방문 평들도 나쁘지 않았다. 스틸북스가 있던 공간 자체가 한창 떠오르던 시기이기도 했다.


일로 시작했던 한시적 방문이 간헐적 방문으로 변경된 것은 스틸북스가 주는 분위기 덕분이었다. 열혈 단골까지는 아니었지만, 바뀌는 큐레이션들을 감상하고 참고도 하며 정 붙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을 많이 들인 큐레이션이 주는 단정한 분위기, 굿즈/오브제들과 함께 진열된 관련 도서들, 선정된 매거진들을 둘러보는 재미,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등 마음에 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였다. 조금씩 스며들며 마음의 공간이 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한결같이 스틸북스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풍경들은 현재 다른 이름과 함께 있다. 스틸북스라는 큐레이션 서점은 한남에서 문을 닫고 회현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운즈 한남은 여러 브랜드 매장, 식당, 갤러리, 사운드 시어터 <오르페오>, 재즈바등이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 있음에도 섭섭했다. 스틸북스가 있던 공간에 폴로 브랜드가 들어와 있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 가끔 방문하거나 지나칠 때면, 슬쩍 노려보기도 한다.


코로나 시즌을 지나며 급감한 손님들, 인기 있는 큐레이션 서점이었지만 그다지 높지 않았을 도서 매출(들여다본 것은 아니지만 예측해 보건대), 경영상 기획의 변경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머물러 달라 강요할 수는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나 역시, 가끔 가는 손님이었기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